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물건은 내 것이 아니잖아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2017년 10월 2일은 내가 횡재한 날로 수익은 없었어도 행복을 가득 안겨준 축복의 날이었다.
월목산악회 회원들과 무등산 등산을 끝내고 귀가하는 오후에 금호동 먹자골목 길을 걷다가 여성용 지갑을 주웠는데 지갑 속에는 5만원권 지폐가 두툼하게 끼워져 있는신협통장이 들어 있었고 지갑의 다른 쪽 칸에는 1만원권 다수와 주민등록증도 있었다.
견물생심이라고 금액을 확인하면 금액에 유혹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금액을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가슴은 벌써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훔친것도 아닌데 심장이 두 방망이질을 한 까닭은 심장이 약함 때문일까? 순진함 때문일까?
어떻게할까?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지갑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나 시간을 지체하면 욕심이 생기거나 식구들의 의견을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가지 않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성용이라는 것과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결 고리가 떠 올랐다.
지갑 속의 목돈은 추석 준비를 위하여 인출 했을거라는 예상과 함께 추석 준비를 위해 써야할 돈을 잃은 여인은 얼마나 상심할까? 또 망처버린 그 집의 추석 분위기는 어떠할까하는 생각이 떠 오르기도 했다.
언행일치,정직하고 바른 행동을 교직생활 40여년 동안 수많은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사표로서의 행동 다워야 하지 않겠는가?
많은 생각 중에서 교직에 있을 때 훈화자료로 활용했던 " 주운 물건은 내것이 아니잖아요?"
이야기가 떠 올랐다.
미국의 사업가 케네스 베링이 샌프란시스코 베비의 빈민가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날이 어두어졌을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지갑을 주운 사람은 남루한 차림의 소년이었고 지갑의 돈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지갑을 돌려준 소년이 주저하면서 말했습니다.
"혹시 돈을 좀 주실 수 있나요?"
벨링은 얼마나 필요한지 물었습니다.
" 감사해요 .1달러만 주시면 돼요. 주운 지갑 속의 명함을 보고 연락을 하기 위해 주변 가게에서 빌렸거든요.그 돈을 갚으려고요."
"내 지갑에 돈이 있었는데 왜 그 돈을 쓰지 않았니?"
"그 돈은 제 돈이 아니잖아요? 남의 지갑을
허락도 없이 열면 안되잖아요?"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끝에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한다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돌려줄 방법을 궁리해 보았다.
신협에 가서 통장주인에게 연락하여 지갑을 찾으러 오도록 하여 직접 전해 줄까?
확실한 방법이지만 대면하면 사례금 준다고 할 것 같아서 마뜩찮고, 신협에 일임하고 오는 것은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금호동지구대에 신고하는 것이 신속성이나 신뢰성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구대로 직행했다.
지구대에 가서 습득물 신고를 하니 나의 인적 사항을 묻고 습득물 내용을 확인한 다음 나에게도 알려 주었는데 현금 125만원과 신분증이 있다고 하였다.
신고를 끝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금호지구대에서 전화가 왔다. 지갑 주인이 찾으러 왔는데 통화하고 싶다고 한다며 전화를 바꾸어 주었다.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한 다음 어디에서 잃어버린 것인지가 궁금한지 어디에서 주웠냐고 묻기에 000가게 앞 도로에서 주웠다고 하자, 금호동 사시냐고 묻기에 금호동 스위트빌에 산다고 하니 우리 집을 안다고 한 후 통화는 끝났디. 우리동네 사람 같았으나 그 후론 연락이 없어 조금은 서운한 생각이 든 것을 보면 나 역시 보통 사람인 것 같다,.
인생은 행복할 때가 좋습니다.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 입니다.
2017년 10월 2일은 나에게 바로 그런 날로 기억 되는 날 입니다.
첫댓글 유실물을 습득해서 주인을 찾아주면
도덕적인 면을 떠나서라도
법적으로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도록 되어 있는데
그분은 지금도 선생님에게 큰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겠네요
훌륭하신 판단을 몸으로 실천하신 선생님의 선행에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