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바다 차윤하
나의 바다,
황금빛 일몰과 바다,
오랜만에 걷기
미세먼지, 가을비를
뒤로 하고
모처럼
가을 하늘이 환한 날
그래서 행복한 날
갯바위에 앉아
오래도록 사봉낙조의
길게 드리운 그림자에
젖어들었던 한가한 시간
황금빛 일몰의 색채는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그저,
조용히 할 말을 잃어 가는데
길게 드리운
낙조의 그리움
나도 그 빛의 궤적 속으로
슬며시 숨었다
그리고
바다도 깊이 젖고 말았다
동백꽃 차윤하
긴 밤 겨울비에
떨어져 우운 동백꽃잎 하나, 둘
누구를 향해
그 붉은 입술 열었다가
처연히 그렇게 누웠나
타오르던 사랑은 저물어
제 몸 던져 검은 포도 위를 뒹굴며
검붉은 눈물 흘리 누나
너도 제 운명을 꽃피워
삶의 매혹을 누리다
자기 존재의 시간을 알고
꽃이 필 때와
꽃이 질 때의
위기를 피하지 않고
그렇게 조용히 제 갈 길 위에
조용이 몸을 뉘였구나
신새벽 차윤하
밤이면 문득문득
잠에서 강제 소환을 당한다
어두움 속
무수한 슬픔이 달린
첫새벽의 그늘이
음습하게 목구멍
너머로 스물 거리며
기어 나온다
긴 새벽의 터널 안
어둠의 슬픔은 그렇게
똬리를 틀고
나를 무심히 건너다본다
희부연 첫새벽의 그늘은
언제나 마음을 적시고
허락도 없이 마음을 베고
나는 날카로운 상처를 입고
다시 첫새벽의
단단함을 끌어안는다
삶의 시간은 그렇게
소멸되면서 가슴엔 길게
상처의 길이를 더해주고
다시 사라지고 마는데....
내 상흔은 그대로
그 자리에 오두마니 떨었다
화양연화 시절에 차윤하
너를 보낼 때
아슴한 눈물이 고였다.
잘 가라 손짓하면서
내년에 또 보자 했는데
어김없이 올해도 왔건만
너를 보지 못했다
오늘에야 비로소 너를 보니
그 사이 봄물을 담아
한껏 네 자태를 펼쳤구나
나는 몇 해나 더 너를
그리워하며 나의 봄을 맞을까?
속절없는 시간이 애달프다
봄 끝에 매달려 햇살 머금은
연분홍 속정이
오늘따라 아련하다
오늘만큼은
花無十日紅
人不百日好를 잊자
화려한 아름다움
그 자체를 즐기자
나도 한 때 붉은 꽃으로
살아내었음을 기억하자
화양연화의 시절은
지금도 계속됨을 잊지 말자
새벽비 차윤하
새벽 빗소리
연통을 타고
물 흐르는 소리
마치 계곡물 쏟아지는 듯
베란다 유리창에
방울져 내리는
투명 유리구슬들이
알알이 부서진다.
휴일 마지막 날
부서지는 마음 끝자락
겨우 붙들고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데
훅 하니 뜨거운 눈물이
후드득 타고 내린다.
기어코
마음을 베이고 말았다.
차윤하 프로필
차윤하 프로필
제주 도련초등학교 교사
종합문예지 시와창작 회원
종합문예지 시와창작 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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