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除幕日 제막식 날 四二八五年 四月 十三日 1952년 4월 13일
四月櫻花滿發 市民及官公吏 雲集擧行除幕式. 觀櫻者 皆有感想 式有垂淚者. 余二感泣不已.
4월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시민과 관공서의 관리가 구름처럼 모여서 제막식을 거행했다. 벚꽃 감상한 사람들에게는 다 마음에 일어나는 느낌이 있었고, 제막식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나는 이 두 감상으로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日人㝡愛櫻之樹 일본인은 벚꽃을 제일 사랑하고
韓人㝡愛槿之花 한국인은 무궁화 가장 사랑하네.
槿櫻不是同一本 무궁화 벚꽃은 같은 근원 아니나
共植山間與水涯 한가지로 산과 물가에 심는다네.
韓人不務栽槿茂 한국인은 무궁화 애써 안 심어도
日人專務栽櫻奢 일본인은 무궁화 힘써 재배하네.
韓人心事如天日 한인의 바람은 태양과도 같으니
愛槿愛櫻無甚差 무궁화나 벚꽃 별차 없이 사랑해.
天使日人離韓去 하늘이 일본인 한국 떠나게 하니
櫻花反作朝鮮華 벚꽃은 도리어 조선의 꽃 되었네.
櫻在朝鮮有何罪? 조선에 있는 벚꽃이 무슨 죄인가?
兄槿弟櫻同一家 무궁화 형 동생 벚꽃 한집안이라.
春來花發滿山野 봄 되어 꽃피어 산야에 넘쳐서
港都天地蒸如霞 항도 천지가 노을처럼 가득하네. 1)
忠武銅像除幕日 이충무공의 동상 제막식 날은
歡天喜地動人波 정말로 기뻐하는 인파 감동했네. 2)
都人歌舞連三日 진해사람 사흘을 노래와 춤추니
花下人聲多喧譁 벚꽃아래 사람들 크게 소리쳤네.
晩歲晩歲歌晩歲 만세, 만세, 또 만세 노래하니
公靈陟降彷佛些 공의 혼령 오르내리는 것 같네.
匏公以後金忠善 신라 때 포공 이후에 김충선은 3)
自日歸韓立功多 일인이 귀화해 많은 공 세웠네.
兩公忠義爲伯仲 두 사람의 충의가 비슷하여서
誰以同産排又撾 동족으로 누굴 버리고 택하랴? 4)
槿花願作而公義 무궁화 심기 원함은 공의로서
永與槿幹爲蓬麻 무궁화와 길이 삼밭 쑥대 되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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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도(港都): 항구도시로 여기서는 진해(鎭海)를 가리킨다.
2) 환천희지(歡天喜地): 하늘 우러르고 기뻐하고, 땅을 굽어보고 기뻐한다는 말로, 대단히 기뻐함을 말한다.
3) 포공(匏公), 김충선(金忠善): 포공은 옛날 일본인으로 신라의 신하가 되었던 사람이고, 김충선은 1592년 임진왜란에 쳐들어왔다가 항복하고 조선에 귀의(歸依)하여 전쟁공로로 벼슬을 받았으며 김해김씨(金海金氏)도 하사받은 일본인(日本人)이다.
4) 수이동산배우과(誰以同産排又撾): 동산은 같은 어머니의 형제이고, 배우과는 배척하고 또 받아줌[安排]이니 ‘같은 일본 동포이나 누구는 밀치고 누구는 받아들이겠는가?’이다.
5) 근간위봉마(槿幹), 봉마(蓬麻): 근간은 무궁화 줄기이고, 봉마는 마중지봉(麻中之蓬)으로 삼밭에 함께 자라는 쑥대궁이란 말이니 삼대가 곧게 자라는 환경에서는 쑥대도 곧게 자란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