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수인이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특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매도인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2014다236410). 다운계약서 약정은 부동산 매매계약의 주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행을 거절해도 계약위반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이유로 거래를 거부하는 것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주택 매수인 김모씨가 매도인 이모씨를 상대로 "다운계약을 거부했다고 해서 부동산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계약금 4,000만원의 두배를 위약금으로 달라"며 낸 위약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2015년 5월 28일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동산 매매대금을 1억 5,000만원으로 정하는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씨의 요구에 따라 '매매대금을 7,400만원에 등기한다는 다운계약서 작성 특약을 추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는 매매계약에서 주된 채무가 아니라 부수적 채무에 불과해 김씨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씨가 매매계약의 해제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는 이씨가 양도세를 덜 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기 위해 이뤄진 것 뿐이라서 김씨의 다운계약서 작성의무와 이씨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13년 충남 예산군에 있는 이씨의 단독주택을 1억 5,000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4,000만원을 지급했다. 매도인 이씨는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매매가를 실제보다 낮은 금액에 다운계약서를 써달라"고 매수인 김씨에게 요구해 다운계약서 작성 특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매수인 김씨는 마음을 바꿔 다운계약서 작성을 거부했고, 매도인 이씨는 "약속한 다운계약서를 써주지 않는 것은 계약위반이니 집을 팔지 않겠다"며 잔금 수령을 거부했다. 매수인 김씨는 "이씨가 매매계약에 따른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니 계약을 해제하고 두배인 8,000만원을 위약금으로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매수인인 김씨가 이겼으나, 2심에서는 매도인인 이씨가 이겼다. 2심 재판부는 "다운계약서 약정만으로 매매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가 된다고 할 수도 없고, 다운계약서 작성 특약이 없었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의 특약은 매매계약의 부수적 사항이 아닌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고 밝혔다.
다운계약이란 양도세와 취득세를 줄이기 위해 실거래가를 낮게 신고하는 불법계약이다. 다운계약서를 쓰면 당사자들은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고 세액의 40%를 더 물어야 한다. 다운계약을 주선한 공인중개사는 자격을 잃고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