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잔 운동의 정신과 비전 *
로잔 운동은 세상을 지배하는 우상숭배의 문화를 거슬러 하나님 나라를 향하는 '대항문화 운 동(counter-cultural movement)이다. 복음과 문화(하나님 과 세상) 사이에서 살아가는 교회(하나님 백성)의 정체성 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순종과 복음에 대한 이해 를 통해 전개되는 해석학적 순환에 달려 있다. 교 회가 복음의 본질에 관해 확신할 때, 교회는 비로 소 복음에 저항하는 세상에 말을 걸고 선포하며 일 상의 삶에서 복음의 능력을 드러낼 것이다.
먼저, "온 땅이 그의 음성을 듣게 하자!"(Le the Earth Hear His Voice!)라는 제1차 로잔대회의 표어는 로잔 운동의 본질적 성격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 성취를 위해 온 교회가 온 땅(온 세상과 열방)을 향해 나아가야 할 당위성과 명령에 대한 믿음의 순종을 내포한다. 1974년 제1차 로잔대회에 참가한 2,700 명의 복음주의 지도자가 동의한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에 담긴 로잔의 정신과 비전은 50년 동안 로잔의 의제를 형성하고 복음을 중심으로 전 세계 복음주의자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감당했다.
로잔언약의 간결한 포괄성, 깊이와 단순함, 그리고 넓이와 균형은 교회에 주어진 사명의 기초가 무엇 인지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하나님의 선교를 풀어 내는 선교 운동의 길잡이로서 로잔언약은 사도적 전통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현실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엄격히 말하면 '예언자적'이면서도 목회적' 이고, 하나님 백성의 불순종과 연약함을 인정한다 는 점에서 '고백적'이며, 성경의 명제적 진리를 변 화하는 상황 가운데서 살아내도록 안내한다는 점 에서 교회론적'이다.
따라서 로잔언약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타당하며 모든 교회에 선교적 도전을 제기한다. 로잔언약의 입안자인 존 스토트는 '언약'(covenant) 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언약이라는 단어는 계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는 선언(declaration)이라는 용어 대신 이 단어를 선택했 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지 어떤 것을 선언하는 것 에 그치지 않고 어떤 것을 하고 싶었다. 바로 우 리 자신을 세계 복음화 사역에 헌신하고 싶었다.
" 로잔의 정신은 말로 선언하거나 선포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불순종을 고백하 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믿음의 순종을 일으 키는 하나님의 언약적 백성의 헌신 "(commitment)을 전제한다.
1989년 제2차 마닐라 로잔대회의 주제는 "그리스 도께서 오실 때까지 그를 선포하라"와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였다. 로잔언약에 기초하여 작성된 마닐라 선언(Manila Menifesto)은 당 시 동.서 진영의 냉전 종식, 도시화, 과학기술의 발 전이라는 변화하는 글로벌 정치.사회문화의 지형에 따라 복음 전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복음 과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하나님 백성인 교회의 거룩함(holiness)과 신실함(faithfulness)을 강조했다.
특히, 로잔언약 6항(교회와 복음전도)에서 언급된 "세계 복음화는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 파할 것을 요구한다"라는 진술을 주제로 채택함으 로 복음 전도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아우 르는 복음의 총체성을 다시 한번 확언한다. 마닐라 선언이 로잔 운동의 정신과 비전을 드러내는 특징 은, 1부에서 진술하는 21개 항의 고백이다. '선언' (manifesto)은 신념과 의도와 동기를 선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마닐라 선언의 고백은 로잔 운동이 추 구하는 비전과 나아갈 방향을 담은 '신념에 대한 확 언'(conviction/afrm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제3차 케이프타운 로잔대회의 주제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화목케 하심"(고 후 5:19, God in Christ Reconciling Himself to the World)이다. 20세기의 10년이 지난 후에 열린 케이프타운 로잔 대회는 21세기 글로벌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다 총적 이슈를 다룬 대회로써 로잔 운동의 정신과 비전을 담지한 온전한 복음과 온 교회 그리고 온 세 상을 하나님의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하나님의 선교 교리를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전개한 케이 프타운 서약이 해석한 로잔 운동의 정신과 비전은 앞선 두 대회의 주장과 성경적, 역사적, 상황적 연 속성을 띤다.
제3차 케이프타운 로잔대회 신학 위원장인 크리 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가 대회 주제 강연 에서 제시한 하나님 백성인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 의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추구해야 할 삶의 방식 (lifestyle)으로서 그분의(HIs) 겸손과 정직과 단순함/ 검소함( Humility, Integrity, Simplicity)을 추구해야 한다 는 주장은 로잔의 정신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케이 프타운 서약이 기술하는 대로, 로잔 운동의 정신과 하나님 나라를 향한 견고한 시선은 선교에 참여하 는 온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적인 우상, 권 력의 우상, 성공의 우상, 탐욕의 우상을 거부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성경적 윤리(거룩함)가 없이는, 성경적 선교 도 없다"라는 케이프타운 서약의 주장은 로잔 운동 의 정신과 비전을 보여주는 핵심이다.
제3차 로잔대회 이후 한국계 미국인인 마이클 오 목사가 국제로잔위원회의 대표로 선임되어 로잔 운동의 정신과 비전을 보여주는 새로운 표제를 제시했다. "세계 선교를 위해 영향력 있는 지도자와 아이디어를 연결하자*(connecting Influencers and Ideas for Global Mission)라는 표어는 변화하는 문화적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이 표어에는 세계 선교 를 위해서 온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이 필요하 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표어에는 선교가 그리 스도인의 일상의 삶인 일터(workplace/market place) 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과 연관된다는 '일터 선교' 와 글로벌 이주 현상과 연관된 디아스포라 선교 (diaspora mission)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 표어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 성경적 참여(scriptural engagement)를 통한 성경적 형성 (scriptural formation)이 필요하며, 공적 영역에서 복 음을 선포하고 거룩한 영향력을 드러내는 것을 내포한다.
2024년 9월,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로잔 운동 의 네 가지 비전이 제시되었다. 그 내용은 로잔 운 동의 정신과 로잔 신학의 총체적 성격을 담고 있 다. 0 모든 사람을 위한 복음(The Gospel for every person), 2 모든 사람과 지역을 위한 제자 삼는 교회(Disciple-making churches for every people and place), 3 모든 교회와 사회영역을 위한 그리스도를 닮은 지 도 자(Christlike leaders for every church and sector), 4사 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미치는 하나님 나라의 영향 력(Kingdomimpactin every sphere of society).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라는 주제로 한국에 서 열리는 로잔대회는 지난 50년간 로잔 운동이 추 구해 온 정신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촉구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한국준비위원회는 로잔 운동의 정신과 비전을 한 국교회에 알리고 확산하기 위해 국내의 많은 지역 교회와 함께 중보기도 운동을 일으키고 있으며, 대회 성경 강해 주제인 사도행전을 선교적으로 읽고 한 해 동안 사도행전 본문으로 설교하는 공동설교 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로잔대회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선교의 활력과 영적 갱신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새로운 세대를 일으킬 것 이다. 다만,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2050년까지 로잔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음 세대를 일으키자 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로잔 운동이 과도한 '과제 지향적'(task-oriented)인 성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유의해야할 것이다.
ㅡ최형근 교수 서울신학대학교(선교학)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