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미 알고 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한 반도의 두 배나 되는 면적입니다만, 그 면적의 25%는 사막 입니다. 즉, 남한과 같은 면적의 사막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알 카트리츠 섬 이야기와 버클리 스탠 포드 대학에 이어 실리콘 밸리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던 가이드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버스가 디아블로 협곡을 지나 사막지대로 들어서자 다시금 말문을 연다. 그의 설명은 자기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하염없이 이어나갔다. 승객들의 반응 같은 것은 이미 관심 밖이다. 승객의 삼분의 일은 깊은 단잠에 빠져있고 다른 삼분의 일은 비몽사몽을 헤매고 있고, 오직 삼분의 일만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우리고 있을 뿐이다.
“ 사막 중간 중간에 보이는 아몬드 밭이나, 다른 과일 밭이 푸르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이 사막지대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수도관 덕택입니다. 이 지대에는 강우량도 적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물을 공급 할 수 있는 취수원이 없습니다. 무려 1,600 마일이나 되는 지하 수도관을 매설하여 다른 지역으로부터 물을 끌어와야 하지요. 800 마일은 연방 정부의 지원으로 콜로라도 강에서 취수를 하고, 다른 800 마일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시에라네온 지역에서 취수 하여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사막의 대표적인 모하비 사막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 해 주고 있습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 남쪽부터 남동쪽으로 콜로라도 사막 인접 지역까지 뻗어 나간 모하비 사막은 , 캘리포니아 주, 네바다 주, 애리조나 주, 유타 주 등 4 개주에 걸쳐 있지요. 면적은 남한의 반 정도 됩니다. 이 지역은 고대에는 바다였으나, 화산 활동과 콜로라도 강의 퇴적으로 점차 사막화 되었다고 합니다. 사막이라 해도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중동의 사막과는 다릅니다. 군데군데 풀포기도 나고, 특히 년 중 우기 때 잠시 피었다 지는 사막의 야생화는 들판에 천연 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 냅니다.
( 조슈아 트리(Joshua Tree ) 1860년대 이곳을 여행하던 몰몬교 신도에 의하여, 붙여진 이름. 멀리서 보면 조슈아가 기도하는 모습과 같다고 한다. 조슈아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민족 지도자.)
이 지역에서만 자라는 죠수아(Joshua Tree)라는 나무는 150년 전 이곳을 여행하던 어느 몰몬교도에 의하여 발견되어 성경의 여호수아의 이름을 따 조슈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답니다. 특이한 모양 때문에 관광객들의 사진 모델로도 자주 사용 되지요.
한낮 뜨거운 태양열 아래 아무 것도 살 수없을 것 같은 사막이지만, 무려 3,000 여종에 달하는 동물이 서식하고 있답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저 쪽 멀리 산등성이에 뭐가 보입니까? “ 가이드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손가락으로 차창 밖을 가리킨다. 졸고 있던 승객들도 푸시시 눈을 뜬다. “ 이 모하비 사막은 년 중 강우량이 130mm 밖에 되지 안 습니다. 대신 낮에 섭씨 40 도를 오르내리는 강한 태양 광선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과 사막에 몰아치는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이 아주 제격이지요. 저 산등성이,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 촘촘히 들어 선 바람개비가 바로 풍력 발전기입니다. 모하비 사막에만 설치 된 풍력 발전기는 약 1,000 여대라고 합니다.
여러분! 제가 여기서 가장 확실하고 유망한 재테크 한 가지를 알려 드리지요. 제가 여러분들과 이 번 여행을 같이 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 승객들의 긴장 된 시선이 잠시 가이드에게 쏠린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이제는 잠에서 깨어 난 모양이다. “앞으로 에너지 관련 펀드나, 카지노 관련 펀드가 조성되면 무조건 제 일착으로 달려가서 투자 하십시오.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자리를 지켜 섰다가 약정금을 납부 하십시오. 찾아 온 기회를 차 버리면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우리 한국 국민들 아주 잘 하지 않습니까? 인기 있는 아파트 분양 할 때 며칠 밤새워 가면서 분양 신청하는 것. 성공하면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노다지 프리미엄이 인생을 바꾸는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에너지 관련 펀드는 상장 후, 6 개월도 안 되어 보통 4 배로 뛰고 카지노 펀드는 10 배까지 뜁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해바라기 판 아닙니까? 30 KW 용량의 풍력 발전기 한대의 값은 15만 달러 정도 됩니다. 두 대 정도만 설치 해 놓고 있으면 아이들 학비 걱정 안 하고 골프 치고 낚시하고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여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모하비 사막에는 유명한 에드워드 공군 기지가 있습니다. 한 반도에 분쟁이 생기면 최신예기가 동남아 미 공군 기지에서 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도 발진 합니다. 또 한 이곳에는 퇴역한 비행기 또는 오래 된 비행기들을 보관하는 비행기 보관소도 있습니다. 비행기들을 부식 시키지 않고 오래 동안 보관 할 수 있는 장소로는 강우량이 가장 적은 모하비 사막이 제격이라는 판단이지요. 손질 해 다시 쓰는 비행기도 있지만, 주로 오래 된 비행기를 해체하여 부품을 재활용 한답니다. 현재 보관되어 있는 비행기 대수는 약 9,000대 정도라고 합니다. “ 어느 덧 버스는 캘리포니아 주의 거대한 등줄기를 이루고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남쪽 협곡을 진입하고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이르는 입구다. 울창한 숲속을 달리는가하면, 곧 이어 산허리를 돌아 나와 지나 온 뒷길이 풀어 놓은 실타래처럼 멀리 내려다보인다. 산과 산 사이를 돌아드는 아스팔트 도로는 S 자를 그리며 산등성이를 수도 없이 오르내린다. 차창을 스치는 울창한 숲, 그 자체가 풍광이다. 몇 백 년은 되어 보이는 아름드리나무들이 협곡을 가득 채우고 있다.
높은 산등성이를 돌아 나와 내리막길을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의아 해 하는 승객들의 시선이 운전석을 향한다. “ 산 불 입니다!” 모든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전면을 향한다. 버스 전면 유리창을 통하여 보이는 곳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두 대의 붉은 색 소방차가 도로변에 서 있다. 전면뿐만이 아니었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은 왼쪽 창가에서도 보였다. 자세히 보니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여러 곳에서 흰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피어오르던 연기는 곧이어 붉은 불길을 토해 내고, 불길은 점점 꼬리를 달고 바람을 타고 산 위로 번져 나간다.
이제 차들은 더 이상 진행을 안 하고 길가에 길게 행렬을 이루었다. 모처럼의 기회! 일생에 단 한번 볼 수 있는 산불을 외면 할 수 있는가? “ 길을 막은 것인가? 혹시 오늘 요세미티 관광은 끝난 건 아닌가?” 모두들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소방차 주위에 서성이는 소방관들의 행동이다. 전혀 긴장감이 보이지 않고 잡담들을 하고 있다. 모처럼의 기회!, 소방관들의 산불 진화 작업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 떠있는 승객들에게는 의외의 광경이다.
“ 저 놈들! 어째 산불이 번져 나가는데 저렇게 태평이람.” 누군가 투덜대는 소리가 들린다. 승객 모두의 느낌을 대변하는 투덜거림이다. “ 산불 진화를 위한 맞불이랍니다.” 소방관을 만나보고 온 가이드의 설명이다. 산불은 산 너머에서 일어나서 이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인위적으로 진화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 이 곳에서 맞불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산등성이를 따라 소방 호수 같은 흰색 줄이 높은 곳에서 부터 아래로 여러 가닥 드리워져 있다. 맞불을 만드는 방화 기구다. 아래에서 조작하면 가닥을 따라 불이 붙어 산 위로 불길이 번지는 것이다. 소방관들의 유유 자적한 행동을 이해 할만 하다. 조금 전 버스가 산등성이를 돌아 나올 때, 차창 밖으로 멀리 흰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는 그저 “ 저 속에 인디언들이 살고 있나? ‘ 하고 어줍지 않은 생각을 하며 지나쳤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대형 산불인 것이다. “ 저도 이 코스를 60 여 차례 다녀 보았지만 산불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또 진화 작업을 보기는 처음 입니다. 하늘이 주신기회지요. 여러분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
승객들은 가이드의 말도 귓전에 흘려듣는다. 차창 밖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필사적이다. 아이들의 놀란 눈망울도 바깥 풍경을 살피 느라 바쁘다. 무엇보다 다행한 것은 길이 차단되지 않은 것이다. 다소 지연되기는 하였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버스는 갈 길을 재촉한다. 2008년 7월 30일자 중앙일보 LA 지방판 신문에는 이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 지낭 25일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텔레그래프 산불“이 발생 6일 만에 40% 의 진화 율을 보이고 있다. 합동 소방 국에 의하면 30일 현재 산불로 50 평방마일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 21채, 외곽 건물 32채를 태우며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폐쇄됐던 요세미티 국립공원 아크릭 입구로 향하는 140번 하이웨이는 30일 오후부터 재개 된다. “ 조금만 늦었더라도 그 날 요세미티 국립공원 탐방은 물 건너 갈 뻔 했다. 인생은 순간의 차이로 명암이 갈리는 것이다. ( 16 편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