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8 22:55
어른들 앞에서 자기 자식을 이뻐하는 것이라든지
남녀가 웃사람 보는데 사이좋다고 애정 행각하는 것을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 예전 사람들은 가르쳤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친구들 모인 공간에 유독 누구와 절친이라며 강조하는 것도 어쩐지 보기에 좋지는 않다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결례인 줄 알면서 오늘은 친구 멜리사 이야기를 하려고 앉았다
며칠 동안 맴돌던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예를 들어야하는 의미로...
2005년도에 처음 알게 되었으니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넘어 친구로 지냈다
사실 깍쟁이 사감 선생님 같은 깐깐한 이미지와 다르게
허당에다 배게에 머리만 닿으면 바로 잠드는 푸근한 둔녀이기도 하다
마음이 힘들 것 같아 내가 위로라도 하면 살면서 더 어려운 일을 겪어봐서 괜찮다며 웃는다
마음 근육이 튼튼한 거 같아 안심도 되지만 속으로는 아프면서 짐짓 안그런 척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속상하면 나도 속이 상한다
그녀는 조선시대 여인들 못지않게 맏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다
게다가 현대여성처럼 직장 일도 해가면서....
한술 더 떠 카페지기까지 하면서 카페를 돌보니
그 무한 에너지와 열정을 배워야하는데 나는 도저히 못 따라 갈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그녀가 어느날 내게 글을 써 보라고 권유했다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나는 실로 몇 십년 만에 더듬더듬 글을 써 봤다
학창 시절 백일장에서 종종 상을 탄 일로
수업도 받지 않고 글짓기 대회에 나갔던 기억이 내게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혼자 작은 흥분을 하며 어설피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학교 운동장 교장 선생님 훈화 하시는 연단에 올라 금상 받은 내 글짓기를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읽으면
우리집이 학교 코 앞이라 엄마가 모두 들으시고 얼마나 감격을 하셨는지
평생을 두고 그 이야기를 자랑 하셨었는데..
시집온 뒤로는 글쓰기란 나와 전혀 무관한 일로 알고 지냈었다
그런 연휴로 오죽하면 처음 글쓰기 할때 맞춤법 띄워쓰기등 익숙치 않아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껏 한결 같이 변함없이 댓글 달아 주고 격려를 해 준다
글쓰기에 도움되는 이외수 책을 선물하기도 했었고 얼마 전에는'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사주기도 했었다
책을 받은게 아니고 날 알아 준다는 듯한 사랑을 받는 것 같이 느껴지며 깊이 감동했었다
내 안에 감추고 있던 꿈을 펼쳐 볼수 있게 응원 해 준 그녀가 친구이다
회갑이 되도록 살아 낸 기특한 우리다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이 장수하니 오래토록 친구로 지내야 하는 우리기도 하다
오래 된 친구가 얼마나 깊은 맛이 있는지도 안다
이제 새삼스레 처음 보는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어쩐지 설익은 겉절이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지금 아는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측은지심으로 보면서 아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저기 아파오는데 노구(?)를 이끌며 경제적인 문제, 가족 걱정에다 여전히 구비구비 삶의 질곡을 넘어야 하
는 우리들은 같지 않을까..
허물이 있을때 불쌍하다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안볼때 내 험담을 하지 않고 진심담은 칭찬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면 통장에 저금 한 것 처럼 뿌듯하지 않을까?
아플때 같이 애닮아하고 기쁠때는 같이 자랑스러워하는 친구를 둔 것은 무형의 재산이다
내가 먼저 실천해야겠지...
사랑합니다 좋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