"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첫 비행기를 타야해서 06시에 기상한다. 마지막 모닝콜 꿀차를 마신다. 밤새 기침 때문에 잠을 설쳤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싼다. 침낭과 작별하는 날. 마지막 한판승을 거두며 깔끔하게 침낭을 접어 넣는다.
07시 롯지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차.
입맛이 좀 돌아와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트레킹 내내 그렇게 좋았던 날씨가 루크라를 떠나는 마지막 날 심술을 부린다.
창밖을 보니 구름이 꽉 끼어 한치 앞이 안보인다. 경비행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루클라를 떠나지 못하면 내일 저녁 인천행 비행기를 탈 수 없다.
대안은 헬기. 헬기는 반경 2km의 시야만 확보하면 뜰 수 있기때문에 급하게 헬리콥터를 수배하기로 한다.
국내 가이드, 현지 메인 가이드가 바삐 움직인다. 우린 롯지 로비에서 촉각을 세우고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일행 중 한 분이 준비해온 태극기를 내어 모두 몇자씩 적고 서명을 해서, 로비(식당겸 휴게실) 한켠에 딱 걸어 우리의 흔적을 남긴다. 루클라 도착했던 첫날 다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다시 저 태극기를 볼 수 있을까??
9시 10시 시간은 흐르고 11시 30분 되어서야 가이드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헬기를 겨우 수배했는데 행선지가 카트만두가 아니고 라메찹이란다.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7~8시간을 달려 카트만두로 간다고 한다.
헬리콥터를 타는 절차도 복잡하다.
헬기는 4인승 이나 6인승이라 3팀으로 나눠 타야 한다. 1진은 바로 아래 헬기장에서 타고, 2진은 그 사이 구름이 더 끼어 우측으로 1시간 떨어져 있는 헬기장으로 가고, 3진은 좌측으로 1시간 30분 가파른 내리막길 내려 가야 있는 다른 헬기장으로 간다. 난 3진에 속했다. 또 무슨 변수가 생길까봐 가파른 내리막을 뛰다시피 내려가 헬기장에 도착하니 또 다시 기다리란다. 영문도 모른채 애타게 기다림 기다림.... 헬기는 계속 날아와 착륙하고 이륙하고, 우리 차례는 언제인지 계속 기다리라 하고, 헬기 뜨고 내릴때마다 바람이 휘몰아쳐 모자 부여잡고 수그리고, 완전 히말라야의 엑소더스다. 2시간 넘게 기다린 후 헬기를 타고 루클라를 떠나 30분 정도 날아서 라메찹 공항에 도착한다. 고생은 했지만 덕분에 난생 처음 타는 헬기를 히말라야에서 타보고, 깍아지른 산과 계곡사이를 유유히 나르며 히말라야 마지막 멋진 뷰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라메찹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2시간 먼저 도착했던 1.2진은 예약한 버스라 기다릴수 없어 출발했다고 한다. 우린 대기중인 찝차를 타고 출발한다.
카트만두 까지는 140km 라는데 7~8시간 걸린다니 이상하다 싶더니, 도로가 끝내준다. 고속도로라는데 비포장이 태반이고, 우리가 네팔 오기전 큰비가 왔을때 산사태로 인해 도로가 유실되어 우회도 해야한다.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고 달리는데 길은 흙먼지 폭탄이 인다. 마스크를 하고, 손잡이 떨어질 만큼 꼭 붙잡고 경비행기 못지 않은 스릴을 길 위에서 맛본다. 현지 기사는 태연하다.
달리다가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제법 큰 동네에 차를 세운다. 고급스러운 현지 식당에서 커리 정식이랑 음료를 시켜 먹는데 그동안 한식만 먹어서인지 현지식이 색다르고 맛이 있다. 다시 출발해 그 와중에도 깜박깜박 졸며 첫날 묵었던 카트만두 하야트 호텔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먼저 도착해서 애타게 우리가 오기만 기다리던 국내가이드는 그제야 안심을 한다.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는 길이 쉽지가 않구나...
너무나 안락한 호텔 침대에서 기침을 하면서도 죽은듯이 골아 떨어진다.
-24.10.17.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이 꽉 끼어 한치 앞이 안보인다ㅠㅠ
인간은 두 종류가 있다!!
히말라야에 간사람 안간사람!!
하얀 티셔츠에 저런 문구와 싸인이^^
난 두번 간 사람~♡
우리도 태극기에 각자 싸인을 하고, 한 분이 열심히 벽에 걸고 계신다.
난 밤새 기침하느라 한잠도 못자서 헬기 수배하는 동안 뒤로 기대어 꿀잠을 잔다.
중간 노란 옷이 나^^
보자보자 내 싸인이~~^^
히말라야 엑소더스~~
라메찹 공항
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