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지나 개나리, 목련, 벚꽃 등 하루가 다르게 꽃들이 피어나고 있는 3월 28일(화) 본당 설정 25주년 기념 열 번째 성지순례로 보좌신부님과 수녀님을 비롯해 94명의 신자가 요당리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화성시 양감면에 위치한 요당리 성지는 장주기 요셉(1803-1866) 성인이 태어나 성장한 곳이다. 그의 6촌 형제 복자 장 토마스(1815-1866)와 또 현재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순교자 133위 중 하느님의 종 지 타대오(1819-1869)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성지순례 출발 전 주임 신부님의 강복을 받고, 부임 후 본당 신자들과 처음으로 25주년 기념 성지순례에 함께한 이찬희 보나벤뚜라 보좌신부님의 기도로 순례가 시작되었다.
요당리성지에 도착하니 뱃길이 드나들던 바닷가였다는 지리적 영향 때문인지 성지는 아직도 겨울을 지내고 있었다. 여기저기 봄을 맞아 작은 생명들이 움트고 있는데, 성지의 나무들은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모진 겨울을 보내면서 새잎과 새 꽃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기나긴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하며 희망을 키우고 있었다.
미사 전에 먼저 기도의 광장 오른쪽으로 조성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쳤다. 예수님 ‘손’에 주목해 만든 특별한 조형물로 조성된 십자가의 길은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순교 성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신앙을 묵상하게 했다.
십자가의 길 기도 후 봉헌된 미사에서 성지 전담 신부님은 요당리 성지와 순교자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신부님 말씀에 의하면 예전에 요당리 성지는 서해의 바닷물이 들어오면 늦게까지 차 있어서 ‘느지지’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남양 방조제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일반적인 성지순례의 특징은 순교지에서 순교하신 성인, 복자, 하느님의 종들을 기억하는데, 요당리 성지는 순교지가 아니고 순교자들이 태어난 곳이다. 대표적으로 요당리에서 태어난 장주기 요셉 성인을 현양하고 있다. 그리고 장주기 성인과 친척이 되는 복자 장 토마스, 하느님의 종 지 타대오, 림베드로, 조명오(베드로), 홍원여(가를로) 순교자가 이곳에서 태어나 1866년 병인년 박해 때 모두 순교했다. 아울러 장주기 성인의 친인척인 장경언을 비롯한 다섯 분의 순교자와 기해박해 때 이곳으로 피신 온 앵베르 주교님을 돕다 순교한 정화경 안드레아 성인과 민극가 스테파노 성인을 기억하고 있다.
성지 신부님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신앙을 위해 순교로서 모든 것을 봉헌한 순교자들의 마음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또 사순시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누구보다 사순시기를 가장 잘 마무리했던 분들이 순교자들이었듯이 우리도 사순시기를 잘 마무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사를 봉헌하고 아직도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요당리 성지에서 순례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앙 선조들의 믿음을 이어받고 가는 우리들의 모습인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신앙의 빛을 밝혀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성지를 순례하는 우리가 굳은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오늘날 사랑을 증거 하는 삶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