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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bgm. The Neighbourhood - Wires
[김민석] 지독한 악몽 下
w. 종인아우럭
"아......."
"저.. 대리님...?"
"아, 네네 안녕하세요.."
둔기로 뒤통수를 강하게 맞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멍하니 신입사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정말이지 소름끼치도록 닮았다. 얇게 진 속쌍커풀, 오똑한 코, 긴장한 탓에 혀로 입술을 축이는 저 작은 입술, 진하지 않은 화장까지도.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 없이 그냥 똑같다.
말도 안되게,
그녀는 분명히 죽었는데,
막내 여사원이였던 수정씨는 자기 밑으로 신입사원이 들어온 것이 처음이였던지라 신이나서 이것 저것을 알려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 덕에 긴장이 조금 풀린 듯 간간히 미소를 짓는데 자꾸만 나를 향해 예쁘게 웃어주던 그녀의 모습이 겹쳐 가슴 한 구석이 울컥한다.
"자~ 신입 사원도 오고 했는데 오늘 일찍 마치고 회식하죠-"
"네~!!"
"와- 좋아요 팀장님!!"
*
조용한 술집으로 들어섰고 열 몇명 남짓의 회사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팀장님 옆자리부터 채워져가는 자리들 사이에서 그녀는 가장 끝쪽 수정씨 옆자리에 앉는다. 마침 남은 한 자리도 그녀의 맞은편 자리였기에 홀린 듯 앉아버렸다.
그녀는 수정씨 옆에 딱 붙어 자신을 위해 모인 이 첫 술자리에 긴장한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그녀의 첫 등장부터 하루종일 벙쪄 있던 나였다. 그러나 지금 바로 앞에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푸흐-"
"어? 대리님~ 오늘 표정 계속 안좋으시더니.. 드디어 웃으시네요!!"
하루종일 인상쓰고 안절부절 하던 내 모습을 알면서 모른척 해줬나보다. 술자리가 되어서야 피식 새어나와버린 웃음에 수정씨가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수정씨의 활기찬 한 마디에 옆에 있던 그녀도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미소를 짓는다.
아- 예쁘다
"대리님 한 잔 받으세요-"
옆에 앉아있던 찬열씨가 소주병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가볍게 목인사를 살짝 해주고 술 잔을 들어 술을 받았다.
그에게서 병을 넘겨 받아 그에게 따라주었고, 다음은 수정씨에게, 그리고 내 앞에 있는 그녀에게도
술 잔을 들어 팔을 쭉 뻗고 내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내는 그녀의 얇은 손목으로 자꾸만 눈이 간다. 새하얀 블라우스의 손목부분이 살짝 벌어져 얇고 새하얀 손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 입이 바짝바짝 마르지 왜..
"현정씨라고 했죠? 나이가 어떻게.."
"아, 스물 넷이에요"
"전 스물 여덟, 김민석입니다"
"네! 대리님, 수정씨한테 오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좋으신 분이라고..."
"그러던가요 하하.."
부정해왔던 이별의 대상인 그녀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여자
얼굴은 정말 쌍둥이라 해도 믿을만큼 똑같지만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이 여자, 도대체 뭘까- 정말 쌍둥이인가?
궁금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흐트러졌던 것들이 줄에 맞게 정리되는 기분이다. 쌓여있던 갑갑한 체증이 술도 아닌 눈 앞의 그녀의 존재만으로 인해 내려가는 듯 하다.
"오늘 일 안 힘들었어요?"
"힘들긴요, 오늘은 일 한 것도 없이 듣기만 했는데요~"
"앞으로 힘든 거 있음 말해요 나한테"
"네네!! 그럴게요~"
이 여자, 나와 이야기를 할 때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봐준다. 그리고 말 할 때마다 눈웃음을 흘려댄다. 내 옆에 앉아있던 찬열씨와 또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는 그녀를 보자니 뒷목이 뻐근하다. 박찬열, 이 놈도 분명 그녀의 눈웃음에 빠진게 분명하다. 자꾸 집적거리며 그녀에게 말을 걸어댄다.
안돼, 나랑 눈 마주치고 나랑 얘기해야지
"현정씨 남자친구 있어요??"
"에이~ 그런거 없어요"
"그런거라니? 이렇게 이쁜데 왜 없을까?"
"수정씨가 이쁜거죠, 저는 아니에요~"
수정씨와 사적인 대화까지 주고 받는 그녀다.
아, 남자친구 없구나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니 몸이 반응한다. 그 동안 눈 앞에서 잃은 그녀의 충격과 반복되는 끔찍한 악몽으로 인해 내 몸을 챙길 여유도 없었다. 점점 제자리를 찾아오는 것인지, 아니면 눈 앞의 그녀로 인한 것인지, 더운듯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드러나는 그녀의 가느다란 쇄골과 목선을 보고있자니 몸이 뜨거워진다.
하, 미치겠네
"마지막으로 우리 신입사원을 위해 다같이 한 잔 하고, 2차 갑시다"
팀장님의 말을 필두로 우리는 마지막으로 잔을 다같이 부딪혔고 1차 술자리가 마무리 되었다. 몇몇은 술집 앞에
서 담배를 피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중이였다.
자꾸만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물론 시선은 멀리서 사원들과 이야기하는 그녀에게로 고정된 채 말이다. 멀리서 보는데 박찬열이라는 저 놈이 또 치근덕대는게 보인다. 큰 눈을 꿈뻑이며 은근슬쩍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걸 보자마자 담배를 바닥에 집어던져 밟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작은 공병을 꺼내어 신경질적으로 향수를 온 몸에 뿌렸다.
담배 냄새가 나는건 나도 싫으니까,
"현정씨, 어디 사세요?"
"아, 저 여기 근처 오피스텔이요"
"그럼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치근덕 대는 박찬열을 지나쳐 그녀 앞으로 다가가 섰다.
"찬열씨는 2차 가봐요, 팀장님이 기다리세요"
"아... 네.... 대리님"
"현정씨는 제가 데려다 드리죠, 같은 방향인거 같은데"
"안그러셔도 되는데,, 아, 감사합니다!"
팀장님께 첫 날이니까 신입사원을 제가 데려다 주겠다 하자, 평소 나를 믿음직하게 여겨왔던 그는 망설임없이 알았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박찬열은 내가 2차로 보내버렸고, 사람을 좋아하는 수정씨도 그와 함께 2차 회식으로 갔다.
전화기를 들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고, 나와 그녀는 내 차 뒷좌석에 나란히 탔다. 그녀의 오피스텔은 우리 집 바로 맞은편이였고, 나는 우리집 주소를 대리기사에게 불러주었다.
"어? 대리님 페라리라이트 쓰시죠?"
"네, 어떻게 알아요?"
"이거 유명하잖아요~ 저도 좋아하는 향인데"
내 차 안에 머리가 징- 할 정도로 향수냄새가 났는데 그걸 맡자마자 그녀가 그렇게 웃으며 말을했다.
내 향기를 아는 그녀를 보니, 더 가지고싶다.
내 향을 듬뿍 배이게 하고싶다.
집 앞에 차가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그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운전석에 옮겨타 완벽하게 주차를 마쳤다.
"감사해요 대리님"
"감사하면, 부탁 좀 들어줘요"
"...네?"
"......."
"......"
"나 좀 안아줘요"
어스름이 짙은 이 밤에 그녀와 단 둘이 있으니 욕심이 생긴다. 그 동안 꿔왔던 악몽의 끝이 그녀라고 생각했을까,
나도 모르게 어리광을 부린다.
안아달라고,
나 한번만 안아달라고
그녀는 잠시 놀란 눈치였지만, 나를 안아준다.
그대로 눈을 꾸욱- 감았다.
이건 꿈이 아닐거야
그래야만 해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자 여전히 날 안아주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보인다.
아, 다행이다
"나 욕심 좀 부릴게요"
"......."
"내가 지금 빚 지는거니까, 이왕 부탁 들어줄거 하나만 더..."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그 얇고 야한 손목을 쎄게 움켜잡고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상하게도 반항하지 않으며 따라 오는 그녀에게서 희열이 느껴졌다.
이 여자, 진짜 미치게하네
다급하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풀어내고 어두운 신발장 센서등에 불이 탁 켜졌다. 그녀를 집 안으로 먼저 밀어넣고,
내 등 뒤로 문이 쿵 닫겼다. 이제 더 좁고 향기 가득한 이 나의 집에, 그녀와 나, 단 둘 뿐이다.
주황빛 센서등 아래서 그녀가 피식 하고 웃는다. 움직임이 없자 센서등의 불이 꺼진다. 순간 내가 잘못 본 줄 알고 황급히 손을 움직이자 센서등이 다시 켜졌다. 뭐지? 웃어..?
"부탁이 뭐죠, 대리님..?"
"........."
"이건가..?"
내 목 뒤로 얇은 손목을 올려 기다란 손가락으로 감더니 진하게 키스를 해온다. 뜨거운 숨이 내 입속으로 들어왔
고 너무 놀라 벙쪄 있는 내 입술은 힘없이 벌어졌다. 그녀의 혀가 자연스럽게 나의 혀를 감아왔고, 하나하나 고르
게 내 치열을 쓸어내려 정성을 다해 입을 맞춰온다.
"하아...하..."
"하아...."
입술이 떨어지자 서로 들뜬 숨을 뱉어내기 바쁘다. 그녀는 손을 풀어 내리더니,
"부탁하신거.. 이거 아닌가요, 김민석대리님..?"
하고 다시 씨익 조소를 짓는다.
"....너, 뭐야..?"
그녀의 웃음이 소름끼친다. 근데, 싫지 않다. 가슴 한켠이 간질간질한게 저 웃는 입술까지 다 뜯어 먹어버리고싶
다. 키스하면 내 향이 배어질까, 몸을 섞으면 완전히 배이겠지..? 하아-
"...우리.."
"....."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요..?"
"........!.."
"예를 들면, 꿈 속 이라던가.."
"...."
미친게 분명하다. 지금 이게 꿈이라도 좋다
그 꿈에서 안깨어나면 되는걸,
그냥 욕심 부려야겠다.
"아니, 이제 내 부탁 들어주면 돼"
"....하하.."
와이셔츠 위 목을 죄어오던 넥타이를 끌어내리며 그녀를 끌고 방으로 데려와 새하얀 침대 위로 그녀를 밀어눕혔다. 불도 켜지 않은 방 안에서 우리는 창가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 하나에 의존해 서로를 찾았다. 단정했던 넥타이는 풀어서 저 바닥 구석으로 내팽겨쳐진지 오래고, 새하얀 내 와이셔츠와 새하얀 그녀의 블라우스와 새하얀 내 침대를 보자 그 와중에 안정이 된다. 부드럽게 머리를 감싸 내려오며 달디 단 그녀의 입 속을 탐했다. 나에게 맞춰 어지럽게 혀를 섞어오는 그녀로 인해 아래가 지끈거렸다. 조심스레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었고, 그녀도 자신의 위로 있는 나를 향해 손을 뻗어 내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내었다. 달빛에 비춰진 그녀의 야하디 야한 몸을 보니 숨이 막힐 듯 아찔했다.
"아, 잠시만"
책상으로 걸어가 가장 위 서랍을 열어 향수를 꺼냈다. 그리고 손목부터 시작해 거의 온 몸에 지독할 정도로 뿌려
버렸다.
이제 너에게 내 향이 배이게 할거야.
악몽같은 현실에서 네가 날 찾아왔으니,
나는 너에게 오롯이 배일거야
지독하게
얇게 웃음치는 그녀의 눈, 코, 입술, 내 입술이 닿을 너의 뺨, 내 목소리를 들을 너의 귀, 모두 내 향이 배이도록
입술을 가져다 묻었다. 온 몸에서 이 향기가 나도록, 그렇게 너의 전신을 탐했다.
어두운 이 방 안에서 나와 그녀 단 둘이,
열에 들뜬 숨과 신음을 내뱉으며,
달빛 속에서 예쁘게,
우리는 향기를 나눴다.
*
'....................'
'..........'
빠앙-
끼이이익-
또 악몽이다.
눈을 꾸욱- 감았다 떴다.
제발,
내 옆에는 방금 내 꿈에서 죽었던 그녀가 누워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다.
하아, 다행이야
그녀의 머리카락 위로 가볍게 뽀뽀를 했다.
내 향기가 난다.
아, 예쁘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 책상에 놓여있던 알람시계의 건전지를 빼고 둘다 쓰레기통에 던져 박아버렸다. 이젠 필요없을 것 같으니까
넌 내 품에 가득히 배어 있어야 돼
지독하게..
죽었던 그녀가,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왔다
그 향기를 가득 품은 채
오늘도 난 땀에 흠뻑 젖어
잠을 깨 대체 믿을 수 없어 난
매일 밤 반복 되는 꿈 속
거짓말 같이 넌 차갑게 날 떠나 난
믿을 수 없어 아직 네 입술
보낼 수 없어 아직 내 뺨에 닿은 듯 해
지울 수 없는데
나의 알람시계가 어서 울려 이 꿈을 깨버리길
악몽 같은 시간을 다시 돌려 이별을 내쫓길
고장나 버린 채 멈춰 선 못된 꿈 벗어날 수가 없어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어 날 깨우길 어서
날 깨워
작은 빗방울에 스쳐 떨어지는 꽃처럼
네겐 아무 일도 아니라 해도
'헤어지자' 담담한 네 한마디에 차갑게 잠들어
아직 잡힐 듯 해 너의 신기루 제발
믿을 수 없어 아직 네 향기
지울 수 없어 아직 내 품에 푹 배어 있어
이건 꿈일 거야
악몽 속에 난 난 길을 잃어 난 난
악몽 속에 난 난 길을 잃어 난 난 악몽 속에
네가 떠났다는 걸 믿지 못해 이별을 또 부정해
알고 있어 이별이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 없는 걸 난 현실을 견뎌낼 수가 없어
다시 돌아와 악몽 같은 현실 네가 필요해
어서 날 깨워 날 깨워
기나긴 잠에 깨어 어스름이 짙은 길을 지나
깊은 생각에 잠겨 다시 널 그려
잔잔한 호수 돌멩이 하나를 던져 놓고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또 그리고
너를 그린다 너를 그린다 널 그린다 너를 그린다
이 글은 '샤이니-알람시계' 노래 가사를 보고 쓴 글입니다
첫댓글 ㄱㅆ) 근데 저 회사 얼굴보고 뽑는대? 존나 팀장이랑 대리랑 사원들 클래스봐...존나취직하고싶당ㅇㅅaㅇ
나도ㅇㅅaㅇ 웬만한 대기업 갈 스펙으론 될까 언니?
난 어찌들어갓데?
@잘웃는육각형 후..우선 나부터..
@민석 킂...언니 정체가 뭐에여? 진짜 죽엇다살아난고임? ㄷㄷㄷㄷㄷ무섭당 ㄷㄷ알고간거아냐?ㄷㄷㄷㄷ
우와...대박 어쩐지 진짜ㅠㅠ노래가사라니ㅠㅠ그래도이걸풀어써내다니ㅠㅠ자까님 육각형 우럭ㅠㅠㅠ진짜 세쿠시..ㅠㅠ자까님사랑해요ㅠㅠㅠㅠ
저노래도좋아들어보렴
아,,,,향수사야겠어요
페라리라이트에센스! 파란색입니다. 검은색흰색 놉!
미치셧...............와..........,. ..
읽느라수고하셧슴니다
행복,,이란게 이런걸까? 이제 취업준비 목표는 IT회사로
하..번외..꽂히면쓰는데..오늘커피많이마셔볼게요......
천천히 기다린다 그날을 (부끄)
앞으로 몇번이나 더볼까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