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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ffney 14] 경제 위기와 토지: 개프니 교수 인터뷰
(질문) [19세기 이래] 공장제 생산 방식으로 인해 도시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생산성 증가에 따라 지대도 상승했습니다. 이런 지대가 지역사회에 환원되었더라면 노동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요? 주택 사정도 나아졌을까요? 도시정부가 상하수도에 투자를 더 할 수 있었을까요? 농촌 마을이나 소규모 도시도 좋아졌을까요?
(개프니) 주택이나 기반시설에 필요한 자본보다 노동자 인구가 더 급속히 불어난 지역에서는 과밀, 비위생,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주거/작업 환경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20세기 초] 개혁 시대(Progressive Era)에 강한 반작용이 일어났습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이상주의자들과 제도권 정치인들이 합심하여 재산세 인상을 통해 기반시설을 개선하였습니다. 재산세율이 낮은 도시보다 높은 여러 도시에서 성장이 빨랐는데, 이런 사실은 제가 쓴 New Life in Old Cities 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 도시의 예로는 뉴욕,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시카고, 밀워키,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시애틀,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스, 샌디에고, 샌호세 등 그리고 캐나다의 밴쿠버, 캘거리, 위니펙, 에드먼턴 등이 있습니다. 반면 재산세율이 낮아 정체된 도시로는 신시내티, 세인트루이스, 버팔로, 필라델피아 등이 있습니다.
(질문) 공장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심해지자 칼 마르크스처럼 유토피아 사상에 끌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제안했듯이 토지 지대를 징수하여 공공 재원으로 활용하였다면 노동조합과 같은 노동자 단체의 활동이나 노사 관계가 달라졌을까요? 레닌처럼 불만에 가득한 노동자를 선동하여 유혈혁명을 일으켰던 20세기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요?
(개프니) 분명히 예스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그런 성장 도시에서는, 이런저런 불만과 모순이 있기는 했지만 극도의 갈등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19세기 말에 헨리 조지가 조세 정의의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정부가 이 모델에 따라 조세제도를 개혁했다면 1870년대 서구 경제를 쥐어짠 경제 불황은 없었을까요?
(개프니) 그 정도가 훨씬 덜 했을 것입니다. 그 후 1890년대에 발생한 경제 불황은 개혁시대의 여러 조치 덕에 완화되고 치유되었는데, 이런 조치에는 상당 부분 헨리 조지의 사상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지주와 독점재벌이 두려워할 정도로 강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강한 조치로서, 조세 부담을 기업과 고액 재산 소득자에게 지우는 내용이었습니다. 1913년에서 1940년 사이의 소득세제는 사실상 임금 소득자를 면세하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질문) 지대추구 때문에 미국의 지리적 확대 가능성은 19세기 말까지 소진되고 말았습니다. ‘강도 남작’(Robber Barons, 19세기 후반 부당한 방법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부자들)을 찬양한 세력에 의해 생활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사건이 쌓여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돈을 초래하였습니다. 헨리 조지가 제시한 정책을 각국이 도입했더라면 평화가 유지되었을까요?
(개프니) 다른 요인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거의 그랬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각국이 이미 가지고 있던 토지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새로운 영토 취득과 제국 건설을 추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질문) 대공황 시기의 실업 문제와 씨름했던 Keynes는 토지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Harrison, 1983: 300).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시장경제 속의 토지의 역할에 주의를 환기했다면, 1930년대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달라졌을까요?
(개프니) 흔히 케인스가 신고전파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들 하지만 실은 토지를 경시한 신고전학파를 전적으로 계승하였습니다. 그는 독점이나 조세에 관한 정책을 단순한 구조의 (structural) 문제로 격하시키면서, 통화정책과 총량적 재정정책에 비해 너무 사소해서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재정’정책은 모든 조세의 총량의 문제일 뿐 어떤 조세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들도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모든 요인을 단순히 통화의 문제라고만 인식하였고 중요한 부동산 사이클의 역사, 부동산 경기에 따른 금융의 확대와 수축에 눈을 감았습니다. 물론 케인스가 경제학자를 그렇게 몰아간 것인지,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건 ‘신경제학’(The New Economics), 즉 구체적 현실과는 한참 유리된 추상적인 학문이 탄생하는 걸 방조한 셈입니다.
(질문)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토지투기에 의해 촉발된 경제 불황이 나타났습니다. 서방 정부들이 케인스의 유수정책(pump priming) 대신 완전고용에 도움이 되는 조세정책을 폈다면 사태가 달라졌을까요? 부동산 시장이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기회가 아니라 새 주택 등 국민의 실수요에 부응하는 쪽으로 작동하였다면 경제가 활성화되었을까요?
(개프니) 물론입니다. 그러나 조지스트는 부동산 금융 특히 토지 금융의 미스터리를 좀 더 심도 있게 보아야 합니다. 토지는 인간보다도 수명이 더 길기 때문입니다. 토지는 단지 생활과 생산의 근거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소유자에게는 가치 저장 수단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토지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구적 미래의 토지 권리까지 매입해야 하는데 그 가격은 현재의 사용가치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토지를 매입하려면 일반인이 마련하기 어려운 큰 금액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 경력을 시작하는 젊은 층에게는 큰 부담이 됩니다. 매입 자금을 차입하려고 해도 담보가 없어 그것도 어렵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은 매우 불평등해집니다.
(질문) 교수님은 조세 개혁을 통해 효율적 시장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고 계속 강조해 오셨습니다. 20세기 말에 금융권이 토지 문제를 제대로 다루었다면 2008년 위기는 막을 수 있었을까요?
(개프니) 네.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호황은 금융권의 토지 담보 대출이 급속히 늘어나는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손쉬운 장기대출로 인해 지가는 치솟았고 감정평가사 등도 그렇게 오른 땅값을 기준으로 다시 담보물 평가를 하였습니다. 경제학자도 이런 총체적 망상에 가세하여 이런 현상을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라고 불렀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루카스(Robert Lucas)sk 사전트(Thomas Sargent) 등이 그 예입니다. 그래서 망상은 망상이 아닌 것처럼 권위를 갖추기도 하였습니다.
(질문) 2008년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학계에서는 예측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었습니다. Joseph Stiglitz 교수는 여러 차례 재정 정책 개혁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학계에서는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이 현실과 유리된 것일까요?
(개프니) 다수의 학자는 돌팔이이며 금융기관 종사자나 성직자까지도 비슷한 행태를 보입니다. 이런 전문직 사기의 공통적인 문제는 부패와 쏠림 현상입니다. 그들에게는 금전적이든 사회적이든 승진이나 안전이 제일의 현실적 관심사이므로 사실을 정직하게 말하여 자신을 불리하게 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 사회 환경과 가치 체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도덕 능력을 상실한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돈키호테 같은 꿈을 꿉니다. 이런 사람들이 금융 위기를 예언한 루비니(Roubini) 같은 사람을 ‘파멸 박사’(Dr. Doom)라고 비웃으며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질문) 서방 정부들이 양적 완화를 남용하는 대신 대출 제도를 정직하게 개혁했다면 어땠을까요? 일본식의 디플레이션이 세계를 지배했을까요? 아니면 정책결정자들의 무능이 드러나서 국민이 민주적 권리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을까요? 근본적으로 혼란에 매몰되지 않을 권리 말입니다.
(개프니) 통화와 신용 체계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폴란드와 러시아가 공산주의에서 이행하는 과정에서 보았듯이 국민이 금융에 대해 무지할 경우에는 큰 부작용이 염려됩니다. 그래서 좀 덜 급격한 방법을 쓰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은행 대출 기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즉 토지를 담보로 삼는 관행을 퇴출시키는 것입니다.
* 평생 헨리 조지 경제학을 연구해 오신 Mason Gaffney 교수님을 기리는 <Rent Unmasked>에는 13명 필진의 논문이 실려 있고 군데군데 흥미로운 박스 글도 있습니다. Gaffney 교수님과의 대담에 나오는 중요 부분을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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