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229
동몽선습016
동봉
제2. 아버지와 아들(1)
아버지와 아들사이 천성이어서
가까움을 논한다면 할말이없다
그러므로 자식낳아 애써기르고
사랑으로 연민으로 가르치신다
父子 天性之親 生而育之 愛而敎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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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 하여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했지요
옛날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무리도 아니었습니다
하늘 어디를 쳐다보더라도
모난 곳 없이 둥글게 보일 것이고
지평선 끝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땅은 낭떠러지가 있을 것이고
바닷물도 넘쳤을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참 재밌습니다
그래서 혹 아이들이 물을라치면
어른들은 더할 익益 자로 답했습니다
익益을 대개는 '더할 익'으로 읽지만
물이 넘칠 때는 어떻게 읽을까요
넘칠 일益 자로 새기곤 합니다
나중에 가서 삼수변氵하나를 덧붙여
넘칠 일溢 자를 만들기는 하였으나
더할 익 자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물 수水 자를 그릇皿 위에
눕혀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더할 익益 자 갑골문에는
그릇 명皿 자 위에 물 수氺 자를
세운 채로 올려 표기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릇 위에 물이 넘치듯
풍부하면 밖으로 넘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더할 익益 자가 생기고
넘칠 일益로도 읽어나가다
급기야 해일海溢의 '일溢'처럼
옆구리에 붙인 삼수변氵하나로
넘칠 일溢 자를 따로 만든 것입니다
이야기가 마냥 옆으로 흘러버렸네요
천성天性은 타고난 성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후천성이 아니라
선천성을 뜻한다 하겠지요
우리가 보통 하늘天을 말하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大氣와
나아가 외기권外氣圈까지입니다
그럼 대기와 외기를 벗어난다면
거기를 대체 뭐라고 부를까요
우주宇宙universe입니다
달리 코스모스cosmos입니다
정 그렇다면 이른바 '하늘'에는
우리 지구가 포함되지 않겠네요
타고난 성품을 일러 천성이라 할 때
이는 단순히 하늘의 성품으로서
땅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그럴 때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하늘과 함께 하늘의 주제자이신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이
태양계도 아니고 우주도 아닌
대기권 끝 외기권에 국한되니까요
태양과 태양계 내의 행성은 물론
지구의 위성인 달月마저도
외기권 끝(10,000km)까지의
40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그려
그러고 보면 하늘나라가 생각보다도
훨씬 가까운데 자리 잡고 있네요
하늘의 어원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뜻이 있다고 하는데
한울, 곧 '큰 울타리'에서 왔습니다
대기권의 권圈 자가 '우리 권' 자지요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우리牢에서
의미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불교에서는 삼계三界를 얘기하며
이들 삼계에서 가장 가깝다는
지거천地居天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해발 84,000유순 높이 수미산
이 수미산 정상에 도리천이 있고
도리천과 지표면海發 중간쯤에
사천왕천이 있는데 땅에 의하기에
모두 '지거천'이라 이름을 붙입니다
대체로 1유순을 16km로 환산할 때
84,000유순은 1,344,000km죠
지구가 아닌 하늘에 들어 있어
공거천空居天이라 하는데
욕계欲界의 나머지 네 하늘과
색계色界 열여덟 하늘을 표현합니다
이들은 모두 하늘 속에 있습니다
이 공거천은 모두 스물두 하늘로
무색계無色界의 네 하늘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무색계로 된 네 하늘이
삼계에는 버젓이 들어 있는데
공거천에는 포함되지 않을까요
무색無色이기에 비물질인 까닭입니다
우주에서나 살펴볼 만한 얘기지요
불교에서는 무색계를 설정하여
암흑 물질과 함께 암흑 에너지까지
빠뜨리지 않은 채 얘기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색계와 무색계며
여기에 욕계를 곁들인 것입니다
하늘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중요한 것은 하늘은 남성격이고
땅은 여성격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생명 탄생의 필수 조건은
하늘만으로도 땅만으로도 아닙니다
반드시 이 둘의 조화를 바탕으로
동물, 식물, 미생물, 균류까지
생겨나게 되어 있습니다.
천성天性은 하늘의 성을 넘어
땅의 성까지 포함시킨 명사입니다
선천적이니 후천적이니 할 때
한결같이 하늘 천天 자를 쓰지만
천天은 하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주와 대자연을 비롯하여
원소의 세계 질료인質料因과 더불어
보조연補助緣까지 포함했습니다
하늘과 땅, 땅과 하늘을 벗어나
대자연의 세계를 논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친하지 않을 것이며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고 기르고
사랑하고 연민하며 가르침이
아버지 혼자 가능할까요
당연히 어머니가 있어야 하고
게다가 숱한 인연을 필요로 합니다
아기를 낳아 기르고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인류사에서 가장 이름다운 말이 뭘까요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사랑입니다
사랑을 넘는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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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사진 꾸밈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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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2021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