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집욕부]
아침 7시, 우리는 오늘도 이곳에 모였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얼굴을 마주한 게 벌써 한 달. 잿빛 같던 각자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는 걸 느낀다.
2년 전, 나는 태국으로 떠났다. 잡생각이 끊이질 않는 나의 엔진을 무작정 꺼버리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잘 나가던 네덜란드의 젊은 CEO가 모든 걸 내려놓고 태국에서 수련을 하며 광명을 찾았다는 한 에세이가 나에게 좋은 빌미가 되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2년 간 나의 바뀌지 않은 프로필. 아쉽게도 나는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퇴직금이 동이 날 때쯤 나는 한국으로 회귀했다.
진지한 수련을 목표로 떠났지만, 바쁜 일상에 꼼짝 못하고 묶여 있던 나를 놓아주는 것으로 만족하며 2년을 보냈다. 에세이 속 CEO를 따라 여러 사찰을 돌아다니며 덧없이 지내기도 했고, 여행자들의 도시에서 끝없는 자유를 맛보기도 했다. 수련의 정점에 도달해 스님이 된 그 CEO를 따라 비구니가 되려고도 했던 과거의 내가 무색한 2년이었지만… 그리고 비록 ‘돈’이라는 세상의 굴레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나를 괴롭히던 불안함과 불면증을 벗어 던진 흐뭇한 여정이었다. 밤마다 고민 한 트럭을 쌓아두고, 생각을 멈추는 법을 몰랐던 과거의 나는 없었다. 패잔병은 아니었다. 비구니가 되지 않았을 뿐.
다시 세상의 굴레로 돌아와서, 나는 돈을 벌어야 했다. 2년 간의 경험을 살려, 주민센터에서 강사가 되었다.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회복 치료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 나를 포함해 5명, 아주 소규모로 열린 데모 프로그램이었다.
센터 첫째 날, 우리는 둥그렇게 둘러 앉아 인사했다. 다들 태울 만큼 태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번아웃을 마주한 4명의 기운은 숨막히게 무거웠다. 어색할까봐 틀어 놓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장례를 위한 레퀴엠으로 들렸다. 내 어깨도 무거웠다. 과거의 나보다 어쩌면 더 잿빛의 얼굴을 한 4명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나 걱정이 몰려왔다. 마음도 무거워졌다. 스불재다, 내가 또 새로운 고민 한 트럭을 몰고 왔구나 후회했다. 겨우 불안과 불면에서 벗어났건만… 깃털처럼 가벼워진 나에게 또다시 비가 내릴까 초조했다.
다시 무거워지기 전에,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법을 따랐다. 좋은 것이 있다 하면 따라 즐겼다. 테니스, 수영, 다이빙, 야구 등등 고민할 시간에 몸을 움직였다. 뇌 신경계를 망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제했던 쇼츠도 원 없이 봤다. 고민에 중독될 바엔, 나를 가볍게 해줄 소소한 행복에 중독되기를 택했다. 그러다 보게 된 “행집욕부” 챌린지. 찰진 박수를 치며 행복 주문을 외치는 쇼츠에 꽂혔다. 눈을 질끈 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단순해서 좋았다. 말 한 마디로 삶의 무게를 이겨보려는 귀여운 고함이 나를 가볍게 했다. 짧고 강렬한 것들을 더이상 나쁘게만 볼 수 없게 됐다. 우리는 오늘 아침 7시에도 외쳤다. "행집욕부!"
첫댓글 선경님) 안녕히계세요 부분 좋았음. 이걸 도입부로 빼서 활용해보길!! 행집욕부와 잘 맞지만 뻔할 수 있는 소재였음. 방향을 새롭게 틀어봐도. 쇼츠에 중독돼서 망한 스토리도 고려. 글 안에 에피소드가 많아서 태국 에피소드는 없어도 무방할듯! 도입부에 1-2줄로 정리해도 괜찮을 것. 추상적인 문장을 상황으로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좋을듯!
주경님) 표현들이 재밌는 게 있었음, 패잔병, 비구니, 레퀴엠 등 기억에 남는 표현은 좋을듯! 스불재나 다른 밈을 섞은 게 문제 의도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 행복을 찾아 쇼츠에 다시 빠진 것,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사람같아서. 엄청난 고민을 해결할 때 대단한 방법보단 단순하게 해결하는 게 더 가볍게 된다는 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 통찰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