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그럼 안내문을 붙여놔야지, 암튼 서비스라곤~!'
일부는 지하철 역으로 달려간다. 몇명은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지 않고 보도를 통해 뛰어간다. 나도 그들을 따라서 뛰어서 따라갔다. 다행히 5번 출구는 길 건너가 아닌 우측으로 돌자마자 나타났다. 5번 출구에서 100미터를 향해 가는 중에 6번 출구에 있던 버스가 5번 출구 쪽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가 일부러 늦게 도달했고 그곳에 이미 여러명이 기다린 덕분에 여유있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지하철로 뛰어 내려간 사람들은 당연히 버스를 놓쳤다. 노인들은 절대 타지 못할 상황이다. 대한민국 심장 한복판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다니~!!!
1/3 정도 좌석을 채웠다. 버스가 유턴 하더니 한강 남단도로를 달린다. 가끔씩 이렇게 버스나 기차를 타고 미지의 곳을 향해 달리면 이방인 같은 낯설은 설렘을 느낀다. 남들은 비행기로 머나먼 곳을 찾으며 이방인의 자유를 찾지만, 외국 여행에서는 자유함보다는 길을 잃지 않는지 신경쓰고 입에 맞지않는 음식 때문에 괴로워 즐겁지 않은 기억이 더 많다. 그래서 내가 익숙한 풍경 속에서 입에 익숙한 맛을 즐기는 우리나라 여행이 늘 설랜다. 완전 찌질한 촌눔이다.
마스크 때문에 조금씩 더워지더니 잠이 들었다. 얼마 후 깨서 밖을보니 차가 서행을 한다. 헉! 고속도로에 차가 가득하다. 지금 코로나로 모두 집에 있는 기간이 아니었나?
설악. 이미 오래전에 지나치며 오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원풍의 작은 도시화가 진행중이다. 고속 도로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가는 곳은 어김없이 고속으로 도시화가 이뤄진다. 종점 한 정류소 전, 한 사내가 악다구니를 쓰며 기사와 다툰다. 자기를 무시했다나? 자칫 기사를 줘 팰것 같다. 그래서 가서 말리며 종점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곳에서 붙으라고 하자, 순순히 싸움이 끝난다. 참내, 이 좋은 출행 날에 ... 그래도 싸움을 말렸으니 뭐 좋은 일은 한 것일 터.
가는 김에 제사 지내고 떡도 먹어야 한다. 지역 안내자를 만나 현장에 갔다. 길가에 접한 북향이지만 햇볕은 늘 들어오는 위치다. 명당이다. 길 건너에 이화여대 수목원이 있다. 안내하신 분이 주변을 더 보여 주겠다며 옆의 고개를 넘었다. 저 멀리 높은 산 8부 능선 쯤에 웅장한 흰색 대리석 건축 물이 나타난다. 그 유명한 통일교 성전이다. 주변부 풍광이 너무나 조화롭다. 문외한 눈에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들의 신이 점지해 줬으니 뭐 ...!
이곳에 터를 잡아야 할 것같은 느낌이 다가온다. 이렇게 느낌이 좋으면 정착해야 한다. 동네 이름도 좋다. 설악, 발음은 '서락(瑞樂. 상서롭고 줄거운)' ... 이곳에 정착하도록 열심히 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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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오는 길, 연한 초록이 산기슭을 물들이고 있다. 그 속으로 피어난 도화꽃들. 이런 것은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 만의 아름다운 봄의 정취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산하가 좋다. (사실은 외국에 갈 주변이 못되니 괜히 하는 소리다) 돌아오는 고속도로 역시 차가 서행한다. 코로나도 주말 여행자들을 어쩌지 못하나보다.
우리 동네에 도착했다. 와이프와 아들은 결혼식에 가서 무지 비싼 뷔페를 먹고 있을 터, 그래서 홈플에 들러 먹거리를 둘러보다가 쇠고기 햄버거 셋트를 샀다. 직원이 포인트 있냐고 묻는다. 나는 커피숖이나 마트에서 이걸 물으면 짜증이 난다. 내가 갖고 있으면 당연히 내밀며 말할텐데 ... 글구 귀한 쌍방울 단 사내가 치사하게 그깟 포인트를 충전한다는 건 할짓이 아니란 철학을 갖고 있다. 난 그래서 사내가 포인트를 충전하려고 카드를 내밀면 좀 남사스럽게 생각한다. 조금 더 벌거나 덜 쓰자. 그런건 여자들과 젊은이들의 영역이다.
구청 앞 벤치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둘러보니 벤치마다 앉아서 다정한 모습들을 연출한다. 문득 참 내가 사는 세상이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 쩌~~~기 인도나 앞뿌리까 쪽에 태어 났으면 생존을 위해 얼마나 개고생을 했을까? 그래서 언제나 우리 선배 세대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다. 난 울 아버지 세대와 선배 세대가 살아온 세월의 관찰자다. 조금만 일찍 태어 났으면 진짜 엄청난 개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늦게 태어 났으면 낭만이 가득한 세월을 놓치고 콘크리트 위에서 놀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