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m. 6시간. 1만 7천보.
한 점 나무랄 데 없는 가을 날씨 즐기며
서병장님. 시골제비님. 한소가
행복한 산행을 하였다.
도동 측백나무숲(50) ~ 용암산성(380) ~
대암봉(460) ~ 옻골재(330) ~
요령봉(490) ~ 매여동(150).
왼쪽부터 도동. 용암산성. 대암봉. 옻골재. 요령봉. 임도. 매여동
도동 향산 측백나무숲.
향산(160) 절벽에 측백나무 700여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본래 측백나무는 키 큰 교목으로 자라지만
다 커기도 전에 땔감으로 자주 채취해 간 데다가
바위 절벽이라는 생육지 환경이 나빠서
생육 상태 또한 나이에 비해서 초라한 편이다.
큰 나무가 별로 남아있지 못하다.
측백나무는 중국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었는데
도동의 측백수림은 측백나무가
우리나라 자생수종임을 알려주는 학술적 가치 때문에
일제 때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되었다.
비슬산 암괴류(천연기념물 435호)와 더불어
대구지역에는 두 곳밖에 없는 천연기념물이다.
조선 초기부터 유명하여 서거정은 측백수림을 대구 10경에 포함시켰다.
측백나무는 우리나라 원산의 나무로
높이 20~25m, 지름 1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이 옆으로 납작하게 자란다고 하여
<측백(側柏)>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잎의 앞뒤 모양이 비슷하여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예로부터 측백나무를 성스러운 나무로 여겨
문묘, 향교, 사찰, 서원에 많이 심었다.
1700년 전 중국 제갈량 무덤 가에는
소나무 대신 측백나무를 심었다.
제갈량이 54세에 죽어 당시 54그루를 심었는데,
그중 22그루가 현재도 남아있다고 한다.
측백나무 별사탕 모양의 열매.
((백원서원))
도동 측백나무숲 커뮤니티센터뒤에 있다.
도동(道洞)은 도리동(道里洞)에서 유래하였다 한다.
도리동은 임진왜란 때 효자 서시립의 효성을 기려
나라에서 하사한 마을 이름이라 전해진다.
백원서원은 효자 서시립(徐時立)을 제향 하는 서원이다.
본래 백안 삼거리에 있던 것을 도동으로 옮겨왔다.
백안 삼거리 지명도 이 서원 이름에서 나왔다.
도동과 이웃하는 평광동에도 효자로 이름 높았던
강순항 유적지가 있다.
조선조에는 효도만 잘해도 재물과 벼슬자리가 생겼다.
도평동은 도동과 평광동을 관할하는 행정동명이다.
지금의 도동은 도로교통의 요지다.
고속도로가 3개나 지난다.
동네 하나에 고속도로 3개는 너무 과하다.
용암산성에 올라서도 도로 소음이 들린다.
경부고속도로. 대구-포항 고속도로.
이번에 개통된 대구외곽 순환도로.
도로가 많다고
도동(道洞)이라 이름 지었다 해도 무리가 없다.
((도동 측백나무숲에서 바라본 용암산))
용암산성 입구.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바로 옆이다.
벌개미취.
벌개미취와 꽃향유, 산부추, 이고들빼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후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꽃향유
용암산성 오르는 길.
약한 경사이지만
빠르게 오르면 숨이 차고
허벅지가 팍팍해진다.
용암산성은 대구에서 하양 영천 경주로 빠지는 길목을 지킨다.
옛날 걸어다닐 때는 능성재 보다 평광동을 지나
새미기재 - 하양 대곡리가 더 통행이 많았다고 한다.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한다.
용암산 꼭대기는 펑퍼짐하게 퍼져 있다.
평평한 고원이다.
반면에 정상부 주변은 심한 비탈이다.
이런 곳은 당연히 산성이 들어설 자리다.
해발 380m의 용암산 정상부를 띠를 두르듯이
흙과 돌로 빙 둘러쌓았다.
이런 산성을 전문 용어로 테뫼식 산성이라 부른다.
능선뿐만 아니라 계곡까지 이어지는 산성은 포곡식이다.
소규모 산성은 테뫼식. 대규모는 포곡식이 많다.
가산산성은 포곡식 산성이다.
현재는 칡덩굴과 환삼덩굴로 얽혀있어 출입이 어렵다.
성벽은 토성 대부분이 허물어져서
일반인이 맨눈으로 분간하기 어렵다.
현재 남아있는 성벽 자취로 추정하면 둘레는 1km 정도다.
성의 남동쪽에는 ‘옥천’으로 불리는 우물이 있다.
과거에는 물이 있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지금은 물이 말랐다. 비가 올 때나 물이 조금 고이는 정도다.
그러나 당시에도 산 꼭대기에서 물 찾는 경우라서
수량에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팔공산은 주능선에 몇 군데 약수터가 있다.
이런 옹달샘은 10명 넘는 인원의 식수원은 못된다.
흙벽은 방어력 차원에서도
돌로 쌓은 성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장기간 농성전은 불가능하다.
테뫼식 토성은 임시피난처 역할로 만족해야 한다.
가산산성은 산꼭대기에 물이 가득한 저수지가 2개나 있다.
둘레가 11km. 높이가 2~3m 되는 석성이다.
나라 예산의 상당 부분을 투입한 결과물이다.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매여동 쪽으로 낙타봉(660) 능선 12개 봉우리가 시원하게 보인다.
조금 후에 가야 할 대암봉이 뾰족하게 보인다.
실제 가서 보면 꼭대기 전체가 널찍한 바위다.
타원형 형태다.
서쪽으로 응산 응해산 도덕산(660)이 보인다.
용암산성에서 대암봉 가는 길.
좌측에 박태기나무. 우측에 영산홍나무.
둘 다 봄에 엄청 예쁜 꽃을 피운다.
박태기는 꽃 모양이 밥알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경상도와 충청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밥알을 '밥티기'라고 부른다.
박태기나무 열매.
용암산 정상 가는 길.
개여뀌.
고려후기 최고의 문인 이규보의 작품이다.
이규보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을 형상화한 시를
많이 창작하였는데, 특히 영물시(詠物詩)를 잘 지었다.
영물시는 대상의 특징이나 생태를 면밀히 관찰한 시다.
이규보의 영물시
‘요화백로(蓼花白鷺, 여뀌꽃 속의 해오라기)’를 살펴보자.
蓼花白鷺(요화백로)
여뀌꽃과 백로
前灘富魚蝦 (전탄부어하)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가 많아
有意劈波入 (유의벽파입)
(백로들이) 물결을 가르고 들어갈 생각을 했네.
見人忽驚起 (견인홀경기)
(그러나) 사람들을 보고 갑자기 놀라 일어나
蓼岸還飛集 (요안환비집)
여뀌꽃 언덕에 다시 날아와 모였다네.
翹頸待人歸 (교경대인귀)
목을 빼고 사람 돌아가기를 기다리는데
細雨毛衣濕 (세우모의습)
가랑비에 날개 깃이 젖고 있네.
心猶在灘魚 (인유재탄어)
마음은 오히려 여울 물고기에 있건만
人道忘機立 (인도망기립)
사람들은 (백로들이 물고기와 새우를 잡을) 기회를 잊고
그냥 서 있다고 말하네.
용암산성을 칡덩굴과 환삼덩굴이 뒤덮고 있다.
예초기 작업이 시급하다.
오늘은 서병장님의 인도행 가입 첫돌 기념산행이다.
단산지와 이시아폴리스. 금호강. 동변동.
황토색은 지금 공사 중인 검단지구.
도깨비바늘꽃.
바늘 모양의 가늘고 긴 열매 모양에서 ‘바늘’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 도깨비처럼 '몰래' 달라붙는다고 '도깨비'라는 이름을 얻었다.
도깨비바늘 열매
열매 끝에 거꾸로 된 가시처럼 생긴 돌기가 3~5개 있어
털과 옷감에 잘 들러붙는다.
가을에 산행을 하면 옷자락에 붙어 있어
사람들의 열을 뻗치게 한다.
접착부가 뾰족하기 때문에 피부를 찔러대고,
보기보다 강하게 붙어있어 떼어내기도 힘들다.
가장 최악은 한번 붙었다 하면 거의 수십 개가 붙어있다는 점.
대구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모습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벌개미취. 이곳에선 구절초 보기 어렵다.
전부 벌개미취다.
산부추도 흔하다.
대암봉 가는 길
패랭이
옛날 민초들이 쓰던 모자인 패랭이를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바위로 되어있는
높고 평평한 곳을 대암(臺巖)이라 부른다.
臺(대) : 두드러지게 높고 평평한 땅을 '대'라고 한다.
무대(舞臺) 청와대 청남대 경무대에 쓰이는 말이다.
옻골 경주 최씨들은 옻골 뒷산에 솟은 거북바위가
기상이 높고 절개가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대암(臺巖)으로 삼았다.
이곳에 서면 대구 중심지 방향으로 막힘 없이 조망이 펼쳐지며
앞산 최정산 비슬산이 대구의 남쪽을 막고 있다.
서쪽으로는 멀리 가야산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파계봉에서 비로봉, 관봉으로 이어지는
팔공산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하며
동쪽으로는 환성산에서 초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진다.
대암봉 조망이 좋다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시내 어디에서나 대암봉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대암봉 바로 밑에는 경주최씨 집성촌인
옻골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대암봉에서 요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유서 깊은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억새.
요즘 산에도 들에도 가는 곳마다 하얀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억새는 전국 각지의 산 정상이나 산기슭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억새가 유명한 곳으로는 창녕 화왕산, 영남 알프스, 합천 황매산이 있다.
10월 25일에 시골제비님 인도하에 간월재로 억새 구경 간다.
갈대와 억새는 그놈이 저놈 같고 저놈이 그놈 같다.
생김새가 비슷해서 상세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기 쉽다.
두 종류를 잘 구분하지 못해도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1) '억새'는 억세다의 '억'에, 풀을 뜻하는 '새'가
합쳐져서 '억새'란 이름이 되었다. 이파리가 억센 풀이란 뜻이다.
갈대는 갈색 대나무 같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갈'은 '갈색'을 의미하고 대나무 같이 마디를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2) 갈대는 꽃 색이 갈색을 띠지만
억새는 은빛이나 흰빛을 띠고 있다.
갈대는 대체로 거칠고 날카롭다고 느끼지만,
억새는 그 발음이 주는 느낌(억세다)과는 다르게
곡선 모양으로 휘어진 잎들은
가지런한 곡선미를 보여 준다.
그래서 갈대는 바닷가에 사는 촌부 같은 느낌이고
억새는 산에 사는 귀공자 같은 자태라고 할 수 있다.
3) 갈대는 물가에서 자라며 습지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억새는 앞이 툭 틘 산 중턱이나 건조한 고지에서 주로 자란다.
4) 억새는 보통은 120cm 내외로 자라며,
갈대는 기본이 성인 키만 하다.
대암봉 정상
팔공산 주능선이 뒤에 보인다.
대암봉에서 낙타봉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대암봉 바위에는 부처손이 많다.
옻골재로 내려가는 길
가장 사랑받는 가을 양치식물.
단풍고사리라 불린다.
대암봉 정상(460)에서 경사가 급한 길을
1km 정도 내려가면 330m 고도의 옻골재다.
환성산(810)
옻골재(330)
요령봉 오르는 길. 대략 1km.
따뜻한 가을 날씨에 새순이 싹트고 있는데
같은 가지에서 잎이 다 떨어지고 시들어가는 이파리 1장만 남았다.
철쭉 한 송이가 홀로 피어 있었다.
이고들빼기.
대구올레에서 만든 왕건길 표시목.
전체 8개 구간으로 이곳은 6구간 호연지기길이다.
팔공산 언저리에서 많이 보이는 표지석과 표지목.
산과 동그라미가 팔공산을 의미한다.
((초례봉 정상에 있는 왕건길 표지석))
((왕건길 8개 구간표))
요령봉은 대암봉, 용암산과 다르다.
토르가 많이 보였다.
요령봉 정상 데크.
요령봉은 정상석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초례봉 낙타봉 배경으로 시골제비님.
오른쪽 맨 끝이 초례봉 정상석이 있는 곳이다.
요령봉 정상에서 매여동 동네사람을 만났다.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어쭙잖은 실력으로
우리 카페를 자랑했다.
인도행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고 했다.
요령바위. 요령봉 정상 덱크 가운데 있다.
요령바위가 꼭대기에 있어서 요령봉으로 불렀다.
덱크가 설치되기 전에는
바위 알 2개가 요령처럼 보였다고 한다.
남성의 생식기 고환 2개(두 쪽)와 비슷하다.
2구 딸랑이를 요령으로 보면 된다.
(전통 불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요령과는 다르다)
(2구 딸랑이)
매여마을로 내려가는 길.
마사토 길이다.
천천히 가면 아무런 문제없다.
동구 5번 버스 시간에 쫓기면 사고 난다.
60분 배차 간격이므로 설사 차를 놓친다 하더라도
귀가 시간이 1시간 늦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여마을 평지에 들어서기 전에
버스 시간 알려주면 큰 일 난다.
가이드하는 사람은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나도 일부러 시계를 안 본다.
천천히 가야 한다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지고
그러다 보면 실수하기 십상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걸어가면 모든 곳이 편한 길이다.
요령봉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계단.
매여동 뒷산 임도는 봄에 피는 데이지 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가을이다. 동네 주민은 데이지꽃으로 알고 있었다.
쑥부쟁이로 보인다.
산과 임도가 만나는 곳.
산 중턱을 파헤쳐 임도를 개설하였다.
폭우가 내리면 무너질까 걱정된다.
임도 많이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가풀막지게 마무리 한 곳은 없었다.
매여동. 흔히 매남골로 통한다.
매남골. 매남동. 매남리 이름을 가진 곳이 전국에 수십 곳이다.
동네가 초례봉 요령봉 낙타봉으로 둘러싸여
마을 형태가 오목하고, 또 흰모래(마사토)가 많아
전체 모습이 매화꽃을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매화의 매(梅)와 여(余)를 붙여 매여라 하였다.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산에서 만난 매여동 주민들은 낙타봉의
독수리 능선을 독수리 대신 매로 보았다.
그래서 동네이름이 매여동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낙타봉은 매 응(鷹) 자를 쓰는
응봉(鷹峰)이 되어야 한다.
매여 마을에서 낙타봉을 본 모습.
매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모양이다.
버스 시간 잘못 알고 그냥 하산했는데
버스 정류장 도착 5분 만에 동구 5번이 출발했다.
이런 것은 기대도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