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한 자신 혹은 주변 지인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해, 소비쿠폰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하시오.
<공짜 점심은 없다>
A군의 점심은 과연 공짜였을까. 민생지원금이 지급되자 그는 못 먹은 밥부터 생각났다.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얹고, 자장면을 곱빼기로 시켰다. 때로는 없어서 못 먹었던 쇠고기를 샀다. 그의 형편은 잠시나마 풍족했다. 그러나 그 풍족함이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칭 ‘꽁돈’이 바닥나자, 그의 소비는 다시 쪼그라들었다. 종국에 그가 손에 쥔 것은 자신이 미래에 갚게 될 ‘13조 원’이라는 명세표뿐이었다.
‘현금 살포’식 정책은 단기적 해법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일시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듯 보였다. 당시 재난지원금 유무에 따라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의 소상공인 매출 증가 폭은 상이했다. 경기도는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집행했지만, 인천광역시는 그렇지 않았다. 그 결과 경기도의 소상공인 매출 증가 폭이 더 높았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소득을 소비로 전환하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아서다. 그런데 현금성 지원이 끝나자 소비 진작 효과도 바로 사그라들었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착시였을 뿐, 실제 나아진 것은 없었다. 하나 가계와 민생이 어렵다고 매번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 민생지원금의 단기적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더욱 문제는 민생지원금의 출처가 대부분 빚이라는 점이다. 민생지원금 지급에 쓰일 대부분의 재원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일시적인 소비 진작 효과를 누리려 미래 세대를 담보로 잡은 셈이다. 그만큼의 고용을 창출하는 데 돈을 썼다면 어땠을까. 또는 ‘서울대 10개’를 만드는 데에나, ‘소버린 AI’를 만드는 데 써도 좋았을 것이다. 후속 대책과 장기적 안목이 부재한 민생지원금 발행은 투자가 아닌 단순 지출에 가깝다. 종국에는 국가의 미래 역량을 갉아먹는자충수에 그칠 것이다.
모든 투자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이번 민생지원금 지급에는 13조 원이라는 예산이 쓰였다. 교육이나 산업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AI, 반도체 등 분야의 경쟁은 심화하는데, 혁신을 선도할 인재는 부족하다. 중국, 대만의 인재들은 이공계로 모이지만, 한국은 ‘의대공화국’이라 불리는 실정이다.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교수를 초빙하는 데 지원하는 등 교육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보탤 수 있다. 관련 산업에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혜택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민생지원금은 투자가 아닌 지출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