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1부

[신금재]

그때 그 시절

"네 나이 생각은 안 하니?"
어느 해 겨울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만두를 빚다가 대학교 입학을 하겠다는 며느리에게 시
어머니는 이렇게 반문하셨다.
"제 나이 이제 겨우 30대 중반이에요."
하긴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작은 아이는 유치원생 게다가 시동생 둘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막내 시동생은 지방 분교에 다니느라 학비 외에도 방세와 식대 그리고 용돈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어느 누가 보아도 공부할 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부할 기회가 서서히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새해에는 막내 시동생이 무역학과를 졸업할 예정이고 남편도 지방발령을 받아서 
오는 새봄에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시어머니는 내게 공부는 무슨 공부냐, 지방에 내려가려면 운전이나 배우라고 하시면서 채근하셨다.

결혼한 직후 우리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거제도에서 살았다.
장승포 포구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서 큰아이를 키우며 살다가 남편의 향수병 덕분에 
다시 인천 본가로 오게 되었다.
그때 그 섬을 떠나오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은 기회가 되면 이 섬으로 여행은 오겠지만 살기 위해서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자라는 아이들이 시골로 내려가면 도시에서 누리는 모든 문화적인 혜택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라고 하였다.

시댁에서 탈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하였다.

그럴 수도 있었다.

남편 직장 따라 아이들 데리고 간다는데 시댁을 떠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그런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마음의 손이 강하게 흔들면서 거부의 몸짓을 보내왔다.

둘째 아이를 낳으니 스무 평 남짓 한 지붕 아래 여덟 식구가 오밀조밀하였다.

스트레스로 아기 낳은 지 3주도 안 되어 젖은 말라버리고 가슴 속에는 커다란 돌멩이 하나 매달려 늘 속이 거북하였다.

섬에서 남편이 출장 가는 날이면 비가 오고 태풍이 몰려왔다.

그런 날의 외로움과 공포감 그리고 검은 침묵의 얼굴로 다가오는 적막감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더 힘들었던 것은 남편의 적은 월급으로 두 집 살림을 해야 했던 일이다.

등록금이 나오면 시누이에게서 편지가 날아왔다.

언니, 우리도 언젠가는 밝은 날이 오겠지요 하면서...

대리 봉급으로 두 명의 대학 등록금을 내고 돌아오는 길 하늘을 쳐다보면 흘러가는 구름이 걱정덩어리로 보였다.

바닥난 통장을 보고 하늘 한 번 쳐다보면 그때부터 아기 우윳값, 연탄값, 날아오는 고지서가 구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 날 인천 본가에 마루가 내려앉았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재형저축을 탄 남편이 내게 의논 한 마디 없이 송금하였다.

말없이 송금한 남편이 너무 미워서 덤벼들었지만, 워낙 고집 센 남편을 이기기에는 내가 너무 나약했었다, 그때는.

어머니는 빨리 운전을 배워서 시골에 가더라도 불편하지 않게 하라고 성화하셨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원서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사가 되는 것은 철들기 전부터 바라왔던 나의 유일한 꿈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았던 병마와의 싸움으로 나의 꿈은 좌절되었고
이제 그 깨어진 꿈 조각을 다시 주워서 맞추기 위한 퍼즐 놀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유아교육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유아교사가 되기 위해서 여러 
길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침 작은 아이 담임교사를 통해서 방송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좀 길긴 하지만 주부로서 살림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
고 졸업 후에는 정교사 자격증을 준다는 것이었다.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날로 졸업한 고등학교에 가서 성적증명서를 떼고 원서를 사서 접수를 하였다.
창구 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말했었다.
"유아교육과는 좀 어렵지요.입학하기도 어렵지만 졸업하기는 더 어렵지요."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래요. 제가 보여 드리지요."
몇 일 후 합격통지서를 받았고 남편은 지방(음성)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날부터 우리 집 저녁 밥상은 책상으로 변하게 되었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면 각자의 책을 들고 책상으로 모여와 둘러앉았다. 큰 아이는 숙제를 
들고 오고 작은 아이는 동화책을 가져오고 나는 이름도 생소한 "유아교육개론"과 "아동발달"
등 전공서적을 보고...
그렇게 한 학기가 바람처럼 지나갔다.
전공과목 성적보다 교양과목 성적이 더 좋은 이상한 성적표를 받아들
고 한참을 생각하였다.
"이걸 어쩐담......"
그러나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생소한 유아교육용어들과 친해지려면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한 달에 한 번 있는 유치원 자모 대화로는 유아교육 정보를 얻기에 너무 부족하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교실청소였다.
아이가 수업을 마칠 시간이면 청소를 핑계로 작은 아이 교실에 찾아갔다.
때로는 아이들 작품 정리도 하고, 환경판도 고치고 , 선생님 자료준비도 도와주면서 내 전공
공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유치원 교사 한 분이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으니 근무를 해 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갑자기 심장 뛰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 소식을 누구에게 먼저 전해야 하는지 갈등이 일어났
다.
애써 흥분과 놀라움을 감추며 생각할 시간을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제 일인삼역이 시작되었다.
주부로서, 학생으로서, 교사로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였다.
다행히 어머니께서 살림을 도와주셨는데 그 다음 해에는 미국에 사는 작은 집을 방문하시게 
되어 더는기댈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도 그 바쁜 와중에 장학금을 받으면서 한 학기에 천 원씩 내면서 무사히 4년 만에 졸업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교사자격증을 받으니 뜻밖에 마음이 담담하였다. 

다만 나이 사십이 되기 전에 마치려던 계획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치원졸업식 날 아이들이 건네준 안개꽃 사이로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붉은 장미 꽃송이로 지나가고 있었다.

유치원 원장님과 동료 교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였다.

특별히 원장님은 나에게 세 번째 어머니처럼 나를 키워주셨다.

학부형으로 만나 교사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셨다. 나를 낳아준 친정어머니, 살림을 제대로 못 하는 며느리 인생공부 시켜준 시어머니 그리고 원장님.

세 분의 어머니에게 감사의 절을 바친다.

그리운 내 나라 내 조국

그로부터 5년 후 우리는 캐나다로 이민 오게 되었다.
짐정리를 하면서 문득 교사자격증이 눈에 띄었다.
남편은 모든 엔지니어 관련 자격증을 번역해서 공증을 받는다고 준비를 하는데 난 번역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캐나다에 가면 이 교사자격증은 한낱 종이에 불과할 텐데 번역은 무슨.....
그래도 고생하며 딴 것이니 가져가야지 하면서 가방 한쪽에 밀어 넣었다.

이민 와서 일주일 동안은 이곳에서 살기 위한 서류들을 만들러 다녔고 다음 일주일은 몸
살로 앓아누웠다. 몸살이 거의 나아갈 무렵 지역신문을 보다가 구인광고를 발견하였다.
데이케어(어린이집)에서 1급 교사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내용으로 보아 1급은 높은 급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바로 전화를 하였다. 사람 대신 전화응답 기계가 메모를 요구하였다.
나는 최대한의 영어실력을 발휘해서 한국인이고 유아교육을 전공했으며 이곳에 온 지 보름이 
되었는데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를 끊으면서 연락을 기다리는 것은 무리라고 자신을 위로하였다.
그러나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연락받았다.
뮤리어라는 할머니였는데 그녀는 데이캐어의 오너였고 내일 12시 반에 찾아오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었다.
그런데 참으로 난감하였다.
무엇을 가져가야 하나?
한글로 된 서류뿐인데, 할 수 없지 그거라도 가져가자
그 케네디언 할머니가 한글을 알리도 없는데 난 가져간 서류를 일일이 설명하였다.

저, 이거는요 한국 정부에서 발행한 교사 자격증이고요. 저거는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근무하였던 경력서이지요.

아참 이거는요 매우 특별한 상장이에요. 표창장이라고 하는데요. 유치원에서 아이들 잘 가르치는 교사로 뽑혀서 특별하게 아주 특별하게 주는...  맞아요 아주 스페샬하게 주는 상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듣더니 이력서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난 솔직히 말하였다.
이력서를 쓸 줄 모른다고 하지만 오늘 집에 돌아가면 배워서 내일 가져올 수 있다고 하였다.
할머니는 흔쾌히 그러라면서 배웅해 주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우리를 공항에서 픽업해 주었던 남편 친구를 찾아가서 이력서 쓰
는 법을 배웠다. 한국처럼 가구주 이름을 쓰지 않았고 재산도 나이도 필요 없었다. 이 부분이 제일 마
음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준비한 이력서를 전해주기 위해 데이캐어로 찾아갔다.
단지 이력서를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부터 일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 물론이지요.

현관문 유리를 닦아달라고 하였다. 신문지에 물을 적셔 먼지를 닦아내고 다시 마른 종이로 다시 마지막 점검하면서 유리를 비추어보니 맑은 캘거리 하늘이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책장 안에 책들이 너무 낡아 보였다.

쭈그리고 앉아서 떨어져 나간 책장들을 일일이 테이프를 붙이고 접힌 부분들은 펴주고 하면서 책 정리를 마치고 다시 둘러보니 주방이 보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들을 설거지하였다.

막 손을 닦고 돌아서려는데 할머니가 뒤에서 다가와 안아주더니 원더풀, 하며 손가락을 펴 보였다.

케네디언 아이들과 전 세계 인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놀이하고 배우고 잠자고 먹고 하는 곳-데이 케어

아이들 다루는 일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의사소통이 문제였다.

나름대로 학교 다닐 때 영어 과목을 잘하였고 이민 오기 전 선교사들에게 영어를 배워서 잘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케네디언 중에도 영국에서 온 이민자들은 발음이 알아듣기 어려웠고 우리가 배우던 표준 영어가 아닌 모두 제각각이 다른 억양으로 

말을 하니 도무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영어 학교에 등록한다는 내게 ESL은 뭐하러 가요. ESL은 좝을 구하러 가는 건데 이미 좝이 되었는데 뭐하러 가누냐고

하면서 말렸다.

정식으로 영어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배치고사를 보러 다운타운에 있는 보우밸리 컬리지로 향하였다.

말하기, 듣기, 쓰기, 문법 등 테스트를 하였는데 역시 나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듣기였다.

그래도 인터미디아 코스-중간 정도의 영어 등급반-에 가게 되었다.

5월 중순부터 12월 크리스마스까지 모두 세 학기를 무료로 공부하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였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하였고 

마지막 업그레이드 코스에서는 매일 저널을 써야 하는 엄청난 숙제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돌아보면 그래도 그때 나의 영어 실력이 계단처럼 하나하나 올라가는 시간이었다.

영어학교에 가기 전 뮤리얼 할머니를 찾아갔다.

아무래도 영어를 더 배우러 가야겠어요. 오전 9시에 시작하면 오후 2시에 끝나는데 당분간 일을 못하지 싶어요. 하였더니 할머니가 

그래, 그럼 내가 2시에 학교에 데리러 가지요. 하였다.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다.

할머니에게 진 신세를 생각하면 당장 그만둘 처지가 아니었고 할머니의 성의를 보아서라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주정부 특별 프로그램인 이그젬션-면제 -혜택이 있었다.

외국에서 교사 생활을 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인데 나중에 러시아에서 온 알리샤에게 좋은 정보를 듣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교사자격증을 주 정부에 보내면 앨버타 교사 자격증으로 바꾸어준다는 것이다.

한국에 바로 전화 연락하여 주 정부 주소를 알려주고 국제 메일로 부쳐달라고 하였다.

그때가 6월이었는데 8월이 다가오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고무풍선처럼 희망에 부풀어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 빠진 풍선이 되어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겨우 기운을 차리고 용기를 내어 주 정부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헬로우,제 이름은 애나입니다. 데이케어 서류를 보낸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요... 서류 진행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요.

아, 예. 보내주신 서류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본이더군요. 저희는 원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성적증명서도 보내주기 바랍니다.

에이, 그럼 진작에 알려주지.

다시 한국에 전화하여 원본과 성적증명서를 주정부에 보내도록 부탁하였다.

한여름 캘거리 햇볕은 너무 뜨거워서 모든 것을 녹여버리려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아침에는 영어학교로 수업이 끝나면 할머니 차를 타고 다시 데이케어로 집에 오면 저녁 준비하고 밤에는 숙제하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마치 대량생산하는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기다리는 주 정부 서류는 8월이 다 가도록 오지 않았다.

절망의 바다는 아직도 나를 떠나지 않아 허우적거리는 몸짓이 계속되던 어느 날 현관문 옆 우체통에 누런 서류 봉투가 꽂혀있었다.

무슨 서류지하며 열어보니 앨버타주 정부에서 보낸 편지였다.

편지 맨 앞 장에 무언가 축하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무언가 다른 서류도 있어야하는데 달랑 편지 하나였다.

참 이상하다하며 일어서려는데 무언가 툭, 하고 서류 하나가 떨어졌다.

주정부 서류에 찍히는 사자 그림의 직인이  앞장과 맞물려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데이케어 CERTIFICATE였다.

주저앉아서 목놓아 울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놀라서 다가와 안아주자 우리는 함께 울었다.

주정부에서 주는 최고의 자격증 -LEVEL 3-였다.

다음날 데이케어에 출근하여 자격증을 전해주었더니 다른 센터에 있던 뮤리얼 할머니가 찾아와서 기쁜 소식이라며 안아주었다.

내심 월급이 오르겠지, 하였는데 아마도 파트 타임이라서 그랬는지 여전히 두 달이 지나가도록 같았다.

때마침 함께 근무하는 미리암이 

애나, 학교에 가면 거기에 좝을 구하는 게시판이 있다던데 내 자리 좀 알아봐 주겠어하며 물어보았다.

슈어, 하고 대답을 하였으니

수업 중간 휴식 시간에 내려가 보았다.

거기에는 미리암 자리도 있고 내가 갈 자리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중으로 인텨뷰를 오라는데 어쩌나, 하고 주소를 보니 이 빌딩 메인 로비에 있다고 하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였던가.

내가 영어 공부하는 보우밸리 컬리지 메인 로비에는 데이케어가 하나 있다.

CHILDREN DEVELOPE  센터- 아침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으로 보이던 곳, 나는 우리 교실이 있는 5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옆눈으로 데이케어 현관문을 

보기만 하였지 한 번도 들어가 볼 용기를 내지 못하였다.

왠지 두려웠다.

그때가 이민 온 지 3개월, 누군가 케네디언들하고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인터뷰 장소는 바로 그곳이었다.

수잔이라는 매니저는 아주 뚱뚱하고 젊은 여자였다.

요구하는 모든 서류들을 포트폴리오에 넣어 내밀었다.

나는 지금 5층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2시에 마치면 북서쪽에 있는 데이케어에 가서 파트타임으로 일합니다.

그러자 우리는 내일부터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금 게약을 하자고하였다.

모든 상황이 두배로 달라졌다.

월급도 두 배 베니핏도 두배 그리고 공부를 마치면 내년부터 하루종일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야호, 신난다.

그런데 아, 이일을 어쩌나.

뮤리어 할머니에게 전화하였다.

오ㅡ 노우ㅡ 노우 만 연발하는 할머니에게 정말 미안하였다.

할머니는 그 뒤로 몇 번 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오기도 하였고 데이케어 교사 연수장에서 만나면 안아주면서 

따스한 눈길로 이야기하곤하였다.

낯선 땅에서 마음으로 따스하게 대해주었던 뮤리어 할머니는 아이리쉬 이민자였는데 성패트릭데이가 다가오는 

요즈음 더 그리워진다.

데이케어에서 근무할 때 수첩을 목에 걸고 다니면서 모르는 단어를 적어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고 흥미로운 단어는 

그때그때 말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하면서 영어를 익혀나갔다.

오늘 배운 단어를 내일 적절한 시간에 다시 써보는 일은 마치 아기가 배운 말을 자꾸 반복하며 배워나가는 것 같았다.

언어의 지름길은 특별한 것 없이 그저 반복된 연습-프랙테스 그것뿐이었다.

한국에 어머니를 방문하고 돌아온 어느 날 매니저가 찾았다.

애나, 더 좋은 포지션이 있는데 한번 어플라이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근무하던 보우밸리 컬리지에서 석유회사 본사 안에 있는 데이케어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먼저 함께 근무하던 케네디언 동료 교사를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애나ㅡ 그 수첩 어디 갔어 하고 물었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이제 그 수첩은 졸업했어, 하였다.

 로리라는 그 교사는 내가 목에 수첩을 걸고 영어 단어를 적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하였다.

이민 준비하면서 한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서류를 화일로 만들면서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정작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이곳에서 교환해준다는 것은 몇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한국의 유아교사자격증이 여기서 가장 높은 급수인 3급으로 인정받는다는 것
과 다른 민족에 비하여 매우 발달한 소근육기술 그리고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부지런한 한국인의 성실성을 동시에 느꼈다.
난 지금도 가끔 어머니께 농담으로 이야기한다.

"어머니, 그때 공부하길 정말 잘했지요? 나이 생각 안하고..."
어머니는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미소로 대답하신다

written by 신금재 
2004-01-17 오후 2:40:45

[꽃님]

8,200자 인데요 ㅎㅎㅎㅎㅎ

[신금재]

거의 두 편 이네요
1---그리운 내 나라 2---내가 살아가야할 나라 이렇게 두 편으로 나누면 어떤지요

[신금재]

1부 3000자 2부 5000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