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성(靑海省) 루사 협곡의 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몸을 뉘은 타얼스(塔爾寺)는
처음 마주하는 이에게 사원이라기보다 거대한 하나의 성채로 다가온다.
그곳은 척박한 고원의 바람 속에서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낸 신앙의 요새이자,
티베트의 거친 영혼과 대륙의 황금빛 권력이 기묘하게 얽혀 빚어진 거대한 역사적 팔레트였다.
사원의 중심부에 들어서면 시선의 끝은 자연스럽게 대금와전(大金瓦殿)으로 향한다.
지붕 전체에 순금을 아낌없이 입혀 쏟아지는 햇살 아래 눈이 멀 듯 찬란하게 빛나는 그곳.
전각의 깊은 어둠 속에는 쫑카파의 탄생지에 돋아났다는 전설을 품은 거대한 백단향 나무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주변은 사방에서 찾아온 순례자들이 바친 수유등의 뜨겁고도 아스라한 불빛으로 가득하다.
오체투지로 바닥을 적신 이들의 굵은 숨결과 귓가를 때리는 둔탁한 마찰음은 세속의 번잡함을 단번에 지워낸다.
타얼스의 진짜 깊은 결은 그 화려한 성물들의 이면에 겹겹이 쌓인 '중국화(漢化)'의 역사 속에서 발견된다.
전각의 편액을 손끝으로 쓸어보면 한자와 티베트 문자가 나란히 새겨진 자리마다 제국의 손길이 스쳐 간 흔적이 만져진다.
태생은 분명 티베트 불교 겔룩파의 가장 순수한 성지였다.
쫑카파의 탄생을 기려 세워진 은탑이 명대 가정(嘉靖) 39년,
1560년에 이르러 비로소 정식 사원의 골격을 갖추었을 때만 해도 이곳은 오롯이 고원의 신앙 공간이었다.
그러나 명 황실은 곧 이 사원의 고승들에게 잇달아 봉호(封號)를 하사했고,
청 황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640년,
청 조정은 이 사원에 '타얼스(塔爾寺)'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하사했으니,
신앙의 터가 제국의 지도 위에 하나의 고유명사로 등재되는 순간이었다.
1724년, 강희제는 몸소 이곳을 찾아 막대한 시주를 내렸다.
뒤를 이은 건륭제는 편액과 봉호를 거듭 하사했으며,
청 조정은 이후로도 불상과 불탑, 법기(法器)와 경전을 끊임없이 보내왔다. 이는 단순한 신심의 발로가 아니었다.
몽골과 티베트의 광대한 변경을 다스려야 했던 청 황실에게 겔룩파의 '황교(黃敎)'는
무력이 닿지 못하는 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통치의 도구였다.
황제 스스로 문수보살의 화신을 자처하며 티베트 불교의 후원자를 자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형부터 그러했다.
티베트 건축 고유의 두꺼운 석조 벽과 사다리꼴 창문 위로,
처마 끝이 날아갈 듯 들려 올라간 한족 전통의 공포 양식과 팔작지붕이 묵직하게 얹혀 있다.
명·청의 황실이 티베트 불교를 회유하고 길들이기 위해 베푼 거룩한 은전과 하사품들은 사원 구석구석에 한자 편액으로 새겨졌고,
중앙집권적 권력의 손길은 고원의 이국적인 신앙 공간을 점차 제국의 통치 체제 안으로 끌어안았다.
한낮의 해가 고원의 얇은 대기를 뚫고 정수리 위로 곧장 내리꽂히면,
황금 지붕이 뿜어내는 되비침까지 더해져 눈앞이 아득해진다.
그 뜨거움 속을 깃발을 든 가이드들이 확성기를 앞세우고 지나가고,
등 뒤에서는 단체 관광객들의 물결이 어깨를 밀치며 좁은 회랑을 밀고 들어온다.
수유등 앞에서 오체투지를 올리던 순례자의 고요한 리듬은 셀카봉과 카메라 셔터음 사이에서 자꾸만 끊긴다.
이념과 체제의 그늘 아래 라마승들의 수행마저 거대한 관광 자원과 행정의 관리선 위에 놓이게 된 오늘날의 풍경은,
이방인의 눈에 묘한 서글픔과 역사의 거대한 아이러니를 동시에 안겨준다.
같은 지붕 아래서도 이곳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은 서로 겹치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공식 서사 속에서 타얼스는 국가 5A급 풍경구이자 민족 단결과 종교 화합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전시장이다.
수유화·벽화·퇴수라는 '삼대 예술'은 지방정부의 문화 관광 홍보물마다 반복해서 인용되는 문구가 되었고,
사원의 존재 자체가 다민족 국가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소환된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도들에게 이곳은 통계나 등급으로 환원되지 않는 자리다.
쫑카파가 태어나 탯줄을 묻었다는 그 백단향 나무 앞에서,
순례자들은 여전히 국가가 승인한 활불(活佛) 제도와 감시 아래 놓인 승가(僧伽) 교육의 현실 속에서도
수천 리 길을 걸어와 오체투지를 올린다.
국가의 언어로는 '문화유산'이라 불리는 이곳이,
신도의 언어로는 여전히 '고향'이자 '탄생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바람을 품은 오색 타르초가 펄럭이는 산등성이를 보면서,
묻어 두었던 질문 하나가 고원의 서늘한 공기처럼 스며든다.
신앙이란 과연 인간이 쌓아 올린 권력과 제도의 정교한 그물망마저 뛰어넘어 영원의 자유를 향해 흐를 수 있는 것일까.
황금빛 지붕 위로 기우는 해가 붉은 장막을 드리우고,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사원의 그늘 속으로 스며드는 오후.
제국의 흔적과 고원의 기도가 엉켜 세월의 겹을 더해가는 타얼스는,
오늘도 대지의 숨소리 속에서 묵묵히 그 거대한 역사의 페이지를 힘겹게 넘기고 있다.
마실정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