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보피정 순례 셋째 날
(세화공소 → 성산포성당)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알렐루야!
이제 어느 정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어제저녁부터는 당번이 아니어도 눈치껏 일을 찾아 하고 있다. 아마도 공동체 안에 성령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이리라. 생각보다 많은 길을 걸어서인지 이곳 저곳에서 아아, 아아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고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하하 호호다.
아침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7시에 세화공소 형제자매들과 같이 공소에서 함께 미사를 드렸다. 마침예식을 시작하기 전 신부님께서 공소 신자들에게 드릴 것은 없지만 예수님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기도를 선물로 알려 주셨다. 예수님과 가장 일치할 수 있는 시간은 영성체를 모시고 난 후인데 이때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리면 예수님께서 가장 기뻐하신다고 말씀을 하시니 신자들은 귀를 쫑긋하고 열심히 듣고 있었다.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 사랑합니다.”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 감사합니다.”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이곳 공소주변은 토속신앙이 뿌리깊어서인지 전교가 쉽지 않다고 이곳에서 이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선교사님이 이야기해준다.
오늘 아침은 처음으로 아욱국과 밥, 쑥떡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아욱국은 어제 조천성당에 계신 수녀님이 상추와 아욱 그리고 한라봉을 가지고 김녕성당까지 가지고 오셨었다. 한라봉은 신자는 아니지만 수녀님이 도움을 주신 분이 가지고 온 것을 우리를 위해 자동차를 타고 전해 주시고 가셨다. 이런 모습은 신앙 안에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고 또 신부님과 함께 순례를 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오늘은 신부님께서 선봉장에 서서 우리를 인도하신다. 오늘 성산포성당까지 가는 길은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오늘 보여지는 바다의 색깔은 어제의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말 아름답다.” 이 순간 어제의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 같다.
오늘 걷는 길이 길지 않아서인지 우리가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신부님께서도 함께해 주시며 자연을 마음껏 누리게 해 주신다. 하도해수욕장에서 바라다보는 바다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어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다 함께 기념사진 한 커트를 남겼다.
제주도의 올레길은 세속의 사람들이 걷는 길이지만 우리들이 시작하는 이 제주도보 순례길은 하느님백성이 걷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시는 신부님의 말씀이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된다.
또 한참을 걸어서 종달고망난돌 쉼터에 다다르니 미사를 드리기에 딱 맞는 장소와 바윗돌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난 번 답사 때 바오로형제가 이 곳에서 미사를 드리면 어떻겠냐고 했다며 그 당시의 상황을 신부님께서 소상하게 설명해 주셨다.
왼쪽부터 발다살 신부, 바오로, 그리움, 레오 답사단원
이 길을 걸으며 답사를 했던 그리움, 레오, 바오로 형제님과 신부님의 노고를 조금은 느낄 수 있기에 우리의 순례길이 하느님께로 봉헌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곳에서부터 우리는 1시간 동안 침묵하며 순례의 길을 계속 걸었다. 우리를 위해 수고해 주신 분들과 세화공소 신자들과 기억해야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묵주알을 굴린다.
물빠진 바닷가로 내려가 우리의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다. 묵주기도가 끝나고 나니 그 동안의 피로때문인지 눈꺼풀이 자꾸 눈을 덮는다. 졸고 있는 내 모습마저도 기쁘게 받아주실 것 같다.
오늘의 도착성당인 성산포성당에 도착하니 오후 4시경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감사기도를 드리고 기념사진도 한 장 찰칵! 3박4일을 함께 한 스텔라자매가 돌아갔다. 그러나 또 함께 합류하기 위해 며칠 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들린 제주도에 있는 성당과 공소는 널찍널찍하게 자리잡고 있어 마음이 함께넓어 지는 것 같다. 성산포성당 역시 꽃 잔디와 구절초를 잘 어울리게 심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오늘 저녁은 밖에서 정식과 전복뚝배기를 시켜 먹었는데 참 맛있다. 맛도 맛이지만 아마도 앉아서 받아먹어 더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닐까?
오늘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묵상을 했다. 촛불 하나 켜 놓고 신부님께서 준비해 오신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들으며 목젖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온다. 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행 중 한 사람이 떠나니 다시 두 사람을 채워주셨다. 서울에서 송 베드로와 문 안젤라 부부님께서 순례의 여정에 함께 하기 위해 밤 10시 40분에 도착했다. 우리 모두 기쁜 마음으로 이분들을 맞이했다.
※ 나희찬 마리아 자매님이 쓴 글을 제가 대신 올려 드립니다.
오늘의 묵상
질문 1) 내가 생각하는 나의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질문 2) 내가 생각하는 나의 나쁜 점은 무엇입니까?
첫댓글 이제 순례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화이팅!!
순례자님들의 세번째 날 무사히 마침을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근데 사진은???
저도 이 날 제주에서 수학여행을 인솔하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순례길에 합류하고 있었습니다.
전에 신부님께서 그쯤에 외돌개를 지나간다고 말씀하셔서 지나가면서 전화만 드렸지요.
주님 안에서 뜻깊은 순례길 되시길 기도드려요. ^*^
오늘도 은총의 시간이 계속 되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웃고 기도하며 형제 자매애를 나누는 그 풋풋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자매님..멀리있어도 너무너무 감동적입니다..함께 하는듯한 마음이 전해옴은 우리모두를 사랑하고 계시는 하느닙 백성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기도 열심히 드린답니다^.^
안젤라언니 이사벨라 잘 다녀오세요
그런데 왜 사진이 안보이지요?
사진까지 곁들이면 넘 좋은데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