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은국제-예서-고방[3479]孔平仲(공평중)시-禾熟(화숙)
禾熟 화숙
孔平仲 공평중
百里西風禾黍香 백리서풍화서향
鳴泉落竇穀登場 명천락독곡등장
老牛粗了耕耘債 노우조료경운채
齧草坡頭臥夕陽 설초파두와석양
벼가 익을 무렵
너른 들판 갈바람에 곡식내음 향긋한 데
샘물은 개천으로 곡식은 마당으로
늙은 소는 제 할 일 대충대충 마치고
언덕서 풀을 씹으며 석양빛에 누웠네
[역주]
*西風(서풍): 서풍, 가을바람.
*禾黍(화서): 벼와 기장, 곡식
*落竇(낙독): 개천으로 흘러 든다. 竇= 구멍 두, 개천 독.
*粗了(조료): 대충 마치다.
*耕耘債(경운채): 밭갈이, 김매기 등 농삿일을 도와야 할 책임.
*耕= 밭 갈 경. 고자(古字)畊 동자(同字)
*耘= 김맬 운. 동자(同字)秐.
*債= 빚 채, 빌리다. 빚돈.
*齧草(설초): 풀을 씹다. 齧=깨물 설. 동자(同字)囓
*坡頭(파두): 언덕 위, 언덕머리 .
[작자]
孔平仲(공평중, 생몰년 미상)
북송 임강(臨江) 신감(新淦) 사람.
자는 의보 (毅父) 또는 의보(義甫). 형 공문중(孔文仲),
공무중(孔武中)과 함께 강서(江西)에서 ‘삼공(三孔)’으로 불렸다.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부자 '삼소(三蘇)'와 더불어
문명을 떨쳐 "삼공삼소"라고 칭해졌다.
저서로는 『공씨담원(孔氏談苑)』과 『속세설(續世說)』,
『양세사증(良世事證)』, 『석패(釋稗)』, 『시희(詩戱)』 등이 있다.
원래 문집 21권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산집(朝散集)』 15권만 전한다.
《중국역대인명사전》 참조
[평석]
해질녁 가을 들판의 풍경을 담박하게 그려낸 수채화 같다.
시인은 자기 얘기를 한 마디도 안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시 속에 담아내고 있다.
먼저 백리를 달려온 서풍 즉, 가을바람 이란 표현에서
끝없이 너른 들판이 떠오른다.
화자는 지금 벼와 기장이 익어가는 향긋한 내음을 맡으며 들판에 서 있다.
졸졸거리는 샘물은 흘러넘쳐 도랑으로, 개천으로 흘러들며
가을소리를 내고 있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올벼들을 탈곡장으로 분주히 나르고 있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낮동안 제 할 일을 다한
늙은 소가 언덕 위에서 풀을 씹고 있다.
서서 풀을 뜯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석양빛에 누워서 한가로이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름 망중한(忙中閒)을 즐기고 있는 것이리라.
禾熟 (화숙 : 벼 익을 무렵)
孔平仲 (공평중)
百里西風禾黍香 (백리서풍화서향)
鳴泉落竇穀登場 (명천낙두곡등장)
老牛粗了耕耘債 (노우조료경운채)
齧草坡頭臥夕陽 (설초파두와석양)
백 리 들판에 서녘바람 선뜻 불고 벼 기장 향기롭게 익었는데
샘물 졸졸 바위 위로 흐르고 탈곡장에 곡식 들어온다
늙은 소는 이것으로 논밭갈이 채무를 얼추 갚았는가
꼴 씹으며 석양빛 언덕 위에 가로 누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