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1 23:59:15
" 아이고 답답~! 엄마 귀 안 들리지?
내가 한번 말하면 못 알아 듣고 반복해서 말해야지 알아듣고
음악소리도 항상 크게 듣잖어"
제말에 몇번 되물었다고
엄마에게 가는 귀 먹은 노인네 취급을 하며 놀리는 딸래미
이런 억울할때가 있나
이래뵈도 병원에서 건강 검진할 때 청력 테스트한다고
컴컴한 독방에 갇혀 열심히 삐삐~ 신호음에 반응한 결과 높은 적중률을 자랑!
담당 간호사에게 청력이 아주 양호하다며 칭찬까지 들은 몸이야
그리고 음악은 크게 들어야 제 격이지~!
"엄마 돋보기 사줄까?
글씨도 안보이잖어
내가 할머니 돋보기 지하철에서 파는거 사줄까부다"
화장품 설명서가 안보여 제게 물어 보았다는걸로
내 핸드폰 문자판 글씨 안 보인다고 대신
문자온 것 답을 보내달라 부탁 좀 했다고 슬슬 괄세를 하네
오늘따라 엄마의 약해진 부분을 이곳 저곳 건드리고 그러냐
그래도 칼국수 먹고 싶다니까 어떡해 신문지 버릴것과
핸드펀과 장바구니 세가지를 들고 집을 나섰지
세개가 내 머리에 한계점인지 장에 도착해 보니
네번째로 챙겼어야 할 지갑을 빠트리고 안 가져왔네
돈 없으니 기껏 왔어도 누가 칼국수 면을 준다나?
끙~ 별수없이 다시 집으로 가 지갑을 가져와야지...
고것이 또 뭐라 할라
"엄마 왜 그래 할머니 같이~!"
드디어 맛잇게 칼국수가 끓고
계란을 깨트려 넣어야지
톡톡 깨서 계란 알맹이를 음식 쓰레기 봉투에 홀딱 버리고
껍질을 들고 잠깐 생각한다
? 어째 번지수가 반대로인것 같다
으악!
쓰레기 속에다 알맹이를 버리고
다 된 칼국수에다 껍질을 넣을뻔~!
부추 겉절이 버무리는 중 손에 양념범벅이라
끓는 물에 면좀 넣어 달라고
급해 소리질러 부르며 모처럼 일을 시켰더니
봉지에 든 물 국수를 보고
"엄마 이것 씻어서 넣는거야? 뭐든 씻어 넣어야지?"
면가닥에 밀가루 분이 묻혀졌다고 그런가
이게 무슨 상식 밖의 소리래
틈만 나면 시집 가야 한다고 부르짖는 과년한 처자가
어이없어도 제발 그냥 면을 씻지말고 넣으라고 눌러 참으며 가르쳤더니만
순식간에 3인분 분량의 물에 6인분 칼국수를 통째로 풍덩 넣다!
그 다음은 꾸역꾸역 물 보다 많은 면이 불어 넘쳐나네
국수를 탙탈 털어 넣어야 하는것은 고난도의 요리기법이었나봐
뭉친채 풍덩 빠트렸으니 국수 가닥이 똘똘 더 합쳐져 풀어질줄 모르며 뭉쳐다니며
풀태죽 곤죽처럼 되어버렸어
언젠가는 마른 소면 국수를 찬물에 부터 넣어 삶질 않나
오늘 훌훌 맛있는 칼국수 먹기는 글러 버렸다~!!
애를 잘 못 키워가지고.....
잘 가르쳤어야 하는데 저래 갖고 어떻게 시집을 보내냐
분통 터져 혼내 주었더니
"몰라서 그런걸 가르쳐주지도 않고 그래"
그래도 할말이 있나보네
엄마는 그 정도것은 누가 안 가르쳐줘도 혼자 알았다
칠뜨기도 아니고 그게 뭐야~!
약속있다며 외출하고 몇 시간이 지난후
내 핸드펀에 고것 전화번호 뜨며 반성의 문자가 배달~!
"엄마 나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미안
같이 칼국수 못 먹은것도 미안해
저녁 먹고 서점 들렀다 집에 갈께 "
사실 엄마도 마찬가지 안 배우고 시집와서 살았는데 뭘~!
고것도 제 살림하면 터득하고 살거야
아니 그래도 엄마가 더 늙기전에 가르쳐 보내야할것 같아
어젠 청국장 찌개를 가르쳐줬더니
빨간 냄비에 나보다 더 맛있고 쌈박하게 만들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