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특례시를 만드는 오만과 편견
박영철(수원KYC 대표)
지난 11월 24일 창원시에서는 수원, 고양, 용인, 창원 등 4개 특례시 시민협의회가 모여 현재까지의 특례사무 발굴과 이양 관련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책을 협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30년 역사에서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탄생한 ‘특례시’는 도시경쟁력 강화와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자치분권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내년 1월 13일 특례시 출범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 특례시가 담아 낼 특례사무 이양 협의 결과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애초에 4개 특례시는 공동연구를 통해 421건의 특례사무를 발굴하여 이양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에는 ‘별표4’를 신설하여 특례시 직접처리 사무 8개항을 반영하는데 그쳤다. 앞서 4개 특례시가 요구했던 특례사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특례사무만이 이양될 것이란 세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쯤 되면 행정안전부와 광역지방정부의 특례시 출범에 대한 견제가 도를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광역정부 책임자와 행정관료의 오만과 편견이 자치분권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역행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단적으로 100만 시민이 사는 대도시의 도시기본계획조차도 스스로 세우지 못하게 권한을 묶어 놓고 중앙정부와 광역지방정부의 도시기본계획을 따라가야만 하는 현행 제도적 한계를 그대로 둔 채 ‘선진국 대한민국’의 도시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것인가.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말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구하면서 4개 특례시 행정은 자신들만의 성을 쌓은 채 행정안전부, 광역지방정부와 진행하는 협의내용을 비밀에 부쳐왔다. 시민사회와의 정보공유를 특례사무 이양협의 진행에 걸림돌로 치부해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창원시에 모인 4개 특례시 시민협의회 참가자들은 내년에 출범하는 특례시의 실질적인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범정부차원의 민관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하였다.
거듭 말하지만 자치와 분권의 시대정신을 올바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숙의민주주의가 제도설계 전 과정에서 녹아들어야 한다. 더 이상 행정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오만’과 시민이 참여하면 오히려 업무진행이 어려워진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디 수원시부터 시민사회와의 실질적인 ‘협치’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