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있을 여성을 위한 셀프디펜스 No Woman No Cry 강의 최종 준비를 하다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순위에 오른 검색어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지난 토요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2005년 신정동에서 일어난 두 건의 연쇄 살인 사건과 2006년에 일어난 미수 사건을 다룬 내용관 관련된 것이었다.
아래 링크를 확인하면 줄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납치되었다 탈출한 여성은 용감하게 그 당시의 일을 증언해주었다.
탈출해서 살아남은 여성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고, 또 용기를 내서 증언해준 것도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기도한다.
그러나 셀프 디펜스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희생자들이 몇 가지 크라브 마가 기술을 알았다면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너무 커서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음은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1) "(범인이) 말을 걸었다. 손을 확 낚아채서 따라갔다. 커터칼이 보였다”
→ 장소는 공휴일 오후 신정역 근처이고, 범죄자의 은거지 혹은 범행장소로 납치되는 상황이다.
공휴일을 감안하더라도 역근처는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곳으로 범죄자의 은거지보다 훨씬 안전한 장소다. 도움을 구할 수도 있고, 도망갈 수도 있다. 반면 범죄자들의 장소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설령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끌려가지 않도록 최대한의 저항을 해야 한다.
2) 범인은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흉기는 커터칼이다.
→ 위협을 한다는 것은 지금 바로 죽이지는 않는 상황이다. 대로변에서 살해하는 게 아니라, 납치해서 끌고 가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흉기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커터칼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날카로운 흉기로 위협당하게 된다면, 누구나 상당히 놀라게 된다. 그리고 놀람과 동시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얼어붙는 상황Freeze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돼있다면 커터칼로 허리 뒤를 찔리는 것보다 납치됐을 때 죽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판단하고, 과감하게 저항하고 최대한 리스크를 낮추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3) "죽은 척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 물론 생존자는 잠시 이런 생각을 했을 뿐 범죄자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도망갔다. 매우 잘한 행동이다. 하지만, 죽은 척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은 그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범죄의 진행 상황에 대한 이해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흔히 '곰에게 습격 당했을 때의 대처법'이 생각난 것이다.
4) 무조건 달리다 보니 초등학교가 보였다. 112가 생각이 나지 않아 그곳에 숨어 단축번호를 눌러 남자 친구에게 신고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 매우 흔한 일이다. "심박수가 분당 145를 넘으면 나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운동기능(complex motor skills)이 나빠집니다. 한 손으로 어떤 일을 하기가 아주 어려워집니다.... 175가 되면 인식 작용이 전면 붕괴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On Killing: The Psychological Cost of Learning to Kill in War and Society』의 저자 데이브 그로스만(Dave Grossman)은 평상시에 119 (112) 다이얼을 누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비상시가 되면 전화기를 들고도 정말 기본적인 번호 누르기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박수가 치솟고 운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언뜻 기억나는 숫자, 즉 119 대신 114를 누르거나, 통화(send)를 누르는 것을 잊어버린다. 때때로 어떤 숫자도 떠올리지 못한다.
5) "2층 신발장 뒤에 숨어있었어요.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그 신발장에 엽기 토끼 스티커가 붙어있었어요." "그 집이 어디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 우리는 생존자의 증언으로 하나의 실마리를 잡았다. 다세대 주택 2층에 엽기 토끼 스티커가 붙어있는 신발장이 있었고, 범인의 집은 그 건물 반지하 왼쪽 집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증언으로 그 주변에서 배달일을 했다는 분의 제보도 들어왔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그러나 만약 집 대문 밖에 있는 주소나 차량의 번호판을 기억했다면 분명했을 것이다. 생존자가 이렇게 하지 못한 것에는 단 0.000001%의 책임도 없다.
하지만 범죄자가 타겟을 기억할 수 있고, 또 재범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범인이나 범행장소를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
다시 한 번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자 분의 마음이 평화로워졌으면, 그리고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올바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을 경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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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danzi.com/bunkerNotice/42321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