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寶寧·영어강사
상명초ㆍ중, 수도여고,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 한국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 졸업. 現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영어강사, EBS TV 영어회화ㆍEBS FM 「모닝 스페셜」 진행. 저서 「미국에서 살다 오셨나요?」(영어학습법).
단 3개월에 끝장내는 영어공부 秘法? 그런 눈가림에 속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해야
어느 날 아침 라디오 생방송이 끝나고 바쁘
게 여기저기 오가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하던 우리 직원의 의아 해 하는 눈길은 그 자체가 나에겐 의아한 것이었다.
『뜻밖이라니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 가요?』
서로가 서로에게 「정말 의외의 반응」이라 는 표정을 주고 받고 있을 때 옆에 서 있던 20대 초·중반의 내외국인들은 결국 그 직 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틀린 건 나라고 하 면서.
『일본이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어 왔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 나요?』
『전 이런 현실이 정말 슬프다고 생각합니 다. 얼마나 영어에 恨(한)이 맺혔으면 멀쩡 한 우리말 놔두고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자 는 말까지 나올까요? 전 말도 안된다고 생 각합니다. 그렇게까지 될 필요도 없고 되어 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 영어가 문제 가 된다면 방법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지 영 어를 公用語化(공용어화) 한다는 것은 최후 의 보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 자체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필자는 영어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현 상황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 출 수가 없는데 그것은 약 한 달 전에 있었 던 모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더 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외국에 가지 않고 도 영어를 별 불편함 없이 구사한다는 이유 로 어떤 뉴스 프로그램에서 필자가 소개되 었는데 여기서 필자는 역시 영어 공용어화 와 관련해 이런 생각을 말했다.
『영어는 그 자체가 수단일 뿐입니다. 목적 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본질적으로 는 수단이니 만큼 편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영어의 길」
이런 나의 말을 들은 어떤 시청자가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교육방송 영어 프로 그램 「모닝 스페셜」)의 홈 페이지 게시판 에 불만 섞인 글을 올렸다.
『그녀는 영어가 수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조차 영어는 生業(생업)이 되고 있지 않은가. 영어는 이제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영어가 필자의 생업 수단이라는 (혹은 그의 말에 따르면 목적이라는) 표현 자체도 사 실 당사자인 내가 평가하기엔 사실이 아니 라고 봐야 할 테지만, 그보다 더 가슴 답답 했던 것은 「영어가 수단」이라는 가장 근 본적이고 기본적인 명제 그마저도 이제 의 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영어에 대해 우리가 갖는 느낌이 얼마나 위압적이 고 부풀려져 있는 건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 어찌 됐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제 우리나라도 全국민이 고유한 언어와 함께 영어를 사용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그런 나라로 가는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 찬성론이 지배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유명한 헤드 헌터가 『영어는 이제 선 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무기』라고 말한 것도 요즘 들어 수긍이 간다. 우선 정부기 관에서 각종 서류를 영문으로 작성하는 것 을 의무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 이제 필리 핀이나 홍콩처럼 일반인들도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영어로 각종 과목을 공부하는 등 영어가 우리말만큼이나 생활화되는 날이 그리 머지 않았다는 것일까. 요즘은 국내 기업 중에서도 회의를 영어로 하고 서류 작성 등 웬만한 일은 영어로만 처리하는 회사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언뜻 생각해봐도 정말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다. 필자는 약 12년 前 국내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던 미국의 한 다국적 기업에서 동시 통역을 잠깐 맡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그 당시 그 회사에서는 非 공식적으로 모여 회의를 하는 데에도 직원 들간에 영어로만 의견이 오갔었다. 물론 그 들은 알고 보니 대부분이 외국 국적을 가지 고 있는 한국인이었거나 어릴 적부터 해외 생활을 오래했던 사람들이어서인지 그들이 사용하던 영어는 거의 네이티브(영어를 母國語로 하여 태어난 사람) 수준이었던 것으 로 기억된다. 이제 그런 모습을 어딜 가나 보게 된다고 하니 실로 온 국민의 영어 생 활화는 코앞에 닥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튼튼한 기초와 말하기·고침의 반복이 내 영어실력의 열쇠
사실 따지고 보면 필자야말로 영어를 생활 화한다는 데 그리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람 일 수도 있다. 두 살 때쯤 우리말을 본격적 으로 알게 되고 말하게 되면서 거의 동시에 영어라는 말을 알게 된, 그래서 어쩌면 언 어 습득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으로 영어에 노출되기 시작한 사람 중 하나인지도 모른 다. 처음엔 놀이의 대상으로 알게 된 영어 를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정식 영어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AFKN을 스승삼아(?) 친구삼아(?) 꾸준히 실용영어에 노출이 되 었다. 중학교에 들어서부터 시작된 교과서 를 가지고 하는 영어 공부를 통해서는 이제 까지 그저 「말」로만 알았던 영어에 숨어 있던 「말」을 「말」이 되게 하는 원칙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영어라는 말이 지니는 원칙(그것을 소위 문법이라 하지만)을 익 히면서 골치 아프고 딱딱하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아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이 런 말들이 이런 원칙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 구나」 하는 신기함이 더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된 더 많은 원칙을 나름대로 여러 가 지 말을 만들어보는 데 응용했다. 닥치는 대로 혼잣 말도 하고 번역, 영역도 해보고 , 일기도 써보고, 노래 가사도 만들고, 심 지어는 만화도 영어로 만들어 봤다. 이쯤 되면 흔히들 말하기를 「영어에 미쳤다」는 말은, 영어와 함께 한 지난 삼십년을 돌이 켜 볼 때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는 동안 나는 영어의 기초를 탄탄히 할 수 있었다. 아직도 공부해야 할 부분이 한 참 남았지만 난 영어를 처음 생활 속에서 접했던 것과(필자의 부모님께서는 집에서도 간단한 몇 마디는 영어로 말을 시키곤 하 셨다) 이후 미디어를 통한 「진짜 살아 있 는 영어」에의 노출,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 로 열심히 듣고 생각하고 말해본 것, 나아 가 학교에서의 문법 공부, 대학원에서 우리 말과 연계하여 통번역 과정에서 깨닫게 된 영어의 성질을 이해하기 등, 이 모든 과정 은 그 무엇 하나도 버릴 것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학교의 영어 교육을 절대 불신하지 않는다. 다만 여건상 배운 이런 저런 영어의 지식으로 학생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데 백분 활용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 또 올바로 활 용이 되었는지 검증하고 교정해 주는 지도 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 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다져진 기초를 근거로 해서 정말 나 자신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영어가 장족 의 발전을 한 것은 또 그 이후 10여 년 동 안의 일이다. 이런저런 영어 교육 쪽의 일 을 하고 외국인들과 강도 높은 일을 계속 진행하면서, 특히 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 가는 입장에서는 영어가 늘지 않을래야 않 을 수가 없었다. 역시 열쇠는 탄탄한 기초 와 그를 토대로 했던 숱한 말하기와 고침의 반복이었던 듯하다. 아울러 한결같이 일관 되었던 것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체험하며」 한다는 것. 이제 그러한 나의 경험과 연구, 방송이나 개인홈 페이지(ww w.eboyoung.com)를 통한 끊임없는 일반 대 중과의 의견 교환을 토대로 어차피 하지 않 으면 안되는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볼 것인 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미리 밝혀 둘 것은 필자는 단 3개월 만에 끝장을 내버리는 영어 공부의 비법…, 뭐 이런 식으로는 한 마디도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듯하게 얘기를 만들 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그것은 어차피 자신의 진정한 실력으로 이어질 수 없는 얄팍한 눈가림에 불과하기 일쑤라는 믿음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1. 영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항간에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 는 책이 화제다. 공교롭게 그 저자를 한 달 여 전에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 었는데 『그럼 정작 본인은 영어 공부를 해 본 일이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 아니오,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하 지 말라는 겁니다』라는 다소 역설적인 답 변으로 응했다. 꽤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얘기이다. 물론 사람마다 그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한결같지는 않으리라. 그러 나 일단은 「그럼 공부 다 때려 치워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誤算(오 산)이고 다만 접근 방법에 있어서 이제까지 가져왔던 부담감과 거부감을 우선 없애버 리라는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건 맞 는 얘기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이제까지 영어를 공부 로 여겨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이 것은 처음에 영어와의 만남 자체가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두 살 때였으니) 이 루어진 것이었고,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T V 프로그램과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수들 얘기를 궁금해 하면서 귀를 바짝 기울이고 마치 나에게 얘기하듯이 그에 대해 나름대 로 답변도 해가면서 어떻게든 가깝게 영어 로 다가가고자 한 노력이 계속 이어졌기 때 문이라고 생각된다.
누구든 무엇이든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 면 벌써부터 뒤통수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책장을 넘기기조차 힘들어진다. 영어 공부 의 가장 큰 敵은 바로 그런 부담감이다. 부 담감은 「공부」라는 단어에서부터 시작된 다고 본다. 그러므로 뭔가 내가 영어를 「 공부」한다는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마음 자 세를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난 「영어 로 한다」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마음으 로 바꾸어야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옛 노래도 좋다. 오히려 옛날 노래, 컨트리 노래 같은 것이 가사는 더 주옥 같다) 영어로 흥얼거려 본다든지 가슴 깊이 남는 영화의 名장면을 인터넷에 서 대사를 다운받아 비디오로 봐 가면서 그 말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껴보려고 한다든 지, 연애 편지를 영어로 적어본다든지(온갖 닭살 돋는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도 좋다) , 뭔가 내가 지루함을 가장 덜 느낄 수 있 는 것을 선택해 그 안으로 빠져들어 보되 수단을 영어로 해보자는 거다. 여기에서는 그다지 어려운 문법이나 어휘가 많이 요구 되지 않는다.
2. 장기전이 될 것을 각오하자!
한 2년 전쯤 어떤 회사원 한 분이 보내온 편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영어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중략) 추신: 제발 꾸준히 열심히 하라는 말은 말아 주세요. 세상에 나만큼 꾸준히 열심히 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필자는 지금껏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마냥 무지개를 쫓듯이 한국인들이 영어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의 王道(왕도 )를 찾아 헤맬 것이다. 반드시 길이 있으리 라고 믿고 있다. 다만 그 王道가 편치는 않 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소 힘들더라도 한 국인에게 이렇게 하면 영어가 먹힌다는 그 런 비결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난 믿고 있다. 다만 내가 아직 못 찾았을 뿐. 하지만 난 이 회사원에게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 바로 길이다」라고 적어서 답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진리이기 때 문이다. 이렇게 오래 꾸준히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가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두루 두루 써보는 것이 좋다. 한 가지 하다가 싫증이 나거든 다른 방법으로 전환해 보면서 일단 은 장기전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3. 눈에는 영어보다 돈이 들어오게 하자!
필자는 돈과는 영 인연이 없는 사람처럼 알 려져 있는 면이 없지 않은데 그런 내가 「 돈」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경우는 대체 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증권 투자하 시면 일간지의 증권 관계 기사를 영어로 읽 으시라』고 할 때와, 학생들에게 『어차피 여러분의 돈이고 여러분의 시간이고 여러 분이 내린 결정에 의해 여기 와있는 거다. 그런데 왜 수업에서 최대한의 것을 뽑아가 려 하지 않는가. 왜 그런 귀중한 자산이 낭 비되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으려 하는가』 (It's YOUR money, it's YOUR time, it's YOUR decision. So why not make the most out of the class? Why would you want to see them wasted?)라고 하는 경우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영어에 대해 미리부터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자, 아니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는 마음가짐은 아예 하지도 말자는 것과 유관한데, 거의 매일같이 쏟 아지는 정보들과 뉴스의 홍수 속에서 그래 도 영어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길을 찾고 자 한다면 어떤 갈피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 가. 이때 그 갈피를 고르는 기준으로 갖가 지 종류의 정보 속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 는 분야, 혹은 자기가 가장 섬뜩하게 현실 적으로 느끼는 것에서부터 출발점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
정말 영어의 그 지긋지긋한 꼬부랑 글자들 이 과연 요게…요게…이거 무슨 뜻일까 사 전 어디 있나 사전… 하며 단어의 의미를 연결하여 문장을 이해하려는, 즉 숲이 아닌 나무만을 보려는 것보다는 뭔가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대하라는 것이다. 이때 절 실함이 개입되면 그 효과는 더 크다. 즉 증 권시세를 설명들을 때 우리말 뉴스, 신문에 의존하기보다는 웬만한 어휘만 파악이 되 었으면 그 다음부터는 영자 일간지 증권면 의 좌측 상단에 있는 주요 기사를 중심으로 술술 읽어나가자는 것이다. 이것도 한 이 삼 일 정도만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여 시세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 어휘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간 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주가가 「올라간다 」라고 할 때는 go up, up, skyrocket, increase, jump, bounce, on the rise, rise, soar, shoot up 등의 표현이 주로 많이 눈에 띄고, 반대로 「내려간다」라고 할 때는 go down, down, plummet, nosedive, decrease, on the way down, dip, fall, drop, decline, on the decline 등의 표현이 주로 쓰인다).
이렇게 뭘 듣더라도 초급일수록 미리 준비 를 확실하게 해두고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이 순서가 된다 . 이것이 바로 필자가 주장하는 「전략」이 다. 무턱대고 맨땅에 헤딩하는 식 - 알아듣 든 못 알아듣든 일단 무조건 마냥 읽거나 듣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 주 로 많이 나오는 어휘, 주로 많이 사용되는 문장 표현 방식 등을 골라 모아서 익혀둔 다음 비슷한 어휘와 문형이 반복되는 그 다음부터는 이미 알게 된 것들을 「다져나 가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진짜 실력을 쌓아 가는 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4. 매일 조금씩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자
위와 같은 식으로 하면 『그게 공부지 뭐야 ?』라는 반응이 반드시 나오겠지만 이 정도 는 감수를 하여야 한다. 어느 정도는 외우 고(외우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하거나 비슷한 종류의 기사를 다른 잡지나 신문 등을 통 해 반복적으로 대하는 것, 한번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여겨지면 일부러 그 어 휘를 써서 문장을 만들어 외국인과 대화에 서 써보는 것 등) 어느 정도는 시행 착오를 거칠 각오쯤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평탄하게 놀고 쉬며 할 수만은 없는 것이기에 이왕 하는 것, 좀 짐을 가볍게 해보자고 자신의 이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절실한 것, 또는 관심이 많이 가는 분야의 것부터 소재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 가끔 받는 질문 중에서 『뭣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보통 어느 한 가지를 딱 시간을 정해서 하루 밥 먹고 딱 한 시간을 투자한 다, 뭐 이런 식의 생활 습관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영어를 일단 해보겠다 고 마음먹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늘 영어로 이르는 사고의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화장실 가서 신문 볼 때, 영자 신문 기사 딱 한 문단만 확실하게 읽고 이해하고, 자 동차로 출근할 때 영어로 된 카세트 테이프 를 들으면서(꼭 AFKN을 듣지 않아도 된다) 반복해 따라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서 가고 , 점심 시간에는 영어 사이트를 찾아가 보 고하면서 영어와 끊임없이 친해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어 한 개, 문장 표 현 한 개는 어떤 책을 봐도 다 나와 있고 한 시간 더 공부해서 단어 한 개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반드시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 지만, 똑같은 영어 공부를 하고서도 그것을 과연 내 것으로 얼만큼 만드느냐하는 것은 책이나 강의가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인데 그 한 가지 방법이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것마다 한 번에 짧게 짧게(지치면 안되니 까) 영어를 「생각하고」 「말해본다」는 것이다.
5. 영어의 바다를 스스로 만들자!
미국인을 통 만날 기회가 없어서 영어를 책 으로 공부하고도 연습이 안된다고들 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것은 마치 「난 가만히 있는데 어떤 외국인 이 나에게 다가와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 말을 붙여 주기를 기다린다」는 말과 별반 틀릴 것이 없다. 정말 마음을 먹었다면 내 가 뛰어야 한다. 요즘은 편리하게도 전화로 미국인과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고 인터넷으로 채팅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중요한 것은 그 외국인을 만나 눈 을 빤히 쳐다보고 말할 수 있느냐이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별로 반겨하지 않는 우리네는 또 금발의 푸른 눈이 내 눈을 빤 히 들여다보고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왠지 압도당하는 느낌과 갑자기 내가 작아지는 느낌을 거의 공통적으로 순 간적으로나마 느끼는 경향이 아직까지 있지 않은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어떤 외국인 이 길을 막고 시청 가는 길을 물으면(어쩌 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은 다들 그렇게 서울 시청을 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는지, 웬만한 회화책을 보면 다 그렇다 . Excuse me, could you tell me how to g et to the city hall? 하면서) 언뜻 말이 안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작 「Take the bus no. 52 at that bus stop right there」 라는 말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이 빤히 쳐다보는 그 눈길에 그만 기 가 빠져 버리기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학원을 찾아가거나 주한 외국 문화원을 찾 아가 보거나 동아리 모임에라도 가보자. 나 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뭔가 다 함께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추구하는 사람들에 섞이다 보면 자칫 나태해지고 느 슨해지기 쉬운 스스로를 잘 추스리는 자극 을 그런 곳에서 받을 수 있다. 눈앞에 펼쳐 지는 광경, 지금 있는 여기, 이곳의 광경, 상태 같은 것을 끊임없이 머리 속으로 상 상하고 영어 문장을 만들어 말해보는 연습 을 한다. 말하자면 유난히 사람이 덜 붐비 는 전철을 탔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이런 상황을 영어로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Today the train is not so crowded. I wonder why. Usually it’s packed with people by this time of the day. Well look at that ad! kind of like the design. But the copy… I don’t know. Too corny…」 (오늘은 열차 안이 덜 붐비는군. 이상한데 웬일이지? 보통 하루의 이맘 때쯤이면 꽉 차는데. 흠, 저 광고 좀 봐라. 디자인은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데 하지만 문구가… 글쎄 너무 유치한 걸…) 영어의 바다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스스 로 만들어 볼 일이다.●
1. 영어공부의 가장 큰 敵은 「공부」라는 중압감. 그저 친하게 노래도 부르고, 비디오도 보고 하다 보면 영어가 늘게 마련. 2. 꾸준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 王道는 없다. 다만 싫증이 나면 공부 방법을 바꿔라. 3. 자기에게 절실한 내용을 갖고 반복하라. 돈 문제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 4.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것마다 짧게 짧게 영어로 생각하고 말해보는 습관을 들인다. 5. 가만히 있으면 영어를 쓸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英語에 恨맺힌 한국인
문득 2년 전 외환 위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할 때 받았던 한 통의 편지가 생각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2학년생 딸을 둔 40代 중반의 엄마입니다. 이보영씨의 방 송 잘 보고 있습니다. 사실 저 자신 영어에 맺힌 恨이 많아서 아이들에게도 어릴 적부 터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아이 들도 웬만큼 좇아오는 것 같았구요. 그러다가 얼마 전 아이 아빠가 하던 사업이 크게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예전과는 소비 수준도 크게 달라졌고 그야말로 허리 띠를 졸라매야 할 때랍니다. 문제는 우리 집 아이가 친구들처럼 자기도 영어를 잘 하 려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꼭 다녀와야겠다 고 저렇게 우기고 있다는 겁니다. 참 철도 없죠? 때가 어느 때인데…. 그러나 그 아이의 말도 크게 잘못된 거 없 지요. 다들 가는 어학 연수, 나중에라도 자 기의 영어 실력이 남들만큼 되지 않을 때
『그때 연수 보내주지 않아서 내가 오늘 이 모양 아니냐』라고 할까봐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보영씨, 이보영씨는 그 흔한 어학 연수 한번을 안 다녀오고도 남을 가르칠 정 도의 수준이 되었지 않습니까? 물론 부모로 서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 큼 그게 무척 어렵답니다. 또 영어라는 게 그렇게 잠깐 다녀온다고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느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엄 마 아빠가 설득을 하려 해도 저렇게 막무가 내인데다가 이젠 우리를 원망하는 것 같습 니다. 이보영씨, 부디 우리 아이가 납득할 만한 글을 보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믿기 어려운 얘기일지 모르나 필자는 이런 종류의 메시지를 한 달에 거의 두세 번 꼴 로 받은 적이 있었다. 또 한 번은 실제로 미국 보스턴에서 어학 연수중이라는 한 학 생에게서 편지를 받기도 했는데 그 학생은 나를 만나 본 적도 없고 단지 방송에서 접 한 게 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필자 이외에 누구에게도 현재의 그녀 자신의 상 황을 말할 만한 대상을 찾지 못했다고 하면 서 이렇게 눈물 젖은 편지를 써내려 갔다. 〈선생님 저는 우리 부모님께도 다른 가족 이나 친구들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없습니 다.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기도 하 고 특히 부모님들께는 죄송스럽기 때문입니 다. 그러나 혼자 감당하기에는 혼란스럽기 그지없고 해서 생면부지의 선생님께 하소 연을 실어서 도움을 청하는 글을 쓰는 겁니다〉 그 학생의 말은 이러했다. 남들 다 가는 어 학 연수, 나만 가지 않고 있자니 괜시리 불 안하고 또 다녀오면 뭔가 변화도 있을 것 같아서 가정 형편상 적극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닌 부모님의 염려를 뒤로 한 채 나름대로 여기저기 유학원이다 여행 사다 알아봐서 그중 한국 사람들이 가장 없 을 거라고 판단되는, 그러면서 가장 미국적 인 곳이라고 여겨지는 보스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많은 학교들 중에서 그래도 한 국 학생들이 거의 없을 거라고 여겨진 학교 를 택해 상당히 신중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미국 땅을 밟았단다. 거기에 이왕 가는 것 철저히 하자는 생각에 미국인 가정집에 하 숙까지 구해서…. 이쯤 되고 보면 이 이상 더 철저히 준비를 할래야 할 수 없을 정도 로 이 학생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가보니 상황은 예상을 빗나갔다. 소개받은 그 집은 유흥가를 끼고 밤이면 밤 마다 울어대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와 반쯤 바깥이 보이는 창 밖으로 건너편 건물의 네온사인이 번쩍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또 그 집 가족들 은 하나같이 외국인을 꺼린 나머지 어쩌다 눈이 마주쳐도 별로 인사도 건네지 않더라 는 것이다. 알고 보니 외국인 학생 하나 재 워주면 (그것도 지하실 창고에 침대 하나에 책상 한 개 달랑 가져다 놓고는) 돈을 준 다는 중간 소개인의 말에 한국인 여학생을 집에 들이게 된 것이었다. 늘 영화에서 보 던 대로 친절한 백인 가정에서 눈만 마주치 면 웃으며 『Hi, dear. How are you feeli ng today?』라고 물어주고 뜰에는 흰색의 낮은 울타리가 쳐져있는 그런 곳에서 날로 영어가 무 자라듯 쑥쑥 자랄 줄 알았는데 그건 오직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한 어학연수生의 호소
집에서야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학교에선 어떤가. 이건 말만 유명 대학의 이름을 빌 렸을 뿐 그 학교 교수가 직접 가르치는 것 도 아니고 서울의 여느 학원의 대단히 평범 한 그런 교실 수업과 별 차이가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수업을 받고 나서 외국인 친구(미국인)들을 사귀려 하면 깊이 있는 얘기는 커녕 이 학생이 영어 실수를 해도 웬만한 것은 아니 거의 다 대충 뜻을 이해 하면 넘어가 버리는 식이 계속되더라는 것 . 그러니 자기가 지금 분명 틀린 영어를 하 고 있음에도 그것을 고쳐주려는 사람이 하 나도 없더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는 이제 그들에게는 생 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설령 말이 좀 부자 연스럽게 들린다고 하더라도 서로 의사만 소통되면 그냥 그렇게 이해하고 마는 식이 라는 것. 그러니 영어를 배우려고 간 이 학 생으로서는 얻어지는 것이 별로 없을 수밖 에 없는 상황이 6개월간 계속 되었다. 이제 이 학생은 『내가 겨우 이런 것 배우러 여 기까지 그 만류를 뿌리치고 왔나』하는 생 각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 자니 이제까지 보낸 6개월이 너무 아쉽고 또 1년을 계획하고 온 이상 나머지 기간을 여기서 보내자니 앞이 깜깜하고 어찌할 바 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답장을 써 나갔다.
〈그래도 그렇게 먼 길을 혼자 가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참으로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복잡한 준비 과정을 혼자서 다 해냈다니 본인은 정말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그렇죠? 본인의 선택을 후 회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이왕 먼 길 간 것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우선 주변 외국인들이 하는 얘기 에 귀를 아주 잘 기울여보세요. 그리고 그 들이 하는 말들을 잘 새겨들었다가 나중에 얼른 받아 적어 메모로 남겨두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가만 생각해보면 똑같은 생각 , 똑같은 상황 묘사에도 어쩐지 나와는 다 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식으로 표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차이가 뭔지 스스로 잘 파악해보세요. 과연 그게 내가 단어를 많이 몰라서인가 아니면 너무 한국적으로 영어문장을 만들려 고 하는 습관 때문인가…. 과연 무엇 때문 에 저 사람의 영어가 내 영어보다 더 자연 스럽게 들리는가를 연구하라는 거죠. 그리 고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는 겁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요. 이젠 정말 적극적으로 나부터 말을 걸어보 세요. 누군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리지 말 고요…〉
그렇게 답장을 보내고 두 달이 지났다. 학 교로 날아온 그 여학생의 편지. 〈선생님, 기뻐해 주세요. 선생님의 답장을 받고 다시 용기를 얻어 정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했지만 , 정말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기에 선생 님의 조언대로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어떤 주제로 말을 걸어보고 그들이 대답하 는 얘기를 귀담아 들었다가 나중에 집에 와 서 정리해보면서 내 영어와 비교를 해보았 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한 달 반 정도 했더 니 어느새 노트 정리한 것이 꽤 모였고 가 만히 그 차이점들을 생각해보니 저의 가장 큰 취약점은 어휘력이 많이 딸린다는 것과 기본적으로 영어 문장을 완벽하게 만들어 (틀리든 맞든) 말하지 않고 중간에 자꾸 흐릿하게 말하고는 마는 습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젠 제가 뭐가 잘못되 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니까 왠 지 더 공부를 해보겠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 감사합니다!〉
이제 지난달에 이어 나머지 영어를 공부하 면서 거의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다섯 가 지 어려움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6. 들린다 들려! (청취력 향상을 위해서)
청취력 향상을 위해선 필요한 기초 어휘 력은 갖춰야. 구문실력을 갖추면 半은 먹고 들어가는 셈.
『전 히어링이 안돼요』
『네? 그럼 어서 이비인후과를 가보세요! hearing problem (청력 장애)이 있다니 he aring aid(보청기)가 필요한지도 모르니까 요』
『네에?』 누구나 귀가 두 개 달려 있고 어느 정도 거 리에서 남이 말하는 것이 웬만큼 들린다면 그것은 일단 hearing problem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하는 말이 잘 들 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들리긴 하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 즉 listening comprehension이 안된다는 것으 로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지난 10년 째 영어 청취력에 대한 강의를 해오고 있는 데 늘 가장 먼저 주지시키는 것은 「왜 안 들리는가?」이다. 이에는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일단 원인을 알면 그것을 집중 공략하면 되므로 일은 훨씬 수월해진다.
● 알고 있는 어휘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The first time we have inte rnational agreement that aims to tackle the risks of genetically modified orga nisms.』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무리 말하 는 사람이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준다고 해 도 이 말을 알아듣기 위해 최소한 필요한 어휘들이 있다. 즉 first, international agreement, aims, tackle, risks, genetic ally, modified, organisms 등의 단어를 알 고 있어야만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위의 열거한 단어들을 보면 사실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의 단어라고는 볼 수 없겠다 . 어떤 종류의 기사나 뉴스, 발표문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단어쯤은 충분히 자주 등장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다. 문제는 이 런 어휘들을 기본적으로 익혀놓아 충분한 크기의 어휘 창고(vocabulary storage)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 「들리게 하는 데」 관건이 된다.
그러니 최소 한도의 어휘 실력이 없이 그냥 「무조건 듣고만 있으면 언젠간 들리겠지 」라는 생각은 참 터무니없다. 이런 어휘력 은 많은 읽기를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역 시 자신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읽을 거리 나 자신의 이해에 직결되는 내용이면 더 빨 리 와 닿을 수 있다). 또는 자동차 안에서 편안히 테이프를 들으면서 (물론 계속 따 라해야 하는 과정은 필수다)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있다. 일단 한 가지 단어를 새로 알게 되면 그 뜻과 발음을 대충 알고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그 단어를 이용해 적어도 세 개 이상의 문장을 만들어 말해보 아야 그 단어가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 「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때 그 단어가 다른 어떤 단어들과 만날 때 어떻게 발음되는지 도 정확한 발음 원칙에 따라 알아두고 연습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여러 상황에 따 라 약간씩 달리 들리는 단어를 당황하지 않 고 그때그때 잘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文法 실력이 부족하다
그렇다. 우리는 이 「법」이라는 말이 주는 중압감 때문인지 「문법」에 몸서리를 치 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문법이라고 부르 는 것은 단순하게도 「말을 말로 만들기 위 한 기본적인 규칙」이다.
예를들어 We have recommended against it .(우리는 그에 반대하는 것을 권장해 왔습 니다) 이라는 문장이 있다고 할 때 아무리 recommend, against 등의 단어들의 의미를 다 안다고 해도 이 단어들이 서로 어떤 관 계로 앞뒤 위치를 정해 문장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면 그저 단어들의 나열에 불과 할 뿐이겠다. 왜 we 가 have 앞에 왔는지, have가 왔으니 뒤에 온 단어는 과거분사가 오겠군, 그 다음에는 그 내용을 보충해 말 해주는 부분이 오겠고…. 이런 식으로 문장 구성 요소들의 나열 순서를 이해하고 있다 면 누군가 이런 말을 내 귀에 들려주었을 때 『이제 이 단어 바로 뒤에 나오는 단어 는 이런 의미의 단어가 오겠구나』 하는 예 측까지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Listening(듣기)에 관한 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 바로 정확한 발음 원칙 이해다. 발 음 하면 언뜻 「p」 「f」 「r」 「l」 등 의 자음을 생각하기 쉬운데 정작 우리가 가 장 어렵게 느낄 법한 영어, 그것도 speaki ng 과 listening의 어려움은 모음의 구별과 전체 억양, 리듬에 있다. 영어는 워낙이 리듬 언어(rhythmical language)이기 때문 에 말의 높낮이, 강약, 장단 등이 그리 폭 이 크지 않은 우리말과는 상당히 다르다. 또 전통적으로 말을 조용조용 하는 것을 미 덕으로 여기기 때문인지 이러한 영어의 가 장 근본적인 성격을 무시한 채 우리말 식으 로 발음하게 되면 단어만 영어일 뿐 입 밖 으로 나오는 말은 상대가 거의 알아듣기 힘 든 한국식 억양인 셈이다. 자기 귀에는 자 신의 발음이 가장 먼저 강하게 익숙하게 되 므로 자신의 발음 습관이 잘못되어 있으면 제대로 하는 native speaker의 발음을 알 아듣기가 그만큼 힘들게 된다. 영어의 발음 (자모음과 억양)은 전문적으로 그 원칙을 배워야 하는데 시중 교재나 인터넷 사이트 를 이용할 수 있다.
●構文 실력이 부족하다
미안할 때에는 『I’m sorry that…』, 상 대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는 『I just don’t think I can agree that…』, 반대 로 동의할 때에는 『I can’t agree with you more on that…』이라고 한다든지 특정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즐겨 쓰는 구문 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구문들을 상황에 따라 제대로 쓸 줄 알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아니면 실제 상황에서도 그들의 말 을 이해하는 데 半은 벌고 들어 가는 거나 다름없다. 일단 말의 앞부분의 구문을 확 실하게 들을 수 있으면 듣는 순간 『아 이 게 사과하는 말이구나』 『아 이게 동의한 다는 말이구나』 하는 「감」이 빨리 오게 되고, 그 다음에 그 문장의 정작 더 중요 한 부분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재빨리 모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영어 문장 여러 개가 정신없이 귀를 강타하 는데 그때 그때 알아듣고 다음 문장을 또 알아들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므로 한 문장 안에서도 일일이 단어마다 신경을 다 쓸 수는 없다. 그중 버릴 것은 버리고 취 할 것은 취하고 하면서 함께 리듬을 타는 것이 핵심이다.
문화적인 이해가 부족한 경우, 또 본인은 분명 온 신경을 다 모아 듣고 있다고 여겨 지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어서 들을 때는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되어도 듣 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때에는 집중력이 부족한 경우로 보아도 좋 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듣고 받아쓰는 연습(dictation)이나 말을 들으면서 동시 에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shadowing 연습이 도움이 된다. 또 주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워낙 부족한 나머지 최근 시사적인 내용에 대한 뉴스나 대화를 나누다가 그 많은 단어들이 그냥 귓가를 턱턱 스쳐 지나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7. 발음을 네이티브 같이!
發音은 네이티브 같이! 너무 빨리 해도 , 너무 늦게 해도 좋지 않다. 물결 치는 듯 한 리듬을 타는 것이 핵심.
좋은 발음이란 「영어권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발음」을 말한다. 너무 많 이 혀를 굴려서도, 콧소리를 내서도 안된다 . 듣는 이의 귀에 대단히 거슬릴 뿐 아니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알아들을 수도 없 다. 오로지 자기만이 『나 미국사람 같이 했다』 하는 엉뚱한 자족감만 줄 뿐인 경우 도 허다하다.
또 말을 너무 빨리 해서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경우도 별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겠다. 사실 필자의 입장에서 (필자는 함께 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The Worl d’s fastest Korean speaker, 즉 세계에서 한국어를 가장 빨리 말하는 사람으로 알려 져 있기도 하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지만 필자는 나 자신의 문제를 꽤 잘 알고 있다. 성격이 워낙 급한 관계 로 인해 또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 께서 교과서를 가장 빨리 읽는 사람이 공부 도 가장 잘한다고 하시며 매일같이 아이들 에게 누가누가 더 빨리 틀리지 않고 읽는지 경쟁을 붙이신 탓일는지도 모르겠다. 어쨌 든 요즘은 일부러 말을 좀 천천히 하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말을 빨리 하면 어쩐지 영어를 잘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 히려 생각해 가면서 분명히 자신의 뜻이 제 대로 전달되는지 조금씩 확인하고 또 확신 해 가면서 말하는 습관도 좋다. 새삼스럽게 「r」 「l」 「p」 「f」 「z」 등의 발음 구별과 함께, 영어 문장의 발음 강세 중심 은 주로 뒤쪽으로 온다는 것, 수식을 하는 말보다는 수식을 받는 말이 대체적으로 강 세를 더 받는다는 것, 문장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은 「내용어」만이 상대적인 강 세를 받고 관사(a, the 등)나 조동사(can, must, have 등), 대명사(I, you, he, she , they, them, him, her 등) 같은 중요성이 덜한 단어들은 강세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물결치는 듯한 리듬이 생긴다는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로 따 라 말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뼈가 완전 히 비정상적으로 굳어버린 것이 아닌 이상 정확한 발음을 구사할 수 있다.
8. 말하기-과연 5분간 떠들 수 있는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주제를 정해 3~5분 간 떠들어 보라. 혼자 거울을 보면서?.
요즘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없다고들 한 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필자가 학생들을 비롯한 시청자들을 보건대 요즘은 영어를 어느 정도까지는 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어 도 정말 제대로 하는 사람은 여전히 그 수 가 적다고 본다.
최근 조선일보에서 영어가 국가 경쟁력이라 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것을 관심 깊 게 보고 있는데, 거기에 영어의 달인이라고 소개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쉽게 영어 를 술렁술렁 공부했다. 아주 특별한 秘法이 있어서 수월하게 익힐 수 있었다』라고 하 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나름대로 피나 는 노력을 다해 정말 힘들게 그러나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실력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말하기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식 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대하 기 힘들다. 잠깐 빛을 발하고는 이내 사라 지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쓰일 법한 슬랭들 은 어쩜 그렇게 많이 잘 아는지…. 그런데 아주 기본적인 말 한 마디를 제대로 하는 가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우리는 너무 겉치레, 화려함 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이 과연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인지를 스 스로 체크해보는 방법이 있다.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여겨지는 주제를 하나 택해 그 에 대해 과연 3~5분간 조리 있게 얘기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무엇 을 말할 것인지 미리 간단하게 노트를 정리 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 보고 난 다음 얘기 를 시작하는 것인데, 이때 거울을 보면서 서서 큰 소리로 얘기해본다. 그리고 동일 주제의 「말」을 적어도 다섯 번 이상 반복 해 시행해본다. 그러면 똑같은 주제를 가지 고 똑같은 사람이 하는 말인데도 할 때마다 다른 버전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하면 할수록 스스로 자기의 말을 다듬어 가 려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도 나중에 어느 수준 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미리 주제를 스스 로 선택해 과연 저 사람과 내가 어떤 말을 주고 받을 것인지 미리 치밀한 전략을 짜 놓고 몇 번 말하는 연습을 한 다음 대면하 고 대화에 돌입하면 준비된 대화자로서 효 과도 그만큼 커서 좀더 원활한 대화가 될뿐 더러 상대 외국인이 하는 말에 더 귀를 바 짝 기울이고 그의 말에서 더 많은 것을 배 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자신의 영어를 그렇게 살찌울 수 있는 것이다.
9. 俗語는 과연 어디까지!
정상적 영어도 모른 채 쓰지도 않는 슬 랭에 집착해선 곤란.
1990년대 초반 라디오를 들으며 가던 중 한 생방송을 듣고 기절초풍할 뻔한 일이 있다 . 그 날따라 재미 교포 출신의 한 연예인이 나와서 진행자들에게 영어 한 마디를 가르 쳐 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날의 주제가 「미국인들이 쓰는 욕」이었다. 이런저런 재미난 얘기를 한참 주고 받던 그들은 급기 야 미국 TV방송에서도 삭제 처리되는 대단 히 상스러운 표현을 그날의 주요 표현이라 고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자 그럼 다 함께 따라해보실까요?』라면서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물론 전국의 모든 청 취자 여러분도 따라해보라고 권하는 것이었 다. 그 순간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얼굴 화 끈거리는 욕을 아주 크고 또랑또랑하게 따 라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물론 이제는 일반인들에게 워낙 슬랭(속어 )이 많이 알려져 있는 관계로 그런 불상사 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 나 그 순간만큼은 정말 깜짝 놀랐었다. 슬랭은 그렇다면 배우면 안되는 것인가? 그 렇지 않다. 슬랭 중에 時空을 초월하여 알 면 약이 되는 표현들도 많다. 예를 들어 영 화를 가리켜 movie라고도 하지만 flick이라 고도 한다. 이것을 알면 특히 젊은이들 사 이에서 『Wanna catch a flick?』(영화 보 러 갈래?)라고 하는 대화에 좀더 적극적으 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고, Keep your coo l!이라는 말의 뜻이 「냉정을 잃지 말아요 」라는 뜻인 줄 알면 영화를 보든, 친구들 이나 동료들과의 가벼운 대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래 전통적으로 어떻게 말하는지를 알고 그것의 변형을 아 는 것이지, 원래 어떤 말로 하는지를 모르 면서 그런 슬랭 표현만 안다면 너무 그 실 력이 얕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슬랭 은 역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많이 얻을 수 있는데 특히 25년 이상 장수하는 TV so ap opera 같은 것을 자주 보면 정말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실용적인 슬랭을 익 히고 그것들이 또 어떻게 활용되는가도 확 실하게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10. 외국인과의 business setting
비즈니스 영어의 생명은 간단명료. 모르면 기본양식을 베껴라.
business English는 어디까지나 일상 생활 표현을 기초로 하고 있다. 기본적인 영어 구사 실력이 탄탄하다면 웬만한 문서나 팩 스, 이메일 등은 직접 작성하고 또 이해하 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렇게 간단하게 처리될 것이 아닌 경우이다 . 상대를 잘 모를 때 계약을 앞두고 상대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할 때 등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을 때는 말 한 마디가 정말 천냥 빚을 갚을 수도, 거꾸로 질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엉뚱하게 말을 엿가락 늘이듯 이 늘여서 wordy(쓸데없을 정도로 많은 단 어를 써서 길게 말하는 것)해질 필요는 없 겠다. 뭐든지 간단 명료한 것이 비즈니스에 서는 가장 최우선이다. 이력서도 한 장을 넘어가면 안된다. 간단하게 자신의 의사를 오해 없이 분명히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는 기본 양식을 따라 하는 것이 가장 안전 하며, 시중에 비즈니스 관련 영어 교재들이 수두룩하다.
어쨌든 남들도 하는 그 양식을 벗어나지 않 는 한 불필요한 오해는 사지 않는다. 생각 해보면 국력이 약한 관계로 언어의 사용에 서도 씁쓸한 경우가 있는데, 아랍의 어느 나라와 미국이 상거래를 할 때는 미국인들 이 지켜야 할 룰이 있다고 한다. 영어로 문 서를 교환하는 중에 써서는 안될 표현이 몇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칫 그들이(아랍 인들이) 오해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거 래가 완전히 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 국인들은 영어가 자기네 나라 말인데도 불 구하고 非영어권 사람들의 영어를 사용하는 관점과 시각을 존중해 준다는 것인데, 과 연 그들이 우리 한국과 거래를 할 때에도 그런 배려를 할지 궁금하다. 이제까지 두 달에 걸쳐 필자의 지난 15 년 영어 교육 관련 경험을 살려 간단하나마 영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체험적 결론들을 적어 보았다. 결론을 말하면 이렇다. 결국 내가 편하게 살자고 하는 영어 공부. 어쨌든 공부는 하 고 볼 일이라는 거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그 안에 뛰어들어 비어 있는 나의 영어 창 고를 채우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나 서 뭐가 되느니 안되느니 말할 수 있지 않 을까. 이왕 하는 거라면 전략을 세워서 철 저히 최선을 다해보는 길뿐이다. 영어 공부의 길은 가도가도 끝없는 여정과 도 같기 때문에 좀더 느긋하게, 그러나 착 실하게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One step at a time이라는 생각으로.●
(월간조선 2000년 3월호,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