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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광의예술공간
 
 
 
카페 게시글
스토리텔링 스크랩 6월에 관한 시
호산 추천 0 조회 240 15.11.28 21:4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6월에 관한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ㅡ 모 윤숙

            금낭화 ㅡ 안도현

         늦은 6월 ㅡ 고재종

          동작동 ㅡ 성권영

          망종 저녁 ㅡ 하종오

          산나리꽃 ㅡ 이오덕

        여수 ㅡ 김소월

            6월 ㅡ 김달진.김수복. 김용택. 詩經. 엄원태.오세영.이외수.이정화.

                      조연호. 황금찬

            6월 기집애 ㅡ 나태주

            6월 들판 ㅡ 전태련

            6월, 뜰에서 ㅡ 김 은경

            6월이 오면 ㅡ 도종환. 로버트 브리지스

            6월에 ㅡ 김 춘수

            6월에 쓰는 편지 ㅡ 허후남

            6월엔 내가 ㅡ 이 해인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ㅡ 안톤 슈나크

            6월의 나무에게 ㅡ 카프카

            6월의 달력 ㅡ 목필균

            6월의 동요 ㅡ 고재종

            6월의 바람 세찬 날 ㅡ 헤세

            6월의 살구나무 ㅡ 김현식

            6월의 숲에는 ㅡ 이 해인

            6월의 시 ㅡ 김 남조

            6월의 언덕 ㅡ 노 천명

            6월의 장미 ㅡ 이 해인

            6월의 폭풍 ㅡ 헤세

          조선의 맥박 ㅡ 양주동

         하지 ㅡ 박현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

      ㅡ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어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 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저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날뛰는)

원수가 밀어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숨지였노라

....

....후략

 

 

 

 

 

       금낭화         안도현

    6월,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을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늦은 6월       고재종

     개망초 흰 꽃무리 꽃사래 쳐선

     하늘가에 뭉게구름 피워올리고

     뭉게구름 저편에 눈을 두고선

     찬밥 몇술 삼키는 박영감 내외

     발 아래 다랑논은 아직도 종종

     심어논 어린 모는 바람에 살랑

     시절은 미끈 6월 진초록인데

     신작로엔 행락차량 즐비도 한데

     우두둑대는 영감 내외 허리를 쓸며

     온 들녘엔 쓰라린 쑥국새 울음

 

 

   

                                                              

        동작동             성권영(1937 -1992) 경남 창녕 .

             ㅡ 다시 6월에 부쳐

그날,

피범벅치던 불길

잠잠히 갈아앉은 한강

 

저기

林立한 장안이

꿈결처럼 굽어뵈는 이 언덕에

뻐꾹이 운다

뻐꾹이 운다

동작동

 

누가 그대의 무덤

누가 젊음의 고향을 찾거든

어디를 가리키랴 너희는

 

그 끓는 피

삼천리 전신을 적셔

저마다 심장에 고여

여기

국방색 짙은 녹음 속

솟아 오른

이 하이얀 푯말

이 하이얀 푯말

 

누가 우리의 조국을 찾거든

누가 조국의 심장을 묻거든

어디를 가리키랴 너희는

 

외롭고 아픈 날이 있어

다시 6월이 오면

우리 죽음으로써 다시 살아날

그 6월이 오면

 

오라,

여기 조국의 심장

정의와 자유의 함성이

신록처럼 메아리치는

동작동

이 하얀 푯말 앞에

<빛과 바람의 만남> . 현대문학사. 1976년.

 

 

   망종 저녁      하종오                망종 ㅡ 6월 5일

상수리 숲 솔숲이 산 그림자를 따라 옮겨다니다가

산그림자를 거두어서 그윽하게 산정에 오른다

찔레 나무들은 희디흰 꽃을 붐어대며 마을로 가서

홀로 밥 끓여 먹는 홀어미집 울타리 되어 둘러서고

자드락길들이 무너지면서 비탈밭으로 몰래 들어간다

그걸 보고 물에 잠긴 논 한 배미 두 배미 울렁거린다

이윽고 산을 넘어 오는 어스름에 곤충들이 자취를 지우고

종일 일한 괭이 호미가 흙을 털고 스르르 넘어진다

이 저물녁, 독주 마시고도 허언하지 않고 귀가하는

한 사내도 있고 가출하는 한 사내도 있고...

개구리들이 이 세상 순한 소리를 단번에 낸다

  

 

  

 

       산나리꽃     이오덕(1925-2003) 청송

빨간 앵두알이 가게 앞에 보이는

유월이면 동무야, 산나리꽃 보고 싶다

감자알 자꾸 굵어 가는 이런 한낮에

누릇누릇 익어 가는 산비탈의 밀보리

밀보리 배릿한 냄새 바람에 실려 오는

밭둑엔 찔레꽃 인동꽃 흐드러지게 피고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

온통 귀가 멍하도록 울어 대는 보리매미들.

아버지께 갖다 드릴 찐 감자 보퉁이

들고 쳐다보던 그 산,

그 산에는 지금도 칡덩굴이 엉켜 벼랑을 덮고

살구나무 참나무 환한 그늘마다

주황빛 빨간 웃음 짓고 있는가, 산나리꽃.

까만 오디 열매 가게 앞에 보이는

유월이면 동무야, 산나리꽃 보고 싶다

 

 

 

 

   여수           김소월

1

유월 어스름 때의 빗줄기는

암황색의 시골屍骨을 묶어 세운 듯

뜨며 흐르며 잠기는 손의 널 쪽은

지향도 없어라, 단청의 홍문紅門

 

2

저 오늘도 그리운 바다

건너다보자니 눈물겨워라!

조그마한 보드라운 그 옛적 심정의

분결 같던 그대의 손의

사시나무보다도 더한 아픔이

내 몸을 에워싸고 휘떨며 찔러라

나서 자란 고향의 해돋는 바다요

 

 

   6월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에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백화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빨간 촉규화 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깊은 숲 속으로 나오니

6월 햇빛이 밝다

열무꽃밭 한 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노르웨이 

 

    6월      김수복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 속에 환히 불을 밝히고

6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길들은 몸을 풀었다

산 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뜨거워져 있을 무렵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저물어가는 감자꽃 밭고랑

사이로 해는 몸이 달아올라

넘어지며 달아나고, 식은

노랫가락 속에 길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받은 만큼  드릴게요 그래서 친절한 ... 넘어지고 달아나고 식은

 

                         

       6월          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 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모딜리아니

 

 

                 

  6월          詩經

     ㅡ 오랑캐를 정벌하고 개선한 이들을 위로하여 부른 노래

 

6월은 뒤숭숭한 달

병거를 정비하고

네 필 수말 씩씩한데 군복을 모두 실었네

험윤의 형세가 불꽃 같아 내 이를 서두르지

임금께서 출정시켜 나라를 바로잡게 하셨네

 

네 필의 말은 가지런히 발도 잘 맞추네

무더운 6월에 내 갑옷 만들어 놓고

갑옷 입고 투구 쓰고 하루에 삼십 리 길 달렸지

임금께서 출정시켜 천자를 돕게 하였네

 

네 필 수말 헌칠하고 덩지도 크기도 하네

험윤을 무찔러 큰 공을 이루리라

위엄 있게 부하 이끌며 무공을 세우니

무공을 함께 세워 이 나라를 안정시켰네

 

험윤의 무리 강하여 초호땅에 진을 치고

호鎬 땅 방方 땅을 쳐서 경양逕陽까지 이르니

새무늬 깃발 세우고 흰 깃발 나부끼며

큰 병거 열 량으로 앞장 서서 길을 여네

 

뒤따르는 병거는 엎드린 듯 뒤쳐진 듯

사마 모두 씩씩하여 나는 듯 잘 달리네

험윤 오랑캐를 쳐서 태원까지 몰아내니

문무 겸한 길보 장군 온 나라의 자랑이네

 

길보 장군 기뻐하니 복도 많이 받으시리

호땅에서 돌아오니 내가 떠난 지도 오래 되었네

벗들에게 음식을 권하는데 자라구이와 잉어회라

벗 중엔 효우로 이름난 장중도 있네

 

성왕, 강왕이 죽은 뒤 주나라는 점점 쇠해 가더니 여왕에 이르러서는 여왕이 포악하므로

주나라 사람들에게 원망을 샀다

이때 험윤이 침범하여 서울 근처까지 쳐들어와 여왕을 죽였다

아들 선왕 청이 왕위에 올라 윤길보에게 명하여 군사를 이끌고 이를 치게 하였는데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

이시는 그 공을 찬미하여 노래한 시라 한다

 

                                     독일 막데부르크   2006년 6월 10일    천둥번개 .... 

 

 

 

 

  6월          엄원태(1955 - ) 대구

1

이 초록 공단엔 소음과 매연이 없다

삼교대 작업반이 연이어 투입된다

소리쟁이 밤과 교대한 지칭개 반이 대충 일을 마칠 무렵이면,

어느 샌가 보리뱅이 작업반이 한창 작업 중, 뭐 그런 식이다

당연히 태업이나 파업 따위도 없다

일단의 두상화들 수정 공정이 끝나면 전심전력, 꽃대 밀어올리기 작업이 진행된다

 

2

촛불집회가 오십 일재 계속되자,

조뱅이 노조원들이 목화 솜털 같은 두건들을 쓰고 침묵시위에 들었다

소리쟁이 작업반장은 끝내 분신을 기도했다

'대토대물' '딱지'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모퉁이 담벼락 아래,

햇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3

포도밭엔 콘크리트 기둥들만 남았다

망월동 묘역이거나, 국립 묘지 같았다

하지만 애도와 추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망초 전경 열 개 중대가 원천봉쇄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구 살포해 놓은 소화기 분말 같은 흰 꽃송이들만 자욱했다

연 밭엔 부평초들이 가득했다

시청 앞 광장 같았다

 

4

조립주택 별장 마당엔 접시꽃 기지국이 있다

서술한 브록담 너머 기우뚱, 쓰러질 정도로 부쩍부쩍 키만 키우는 타전이 있다

마당 한 귀퉁이 능소화도 한창이다

접시안테나로는 미진한 듯

트럼펫 같은 전언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오래 거기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문학 8월호>

 

 

 

  6월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은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생업 ㅡ 이환범

 

        

   6월               이외수

바람 부는 날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6월           이정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힌 돌각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중국  운남성  장족

 

 

  6월       조연호

계집애들이 쪼그려 앉아 맑고 투명한 땀을 쥐며 공기놀이에 열중한다

얼굴을 만져주던 면사 같은 잠이었다

덥고 더럽고 지켜야 할 것 많은 6월

물웅덩이가 바람개비처럼 어린 모기들을 훅훅 창가로 날려보낸다

타인절대금지, 라고 써넣은 팻말을 화장실 문에 못질하던 노인의 손이

오늘은 붉은 애호박에게 끈을 달아준다

많은 자식들에게 그는 그렇게 못질을 하고 끈을 고쳐 매 주었을 것이다

애정 없이, 허기진 기억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어리고 어질고 어지럽혀진 6월

문 밖을 나서면 어미새처럼 둥지 주위를 맴돌다 푸드득 날아가는 골목길이

자기 울음보다 더 밝아지곤 했다

 

               김점선(1946 - 2009.3.22)

 

 

 

   6월           황금찬(1918 - )

6월은

녹색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

 

 

 

   6월 기집애         나태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 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

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프랭크 웨스턴 벤슨 

 

 

 

   6월 들판           전태련 .칠곡

숲향기 층층이 내려앉는 유월

사래질 쳐놓은 무논에

뻐꾸기 울음소리

농부보다 먼저 또박또박 모를 낸다

갯가 물푸레나무 낮게 쳐진 가지 걸치고

둥지 튼 붉은 머리오목눈이 바쁘게 들락거린다

그 둥지엔 난데없는 뻐꾸기 새끼 한 마리

털도 없는 빨간 날개죽지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그의 알들을 밖으로 밀어뜨리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뻐꾸기의 본능적 살의

벌레를 물고 온 오목눈이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찢어지라 벌린 그의 입 속으로

먹이를 넣어 주는 천진한 새보다

뼈뼈에 새겨지고 세포마다 박힌

뻐꾸기의 생존 법칙이 더 슬픈 것을

 

남의 둥지 빌리듯 나도 어쩌면

너의 밥그릇 조금 훔치고

너의 목숨도 잠시 빌려 입는 것인지도

꿈틀거린 아카시아 뿌리 아래

어린 모 밑둥치 살지는 소리

남의 손에 키운 새끼 부르는

어미 뻐꾸기 울음소리에 무논의 모 빛깔 짙어지고

둥지가 부서져라 자라는

남의 새끼 먹여 살라느라

오목눈이 눈이 한 뼘이나 들어가는

살아가는 일로 푸는 비린내 질펀한

들판,

뻐꾸기 소리 무심하다

 

 

 

 

   6월, 뜰에서       김은경

돌덤에 후두로잔 쥴정마저

선지피 같은 꽃잎 뚝뚝 떨구는 접시꽃들 보고 섰자면

불에 데인 듯 홧, 온몸이 뜨겁다

숨소리 왁자한 6월 볕

시래기마저도 몸을 다 드러내는구나

저렇게 며칠은 달궈져야 국 한 그릇 끼니로구나

문득 햇볕 아래서 보는 모든 삶이 치열해진다

살펴보면 물 없이 피어오르는 목숨도 없지만

열정 없이, 한 톨의 불씨 없이 마침표 찍는 것은 더더욱 없다

 

하다 못해 손톱만한 대추 하나 말랑한 식빵 한 조각도

바다에서 갓 나온 등 푸른 소름도

저를 끓이는 지상의 솥 안에서 바닥부터 데워지지 않고서는

세상의 모든 저녁과 어깨 끼고 앉는

김나는 밥 한 상 차릴 수 없구나

 

나는 그대에게 화염이었나

그대가 나에게 수심이었나

뜨듯한 국물에 밥 말아먹고 그대에게 가는 길

어두워지는 집집의 처마마다

목을 맨 나신의 불빛들이 불도장을 찍고 있다

 

                                 이화여고 담장

 

 

   6월이 오면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를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6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

6월이 오면

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

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리

 

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

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

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

오,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

 

                                       양귀비

 

 

   6월에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오는가

밝아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 짓는 은발의 소녀 마가렛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자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치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 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앓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6월에 쓰는 편지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6월엔 내가    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1892-1973) 독일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 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

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6월의 달력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6월의 童謠          고재종

6월은 모내는 달, 모를 다 내면

개구리 떼가 대지를 장악해버려

함부로는 들 건너지 못한다네

 

정글도록 땀방울 떨구어서는

청천하늘에 별톨밭 일군 사람만

그 빛살로 길 밝혀 건넌다네

 

심어논 어린 모들의 박수 받으며

치자꽃의 향그런 갈채 받으며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네

 

                                  장욱진

 

 

 

    6월의 바람 세찬 날         헤세

호수가 유리알처럼 굳어 있다

가파른 언덕 기슭에서는

가느다란 풀들이 은빛으로 나부낀다

 

비탄하며 죽도록 무서워

푸른 도요새들이 공중에서 비명을 지르며

경련하는 곡선을 그리며 비틀거린다

 

건너편 물가에서 건너온다

낫 소리가, 그리고 그리운 풀밭 향기가

 

                                            고갱 ㅡ 신의 아이 

 

 

    6월의 살구나무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 것도 없겠는가?  6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겠는가?

양산을 꺼구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밤

 

 

 

   6월의 숲에는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6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물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닷가도 싶고

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6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라울 뒤피 ㅡ 세개의 파라솔

 

   6월의 언덕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6월이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밝아져라 맑아져라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본명입니다 ....   

 

 

 

    6월의 폭풍       헤세

해가 병들고, 산이 웅크리고 있다

검은 비구름 벽이

꺾인 기세로 잠복해 있다

겁먹은 새들이 나직이 퍼덕인다

땅 위로 잿빛 그림자

 

오래 전에 이미 들린 천둥이

더 요란하게 치기 시작하고

울림이 장려하게 치솟아 합창이 된다

거기서부터 번개가 트렘펫의 밝은 금빛으로

연이어 거센 파도를 꿰뚫는다

 

비가 두텁게 퍼붓는다

유리처럼 차가운, 창백한 은빛

개울들은 달려가고 강물은 출렁이며

오래 억누른 흐느낌처럼 거세게

놀란 골짜기 안으로 흘러내린다

 

                            마리아  칼라스

 

  

  조선의 맥박        양주동

한밤에 불 꺼진 재와 같이

나의 정열이 두 눈을 감고 잠잠할 때에

나는 조선의 힘없는 맥박을 짚어 보노라

나는 임의 모세관, 그의 맥박이로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환한 동녘 하늘 밑에서

나의 희망과 용기가 두 팔을 뽐낼 때면

나는 조선의 소생된 긴 한숨을 듣노라

나는 임의 기관이요 그의 숨결이로다

 

그러나 보라,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그들의

공 던지는 날랜 손발 책보 낀 여생도의 힘있는 두 팔

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아아, 이야말로 참으로 조선의 산 맥박이 아닌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갓난 아이의 귀여운 두 볼

젖 달라 외치는 그들의 우렁찬 울음

작으나마 힘찬 무엇을 잡으려는 그들의 손아귀

해죽해죽 웃는 입술 기쁨에 넘치는 또렷한 눈동자

아아, 조선의 대동맥 ,조선의 폐는 아가야 너에게만 있도다

 

 하지        박현수(1966 - ) 경북 봉화

해가 가장 길게 혀를 빼어

지상을 오래 핥는 날

상처에 닿을 때마다 붉어지는 혓바늘

하염없이 핥아주는 것밖에

해줄 것이 없는

늙은 암캐의 혓바닥처럼

서러운 온기에

온 머리가 젖어 꿈이 맑아진 풀잎들

치유는 핥을 수 있는

따스한 거리에 있어

핥을 수 없는 곳바다 덧나는 상처들

혓바닥이 지난 곳마다

매미가 자라고

사슴의 뿔이 떨어진다

사람의 눈동자가

지상에서

가장 먼 곳에 올라 맑게 씻기는 날

                            르동 ㅡ 이카루스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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