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만나는 아버님】
꽃 따라 봄 따라 오니까
우리 집 작은 꽃 밭에도 저만치 라일락이 피고 있었다.
우리 시골 작은 화단엔
아버지가 심어 기르시던 몇 가지 꽃나무가 있다.
황매화, 라일락, 모란, 장미 등이다.
그 아래 바위취, 기린초, 수선화, 튤립이 자라고 있다.
나무를 지독히 사랑하셨던 아버님을 보듯 꽃나무를 보곤 한다.
식목일엔 모든 일정을 미루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하여
하루전날 부산으로, 창원으로, 진해로 나무 시장을 찾았다.
아버지 산소 앞에 심을 나무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금목서,황금 실화백,황매화,말채나무,은행,고로쇠,배롱나무,왕벚나무를 사고
영산장에 들러
신고 배나무,대봉,복숭아,호도,구지뽕,살구,왕매실,꽃사과,호도 등
과일나무도 구했다.
시장에서 미꾸라지, 얼갈이 배추, 숙주나물도 준비하였다.
집앞 논머리에는 샛 노란 수선화가
노란 웃음꽃을 피우며 나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개나리도 긴 팔을 내밀며 안아 달라고 졸라 되었다.
나를 보기 위해 온 봄 동안 밤낮으로 모여
목 놓아 노란 나팔을 불면서 손꼽아 기다렸는데
왜 이제 왔냐면서 황금의 눈물을 흘리면서 지쳐 앉아 있었다.
연락을 하지 못하고 왔는데
엄마의 밥상이 금방 차려졌다.
찹쌀이 섞여진 쌀밥이 너무 맛있었다.
미역국도 금방 끓여진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칼치 구이도 있었다.
갓 뽑아온 풋 마늘과 된장의 맛은
봄 채소가 최고의 반찬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4월5일엔 아버지 산소를 돌아보고 몇 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해서 시골에 올 것이라는 것을 어머니는 알고 계셨다.
산 밭을 돌아 보니 2년전에 심은 장미가 지난 가뭄으로 대부분 죽어 있었다.
무척 안타까웠다.
산 밭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
어릴 때 지독히 나무를 심었던 그 자리에 오늘 내가 다시
복숭아,매실,감,뽕나무를 심었다.
3년전에 심은 앵도는 작년에 열어서 맛을 보았고
올해는 배와 자두나무가 꽃이 피었다.
내년 쯤 사과나무, 감나무가 꽃이 필 것 같다.
아버지가 심으신 큰 은행나무를 껴 안아 보았다.
한참을 꼭 껴 안고 있었다.
올려다보니 새싹이 트고 있었다.
아버지를 보는 듯 가슴이 저려 왔다.
산수유는 꽃이 지고 있었다.
열매를 메단채 꽃을 피우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매화는 나를 기다리다 지쳐서 꽃이 다 져 있었다.
큰 돌 복숭 한그루가 연분홍 꽃을 피워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앞산 산소에 가서
증조부님 앞에 은행 2그루, 배롱나무 1그루 반송 1그루를 심고
조부모님과 아버님 산소가에
은행, 배롱, 반송을 차례대로 심었다.
종조부님 산소 앞에도 배롱나무를 심었다.
2년전에 심은 매화가 잘 자라고 있었고
산수유도 제법 잎이 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에 심은 상사화가 제법 잎이 나오고 있었다.
올 가을 추석 때면 상사화가 피면 조부모님과 아버지가 무척 좋아 하실 것 같았다.
내년엔 수선화를 가져다 심어서 조상님들을 더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다.
봄이면 매화, 산수유, 수선화, 여름이면 배롱나무, 가을이면 상사화가 피고
은행의 단풍을 보는 조상님들의 기쁨이 빨리 와야 할 텐데
내년에는 퇴비를 덤뿍 넣어야겠다.
한참을 산소가에 앉아서
어릴 때의 증조부님 모습과 할아버님, 할머님 얼굴을 그리며
나와 가족의 앞날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다.
아버님께는 나무를 가르쳐준 은혜에 감사함을 전하며 고개 숙여 빌고 또 빌었다.
돌아오는 길에 벚나무를 보기 위하여 저수지 둑에 올라 가 보았다.
50여년 전에 제일 교포분이 심은 벚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저 골짜기에 길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숲속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는 날을 내 생전에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희망을 가져 보며 물끄러미 서 있으니
해가 서산에 넘어가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었다.
09.4.5. 식목일 여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