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용감했다!
시원이, 지원이의 영화제.
이렇게 준비했고, 이렇게 이루었습니다.
<19년 01월 14일>
#시원이의 궁리
시원이는 공룡을 좋아합니다.
생김새만 슬쩍 보고도 어려운 이름을 술술 말합니다.
시원이는 영화제 때도 공룡 영화를 상영할 거라고 했습니다.
맨 처음 보려 했던 영화는 ‘쥬라기 월드’였습니다.
그런데 쥬라기 월드는 한국어가 아닙니다. 또 12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시원이는 초대하고 싶은 동생들을 떠올렸습니다.
동생들이 쥬라기 월드를 보기엔 어려울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다시 이런저런 공룡 영화들을 찾아봤습니다.
시원이가 진짜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았습니다.
바로 공룡 메카드 극장판.
만화로 보던 것이 영화로 나왔다고 기뻐했습니다.
장난감과 카드도 함께 전시해 둘 거라고 들떴습니다.
그런데.
공룡 메카드를 다운로드할 수 없습니다.
개봉한지 아직 일주일 채 되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시원이와 지원이. 주채영 선생님, 이중제 선생님께서 긴밀하게 의논했습니다.
의논 결과, ‘일단 기다려보자’
공룡 메카드가 말일에는 올라올 수 있으니,
일단 영화제 날짜를 수정하고
이중제 선생님께서 매일 밤, 다운로드할 수 있는지 확인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원 지원이네 영화제 날짜는 1월 16일에서 1월 25일로 수정됐습니다.
<19년 01월 17일>
#시원이의 의지
공룡 메카드가 성황리에 흥행 중입니다.
1월 25일까지도 다운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채영 선생님께서 시원이에게
‘영화가 계속 안 내려오고, 이번에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기도 하니
다음번에 영화제 하면 어떨지‘ 물으셨습니다.
“그건 안돼요. 이번에 꼭 해야 해요.”
영화제의 주인, 시원이의 의지를 봅니다.
여러 상황들 있지만,
자신의 일로 삼고 그렇게 주인 될 때에
더 큰 자유함과 보람, 기쁨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자주성은 복지를 이루는데 주인 노릇 하거나 주인 되는 속성입니다. 복지 요결, 35쪽
#의논을 끝냈습니다
영화는 공룡 메카드를 볼 수도, 쥬라기 월드를 볼 수도 있습니다.
상황, 사안에 따라 변경됩니다.
초대할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알릴까요?
시원이, 지원이는 포스터를 두 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일단 공룡 메카드로 만들어 두고,
마지막까지 다운로드 못하면 포스터를 쥬라기 월드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시원이가 초대장도 두 개 만들자고 했습니다.
주채영 선생님께서 시원이를 설득하셨습니다.
“시원아.. 음.. 초대장이 두 개면 사람들이 헷갈릴 수도 있지 않을까?”
“아, 그럼 영화가 일단 공룡 메카드로 적어두고 영화가 바뀌면 인사할 때 말할래요.”
영화가 바뀌면 인사말로 양해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시원이의 영화제이니 시원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됩니다.
그러나 시원이는 통보하지 않습니다.
극장에 초대받은 손님들을 먼저 생각하고 궁리했습니다.
혹시나 영화가 바뀌어 당황하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시원이의 마음이 참 귀합니다.
결국 영화제 날짜도 바뀌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영화가 바뀔 수 있으니 너무 늦게 하지 말자 하여
1월 23일로 변경됐습니다.
그렇게 시원이는 모든 의논을 끝냈습니다.
집에 갈 채비를 하는 시원이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19년 01월 19일>
#관장님도 초대해야 해요
시원 지원이네 영화제는 호숫가 도서관에서 열립니다.
시원이가 관장님께 도서관을 빌려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관장님께서 흔쾌히 빌려주셨습니다.
시원이는 도서관을 빌려주신 관장님을 영화제에 초대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관장님께서 1월 23일에 ‘엄마와 산’ 여행을 떠나십니다.
시원 지원이네 영화제도 1월 23입니다.
“관장님도 꼭 초대해야 해요.”
시원 지원이네 영화제는 관장님과 엄마와 산 팀이 돌아오는
1월 24일로 다시 변경되었습니다.
고마움 잘 전하고 표현하고픈 시원이의 마음.
고맙습니다.
#주먹밥 만들어 먹어요
시원 지원이네 영화제가 열리는 1월 24일은 아이들이 바쁜 날입니다.
저학년 책 모임을 끝내면, 바로 책 읽는 어린이 녹음 파일을 마을에 전하러 갑니다.
시원이는 여섯시 반에 영화제를 시작하려 하는데 그럼 아이들 저녁이 걸립니다.
주채영 선생님, 임혜연 선생님, 권민정 선생님께서 머리를 맞대셨습니다.
“시원아 우리 그때 주먹밥 만들어 먹을까?”
혹여나 배고플까, 허기 질까.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시는 어머니들.
참 좋은 어머니들.
지혜로운 어머니들.
시원 지원이네 영화제는 1월 24일, 오후 여섯시 반에 열립니다.
책 읽는 어린이들이 마을 두루 다니다가 다섯시 반에 모여
동글동글 주먹밥과 뜨끈한 어묵탕 먹기로 했습니다.
일단 배불리 먹고 난 뒤, 바로 영화제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시원, 지원이의 영화제에 엄마들이 함께 힘을 모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사자가 복지를 이루게 도와야 사회사업 근본에 들어맞습니다.
다만 다른 일도 흔히 당사자가 복지를 이루게 하니
‘당사자’만으로는 사회사업이라 하기에 부족합니다.
지역사회도 함께하게 도와야 사회사업답습니다. 복지 요결, 23쪽.
#초대장 포스터 완성했어요~
띠링~ 주채영 선생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초대장 포스터 완성했어요~’
시원이, 지원이 좋아하는 공룡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습니다.
시원이, 지원이 그리고 주채영 선생님, 이중제 선생님께서
합력하여 한마음으로 만든 포스터와 초대장.
귀하고 값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2C2445C4E9EC929)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D60445C4E9ECA23)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8EA445C4E9ECA2C)
(귀하고 값집니다. 고맙습니다)
<19년 01월 22일>
#꼭 놀러 오세요
오늘은 정민이 누나네 영화제 날.
시원이 지원이 들고 온 가방이 빵빵합니다.
무엇이 들었는고 하니
“선생님, 이거 영화제 초대장이에요.”
시원이 지원이가 초대장을 나눠줬습니다.
“와! 또 영화 본다~”
아이들이 신났습니다. 시원이 지원이 덕분에.
아이들이 또 만납니다. 시원이 지원이 덕분에.
#극장 주인 지원이
지원이가 영화 보는 내내 초대장 하나 손에 쥐고
시원이 형에게 무언가를 계속 부탁했습니다.
내용인즉슨,
‘서로의 초대장을 가져왔는데 초대장 안에 내용을 못 적었으니 형이 좀 적어줘’
“나중에 써줄게”
시원이는 이미 영화에 푹 빠졌습니다.
지원이의 애가 탑니다.
그렇게 지원이는 영화 보는 내내 초대장 하나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극장 주인 시원이
그리고
극장 주인 지원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A2B505C4E9FD92F)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32D505C4E9FEE2C)
(정민누나 영화제 내내 손에 꼭 붙들고 있던 초대장)
<19년 01월 23일>
#심사숙고를 거듭하다
영화제 하루 전, 시원이 지원이와 긴급회의를 가졌습니다.
당장 내일이 영화제인데 공룡 메카드는 내려올 생각을 안 하고,
쥬라기 월드는 아무래도 동생들과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선생님. 영화가 다 안 되는데 어떡하죠?”
알아서 하라고 맡겨 버리지 않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 할 때입니다.
시원이는 꼭 공룡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합니다.
이왕이면 동생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시원아! 우리 공룡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시원이가 가장 맘에 드는 걸로 골라볼까?”
“공룡이 나오는 걸 어떻게 찾아요?”
“선생님이 공룡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여러 가지 찾은 다음에,
시원이가 예고편을 보고 결정하는 건 어떨까?”
“네! 공룡이 많이 나와야 해요.”
당사자 혼자 하기 어려우면 같이 합니다.
대신해 준다면 그 일을 당사자와 의논하여 당사자가 알고 동의 요청하는 ‘당사자의 일’이게 합니다. 당사자의 일에 심부름하는 모양새이게 합니다. 복지 요결, 84쪽
여러 가지 공룡 애니메이션을 찾아봤습니다.
1. 다이노소어 어드밴처
2. 드래곤 길들이기 1.2.3
3. 굿 다이노
4. 다이노 어드밴처 2
5. 도라에몽 진구의 공룡 대탐험
시원이, 지원이에게 예고편을 보여줬습니다.
시원이가 예리하게 살폈습니다. 이모저모를 따져보았습니다.
“선생님, 이건 공룡이 아니라 용인데요.”
“선생님, 공룡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이건 몇 분 정도 해요? 길어요, 짧아요? 뭐가 제일 길어요?”
“다시 보여주세요.”
꼭 사장님께 계획서를 검사받는 직원이 된 것 같았습니다.
조마조마했습니다.
주도면밀하게 살피던 시원이는 ‘다이노소어 어드밴처’를 선택했습니다.
공룡도 가장 많이 나오고 시간도 길다고.
더빙인지 아닌지도 확인했습니다.
평점도 다섯 개 영화 중에 가장 높다며 좋아했습니다.
엄마에게 다운로드 부탁하겠다고 했습니다.
“엄마, 우리 내일 볼 영화 골랐는데 사람들이 점수를 9점이나 줬어.
제일 높아! 재미있데~ 이거 다운로드해주세요”
막히고 걸리고 갇히고 매여서 안된다 못한다 하지 않고,
강점 자원 기회 가능성에 주목하고 방법을 찾는 시원이 지원이.
그리고 주채영 선생님.
고맙습니다.
시원 지원이의 영화제.
시원 지원이의 삶 그리고 호숫가 마을 사람살이가
돋보이고, 버젓해지고 빛나고, 높아지는 시간되길 바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8AB4E5C4EA0BB01)
(예리하게 살피는 시원 지원)
![](https://t1.daumcdn.net/cfile/cafe/99C9F14E5C4EA0B430)
(다이노소어 어드밴처 봐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D6C4E5C4EA0C232)
<19년 01월 24일>
#정말로(부사;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
오늘은 대망의 시원이 지원이네 영화제 날.
시원이 지원이를 만났습니다.
“선생님, 저희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보기로 했어요.”
“네?”
“그 어제 보려 했던 영화가 3D여서 화면이 이상하게 나와요. 무슨 안경을 써야한대요.
그래서 점박이 보기로 했어요.”
호숫가 도서관 게시판에 붙여진 포스터도 언제 다시 만들어 붙였는지
‘한반도의 공룡’으로 근사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변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애태우고 조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일로 삼은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갔습니다.
아, 정말 나의 일이 아니구나.
정말 시원이 지원이 영화제가 맞구나.
정말로. 정말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C404E5C4EA1D438)
(시원 지원이네 포스터.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그리하여
그리하여 시원이 지원이네 영화제는
1월 24일 목요일,
오후 여섯시 삼십분,
도서관에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을 상영합니다,
즐거운 몸과 마음 준비해 오세요.
(다섯시 삼십분부터 식사가 시작됩니다.
먼저 온 사람부터 먹습니다. 식기 전에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