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학대축제】
세종문학상 수상자 서평
글로 말하고 인간성으로 평가받아야
권대근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문인상경’, 문필가는 제각기 자기가 제일이라고 뽐내며 다른 문필가를 얕본다 뜻으로, 6세기 <문선>에 전하여져 내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신문사 이종기 대표께서는 상대 문인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세종문학상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분께 큰 존경을 보낸다. 아울러 오늘 큰 상을 받으시는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를 드린다. 문인에게는 ‘문인삼락’이 있다. 등단을 하고, 책을 내고, 문학상을 받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란 뜻이다. 오늘 수상하시는 분은 삼락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글로 말하고 인간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올해 저서를 낸 많은 후보자중에서 글도 인간성도 좋다고 생각되는 일곱 분이 세종문학상을 수상한다. 수상 작가 대부분이 쉬운 언어, 공감의 표현, 소통의 화법에 능하고,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치환원리로 글을 쓰고 있다. 아울러 상투적이면서 단순함을 넘어서는 깊은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문학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비가시성의 가시화, 형상과 인식의 복합체, 비유의 존재론적 형상화, 저항적 담론이란 제 구비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제 수상자의 작품세계가 궁금해진다.
서경숙의 <달빛소야곡>에 대한 평이다. 수필은 관조의 문학이다. 이분은 소재에서 얻는 경이와 충만만으로 수필을 쓰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볼 시’ 차원이 아니라, ‘볼 견’ 차원으로 나아가서, 종국에는 ‘볼 관’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분은 수필가이기 때문에 수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수필을 씀으로써 수필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데서 그녀의 수필은 깊은 감동을 준다고 하겠다. 서경숙은 한마디로 부드러운 곡선의 안식처가 있을 것 같은 작가다.
손순자의 <빨간 풍차 그 찻집>에 대한 평이다. 손순자 시인은 희망과 함께 절망을 보거나 아니면 절망을 통해 희망을 보는 양면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분의 시는 긴장감 잇는 언어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춘설>이라는 시는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 사이에 놓여 있는 삶을 바라보면서, 절망을 희망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시다. 좋게 말하면 언어와 느낌을 짜맞추는 솜씨가 좋아서 안정감이 있었다.
이후재의 <뻐꾸기의 나들이>에 대한 평이다. 이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은 상큼한 시문학의 향연을 베풀고 있다. 이분의 시는 동식물이나 사물과의 교감을 통한 자연친화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땅>이란 시를 보면, 자본주의적 모순과 인간의 욕망이 시적 형상화로 잘 그려지고 있다. 이후재의 시는 구성적 기교와 언어적인 맛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문제 비판과 현실사회풍자 등 저항성에도 소홀함이 없다.
정임숙의 <충만 그 희열>에 대한 평이다. 정임숙 시인은 생의 긍정과 환희를 맑고 고운 일상에 기대어 청량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위요한 세상에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긍정의 시인이다. <혼자가 아니예요>란 시는 에코필리아적 자연관으로 세상을 인문학적으로 보고자 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공존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시상의 발화가 긍정적이고 엄연한 삶의 실존을 잘 일깨우고 있다고 하겠다.
강옥삼의 <이모작 인생>에 대한 평이다. 강옥삼 수필가는 육화한 말씀의 신앙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이분의 글은 구도자처럼 걸어온 인생의 여정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감동을 준다. 자신의 이름을 통해 그려보는 세계가 너무나 목가적이고 전원적이라서 강 수필가의 사유세계에는 원시적 순수가 물결치고 있다.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바다 같고 태산 같은 도량과 높은 인품을 자서전적 수필 속에 잘 그려내고 있다.
류영구의 <운명 그 다리에서>에 대한 평이다. 류 시인은 김춘수 시인의 제자로서 국문과 출신으로 오랫동안 교단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창작활동을 해왔다. 이미 오래 전에 <내시경>이란 시집으로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운명 그 다리에서>라는 시집은 창작의 시간과 고투의 과정이 담긴 작품집이다. <황야여>란 시는 자신의 꿈이 녹아있던 문학회가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자신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것에 빗대어 안타까운 절규로 잘 형상화했다.
김용길의 <주 사랑 찬송시>에 대한 평이다. 김 시인은 찬송시 60여 편, 시조시 40편을 합쳐 100여 편의 시를 시집에 담았다. 찬송시들은 곡을 붙이면 찬송가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리듬을 타고 있다. 찬송시를 시조형식에 맞춰 다시 문학의 옷을 입히는 솜씨가 돋보였다. 이 시집에는 사랑, 그리움, 슬픔 등 삶의 빛깔이 잘 그려져 있다. <홍매화를 그리며>라는 시에는 사랑하는 임이 오지 않을까 하여 가는 해를 조금이나마 더 잡아 두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안타까운 사랑의 정서가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왕의 이름을 딴 세종문학상이 수상자 여러분께 새로운 자극제가 되기를, 그리하여 수상자가 더욱더 값지고 소중한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날 사유의 깊이가 낮은 시 수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문단에서 이만한 인식의 깊이를 지닌 시와 수필을 만난 것은 큰 기쁨이라고 하겠다.
평론가, 번역가, 수필가
10회 기계과 졸, 동아대(문학박사), 명예철학박사(대신대학원대)
88년 <동양문학> 등단, <경북신문>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과 수필 당선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정과정문학대상, 한국바다문학상 수상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회 회장, 한국문학세계화위원회 위원장
저서 <수필은 사기다> 외 20권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