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마디를 형성하는 매듭 지으며 자라는 대나무 같습니다.
6학년 졸업여행은 어린 시절을 매듭 짓는 여행입니다.
아이들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삶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종이에 풀어놓은 어린 시절을 아이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자기 자신과 만나는 겁니다.
이는 타인과의 소통의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둘레 사람에게 보여드리고 격려의 글을 받았습니다.
그로써 가족과 선생님과 친구와 이웃들. 그 사이 관계가 살아났습니다.
어떻게 가고 어디서 자고 무얼 보고 먹고 즐길까 아이들이 계획하고 준비했습니다.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둘레 사람들이 도우셨습니다.
여행은 길을 잃었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계획이 틀어지고 실수해도 실패는 아닙니다.
우리가 그린 여행은 웃음만이 가득한 트루먼쇼가 아니었습니다.
여행 속 아이가 느끼는 재미와 행복도 우리가 추구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관계 속 미묘한 긴장도 인식했지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삶은 여행입니다.
정윤은 여행이라는 ‘아이의 삶’을 도운 겁니다.
인간적 삶은 역경과 순경의 총화이고 우리는 이를 모두 품에 안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인간적인 여행이기를 바랐습니다.
정윤은 놓치는 것들이 아쉽다 실수했다 했지만 저는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성을 살려 도왔으니
정윤이가 놓친 것들은 어쩌면 쳐내도 좋을 지엽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때로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오르듯 일이 더디고 힘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를 잘 돕기 위해 수고하며 눈물 지은 날들, 아이들은 알 겁니다. 정윤의 헌신을 결국 알게 될 겁니다.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힘써 일한 이 젊은 날이 훗날 정윤의 자랑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안경 고쳐 쓰고 아이들과 둘레 사람들이 이룬 것을 알아보고 알아줍시다.
그런 시력을 키웁시다.
그 시선을 담은 기록으로 그들과 정윤의 역사에 남깁시다.
6학년 아이들 삶 깊이 들어간 지금의 정윤이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윤은 방법론적 사고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주 모일 수 없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까?
정윤은 처한 그 상황 속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느슨한 전체 계획을 세우고 아이 한 명 한 명의 개별 지원 계획을 10분 단위로 촘촘히 다시 세우기,
전체를 보되 그 전체를 이루는 개별을 살피는 균형 감각. 정윤을 보고 배웠습니다.
정윤이와 있으면 참 편안했습니다.
늘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을 챙기는 듯했습니다.
앞에 있는 그 사람이 궁금해 늘 고개를 앞으로 조금 내민 자세.
어느 소설가의 표현처럼, 지구의 자전축 같이 사람을 향해 늘 기울어진 사람.
그렇게 기울어져 가끔 넘어지기도 하는 사람.
정윤의 그 기울기가 좋았습니다.
그런 성품과 태도 덕분에 추동팀 동생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정윤을 잘 따랐을 겁니다.
이번 추동팀 좋은 분위기는 8할이 정윤이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정윤이 같이 좋은 사람이 사회사업하기를 바랍니다.
정윤이를 데리고 가는 기관은 수지맞은 곳이 분명합니다.
첫댓글 최정윤 선생님은 졸업 후 곧 취업 뽀개기에 성공하셨고
오랜만에 추동에 와서 첫 직장 생활 애환을 들려주셨습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준비하라고 선배들은 이야기하지만
선배들은 후배들을 제대로 받아줄 준비가 되었는가 묻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