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stem>
시놉시스
며칠 만에 돌아온 집, 당연히 비어있어야 할 냉장고 위에 익숙한 글씨로 쓰인 메모가 보인다. 정갈하게 적힌 주소 하나와 이 글씨 주인의 이름, 현. 5년 전 직접 사망진단을 내린 이의 이름. 5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는 이의 이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에서 마주칠 리 없는 그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도 남지만, 어느 것 하나 설명할 수 없다.
5년 전 죽은 이가 내 눈앞에 서 있다.
*blestem – 저주 (루마니아어)
등장인물
현
32세(사망 당시), 건장한 체구, 선배에 대한 진심을 장난기와 의뭉스러움으로 포장한다. 5년 전 그날, 야근하는 선배 야식을 사서 병원으로 가던 현은 인도로 돌진하는 차를 채 피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다. 그 후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선배 앞에 나설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차마 마음을 다 접지 못하고, 이따금 멀리서 선배를 지켜보곤 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천직이라던 병원도 그만두고, 자신의 뒤를 캐고 있는 선배를 발견하고,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 선배를 만난다. 하지만, 애초에 선배를 단념시키기 위해서는 나타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걸 애써 무시하고 있다. 선배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자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서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괴로운 줄다리기 중이다.
BG. #01 도시 밤거리 F.I. (유지)
E. 멀리 구급차 소리
E. #01 고장난 네온사인 간판 깜빡거리는 소리 (0:00-0:03)
E. 건물 쪽으로 걸어 와 들어가는 발소리 + BG. #01 도시 밤거리 (조금 더 작아져서 유지)
E. 좁은 계단을 경쾌하게 올라 오는 구둣발 소리
E. #02 새시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 BG. #01 도시 밤거리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out.
BG. #02 도시 밤 실내 F.I. (작게 유지)
E. 나무 바닥을 천천히 걸어 오는 구둣발 소리
현 (느른하게) 오랜만이에요, 선배. 잘 지냈어요?
E.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소리
현 (놀라는 상대가 재밌다는 듯이 장난기 어린 투로) 뭘 그렇게 놀라요. 그럴까 봐 미리 메모도 남겼잖아요. (놀란 상대를 살피며 여전히 장난스레) 선배, 안 믿었구나? (잠시 생각하다가) 뭐 그럴 만도 한가? (상대를 바라보며) 선배가 했잖아요. 내, 사망진단.
(흠흠 목을 가다듬고 상대의 목소리를 흉내 내 진지하게) “사망 시각 2019년 10월 29일 오후 11시 48분, 환자 사망했습니다.”
(정말 즐거운 듯 깔깔거리며 웃는 호) (겨우 웃음을 삭히고) 그렇게 노려볼 것 없어요. 나도 그때는 진짜 내가 죽은 줄 알았다니까? 내가 뭐 전에 죽어 봤어야 알지. 주변에서 하는 말도 들리고, 다 그런 줄 알았지.
E. 낡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소리
현 (상대가 앉은 맞은편 탁자 위로 가볍게 올라가는 호) (O.L.) (E. 나무 탁자로 가볍게 올라가는 구둣발 소리)
(일부러 으차차 하며 탁자에 앉아 마주 보는 호) (E. 탁자에 앉는 소리)
(가볍게 충치 생겼어요 하듯이) 혈액 기호성 대사장애래요. 뭐 쉬운 말로는 흡혈이고. 나중에 나 데리러 온 사람이 알려 주더라고요. 선배가 오진한 거 아니에요. (달래듯 다정하게) 지금도 생명징후는 없어요. 여기- (E. 갑작스럽게 팔 쭉 뻗는 소리) 만져볼래요? 시원할 거예요. 맥도 짚어봐요.
(사이) (믿지 않는 상대에게 살짝 실망한 투로) 하, 안 믿네. 그러니까, ‘뱀파이어 같은’ 게 아니라, 정확하게 그거라고요. (짜증 섞인 투로) 말 했잖아요. ‘흡혈’이라고. 머리도 좋은 사람이, 이해가 안 돼요?
E. 상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멱살 쥐는 소리
현 (바짝 다가온 상대의 목덜미를 보고 마른침 삼키는 호) (파뜩 정신 차리고 장난을 가장해서) 워- 선배, 성격은 여전하네요. 일단 좀- (E. 상대 어깨를 툭 밀어내는 소리) (O.L.) 떨어져요. 나 아직 이 바닥에선 뉴비라서, 충동 조절이 잘 안 돼요. 여기- (E. 손가락으로 목덜미 툭 건드리는 소리) (E. 상대가 손으로 탁 쳐내는 소리) (내쳐진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이내) 그 목덜미에 팔딱팔딱하는 게 나한텐 좀 위험해서. (혼잣말하듯이) 특히, 선배는 더 위험하기도 하고.
E. 상대 현을 있는 힘껏 떠미는 소리
현 (당황과 서운함이 뒤섞여서) 왜... 왔냐고..? (서서히 분노가 차오르며) 왜 이제 왔냐도 아니고, 왜, 왔냐고? 왜 굳이 선배 앞에 나타났냐는 뜻이에요?
(헛웃음을 웃고, 차갑게 천천히) 선배님. 나도 ‘굳이’ 이런 식으로 당신을 만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나라고 이 상황이 마냥 동창회 같고, 막- 즐거운 게 아니라고.
(날세워) 그런데, 당신이 너무 거지같이 살잖아. (정색하며) 병원은 왜 그만뒀어요? 내 고향에는 왜 갔어요? 죽은 사람 뒤는 왜 캐고 다녀요? 내가 10년 전 그날 누굴 만났는지, 뭘 했는지, 도대체 선배가 왜 궁금해하냐고요. (분을 억누르며) 여기는 굳이, 왜 온 건데. (으르듯) 여기서 마주칠 게 뭔 줄 알고, 겁도 없이.
(잠시 상대를 노려보다 털어 버리려는 듯 한숨을 쉬고) 그러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호) (E. 나무 탁자 위로 일어서는 소리) 무의미한 짓에 그 귀한 시간 그만 쓰고, 이제 선배 인생 살아요. 난 죽었어요. 그때, 선배가 진단한 그 시간, 그곳에서. 이해했죠? (가볍게) 잘 가요. (O.L.) (E. 돌아서는 구둣발 소리)
E. 돌아서는 현의 팔을 잡는 소리
E. 황급히 손 뿌리치는 소리
현 (매달리는 상대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선배,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잘 가요. 나도 잘 갈게요.
E. 돌아서는 현의 팔을 잡는 소리
E. 황급히 손 뿌리치는 소리
(O.L.)
현 (참은 게 폭발하며) 좀! (이를 사리물고 낮게) 하지 말라고.
E. 현의 팔을 더 다잡는 소리
현 (참고 참은 흐트러진 한숨) (일부러 겁주려고 으르며) 이거 놔. 목 다 물어뜯어 버리기 전에.
E. 현의 팔 더 다잡는 소리
현 (폭발해서 거의 애원하듯) 제발! 선배! 그만, 그만 좀...
E. 붙잡은 현의 팔에 매달려 고개를 흔드는 소리
BG. #02 도시 밤 실내 살짝 커져서 4초간 유지 후 다시 작게
E. 창밖의 네온사인 간판 깜빡이는 소리 (0:06-0:08)
현 (흐트러진 긴 한숨 뒤 서글프게) 영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예요. 선배 가족, 선배가 아끼고 좋아하던 사람들, 다시는 못 봐.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못 만나. 이건, (사이) 저주예요, 선배.
E. 현 돌아서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발소리
E. 천천히 상대의 어깨를 감싸쥐는 소리
현 (천천히) 그래도, 그마저도 괜찮다면, (고백하듯이) 나랑 살래요?
BG. #02 도시 밤 실내 F.O. (O.L.) E. #03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 (작게 유지)
(F. 왼쪽 귀에 바싹 다가와서 들리게)
현 (상대의 체향을 들이쉬는 호) (체념과 희열이 뒤섞인 투로 사랑을 고백하듯이) 죽어 줘요, 선배.
(F. x)
E. #03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 3초간 커졌다가 한순간에 out.
BG. #01 도시 밤거리 - 도심 밤 앰비언스1 - 김용배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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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 #02 도시 밤 실내 - K드라마 효과음 (971) - 김용배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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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01 고장난 네온사인 간판 깜빡거리는 소리 – 네온사인 – 김용배 - CC BY (0:00-0:03) / (0:0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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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02 샷시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 K드라마 효과음 (1191) - 김용배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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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03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 – 심장박동4 - 김용배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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