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동 고색동 오목천동 경로잔치 대성황 이뤄 _1
17일 오전 11시부터 내가 사는 권선구 고색동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가 열린다는 현수막을 보고 찾아갔다. 노인잔치라면 인당수 용궁이 떠오르지만 아침부터 잔치에 갈 것을 생각하니, 기다려지는 늙은이 마음이 다 그러했을까. 아침식사는 평소보다 조금만 해야겠지? 자문자답하며 삼일을 굶는다는 옛말처럼 간략하게 하고 시간을 맞춰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럴 수가! 찻길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장난이 아니었다. 슬그머니 뜸에 끼어 "잔치에 가시나요?"하고 알면서도 물어보며 쑥스러워 웃어보였다. 그 할머니 부대는 일행이 되어 괜찮아 보였지만 나는 갈 수 없는 자리처럼 생소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는 터라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 중요할 것 같았고, 이곳 고색초등학교 강당의 행사장에 도착하니 너무나 뜻밖의 일이었다. 아직도 열한 시가 되려면 오 분은 남았는데 강당 안은 자리가 모자라 밖에 까지 포장을 치고, 바닥에는 스티로폼을 편 가운데 역시 앉을 곳이 없었다. 하기야 나는 잔칫상을 받을 목적은 아니었기에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곳곳을 다녀 보았다. 우선 강당 안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만 했다.
평동 고색동 오목천동 경로잔치 대성황 이뤄 _2
차려진 잔칫상과 어르신들로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식전행사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사물놀이와 민요, 가요, 실버라인댄스, 전통무용 등이 펼쳐지고, 열한 시 30분 부터는 내빈 소개와 함께 모범 노인에 대한 시장 표창 수여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제2부시장이 대신한다고 했다.
또 노인복지 기여자에 대한 이곳 권선구청장의 표창이 있었는데 수상자는 평동 새마을 부녀회 총무라고 했다. 이어서 평동주민자치회장의 개회가가 있고, 제2부시장 인사에 이어 정미경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의 축사와 어르신들께 올리는 큰절이 있었다. 이곳 민의를 잘 받들어 종이 되겠노라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어르신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 초심이 여의도나, 도의회, 시의회에 순수하게 살아있기를 내심 바랄 뿐이었다.
잔칫상을 받고 흐뭇해하시는 어르신들을 향해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는 것은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뿐만이 아니었다. 이곳 평동주민센터는 평동, 고색동, 오목천동을 아우르고 있는데 평 동장을 비롯하여 소속 단체장들도 모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살기 좋은 이곳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심들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켜보는 동안 1부 행사가 끝나고 평동경로당 협의회장이 건배를 제의하며 오찬과 함게 어르신들의 노래자랑이 열리기도 했다. 효의 도시답게 이곳 고색동에서는 평동주민자치회가 주관하여 해마다 이맘때 경로잔치가 열리고 있다. 지역내 여러 기관과 단체, 기업체 등의 협조를 받아 봉사자들의 노고의 결실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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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에 나와 대접을 받는 어르신들께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 해당 관내의 노인 수는 만65세 이상이 3천466명이라고 했다. 또 백세 노인이 다섯 분이며 104세 노인이 한분 사신다고 했다. 아마도 이날 참석자 수는 1천명쯤이 되지 않았을까싶다. 그 많은 분들의 입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쉴 새 없이 발이 붓도록 쟁반을 들고 뛰어다니는 봉사자들의 눈물겨운 모습을 보며 이것이 어디 남의 일이냐 싶었다. 나도 한자리에 끼어 앉아 노인 대접을 받았지만 배부르게 저마다 추가 주문도 가능해 맘껏 먹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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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의 메뉴를 살펴보니 쌀밥, 쇠고기국, 쇠고기볶음, 잡채, 약과, 머리고기, 부침, 동그랑땡, 김치, 소주, 막걸리, 음료수캔 등 모두 열다섯 종류가 되었다. 이 얼마나 큰 잔치인가. 옛날처럼 못 먹고 못 사는 시대가 아니기에 음식 잔치에 대한 위상도 옛날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이 모두가 노인을 섬기는 의미 말고 뭐겠는가 싶었다.
고색(古索)동이라는 옛 생각을 갖게 하는 동네에서 미풍양속의 노인공경 행사를 갖는 것은 이름값에 딱 어울리는 행사일 것 같았다. 물들어가는 이 가을과 함께 내년 행사에는 몇 분이나 또 낙엽처럼 떨어져 나갈지, 아니면 구구 팔팔을 과시하듯 흥에 겨운 모습으로 덩실 덩실 어깨춤을 추며 즐거워하실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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