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스파라거스 모종에 애벌레가 끼기 시작해 잎을 사정없이 갉아먹는다. 아침 저녁으로 모종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애벌레를 찾아 손으로 잡아들인다. 하루에 십여마리 정도.... 이미 모종판에서 20여구가 형체를 잃었다. 요즘 이 친구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크다.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바로 아래 사진에 있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 이름 자체가 "아스파라거스 잎벌레"다. 성충이 아스파라거스 잎에 유충을 낳아놓고 그 유충은 아스파라거스 잎을 먹고 자라다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된단다. 유충을 낳을 때 대부분 아스파라거스 꼭대기에 낳아놓는 듯하다. 이때는 아주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유충은 제일 위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잎을 모조리 갉아먹는데 점차 통통해져서 눈에 확 띤다. 이때쯤이면 이미 아스파라거스는 절반 이상 손상이 난 뒤다.
어미(성충)의 입장에서야 자식(유충)을 낳음에 있어 그 자식이 충분히 먹고 자랄 최적의 환경을 선택한다는 것이 천륜의 도리인 줄은 안다. 허나 장기간(15년)을 키워가며 나의 생존을 모색할 요량으로 선택한 작물인데 그 시작점에서 이 친구들과 생존전선에 맞닥드리고 보니 그저 황망하다.
어쩌겠는가. 내가 이 친구들과 24시간 내내 대적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농약으로 확 싸발라버릴 만한 위인도 못되고 하니, 나는 그저 드문드문 눈에 띄는 데로 손에 잡히는 데로 처신하는 정도와, 친구들 또한 나의 전선 이탈을 뜸타 요령껏 처신하는 정도에서 타협전선이 그어지지 않을까... 이게 자연의 타협점이 아닐까....
이 친구들 땜에 내가 마음 고생이 크긴 컷나 보다. 슬데없이 글이 길어지는 걸 보니....ㅎ
"아스파라거스 잎벌레" 성충
"아스파라거스 잎벌레" 유충
첫댓글 ㅠㅠ 그런 벌레가 있었군요. .....
부디 협상과 대화가 가능한 벌레이기를 -/-
저도 자료 조사하다보니 이 녀석이 등장하더군요.
협상과 타협이란 없는 박근땡같은 벌레이므로 가을에 베어낸 대와 줄기는 몽땅 태워야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