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환경 지킴이, 연구원 24시!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이학박사 조영관
아직 어둠이 가시기 전 새벽에 도축검사원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광주시민이 즐겨 먹는 생고기 소비시간에 맞추기 위해 다른 지역보다 일찍 도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사원들의 하루도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근한 밤중에 서부농수산물공판장에 노란조끼를 입은 농수산물검사소의 연구원들이 시금치와 쑥갓 등 채소를 모아, 밤을 꼬박 새워서 208종류의 농약을 검사하여 공판 이전에 안전한 농산물에는 ‘안전스티커’를 부착하여 주고, 기준을 초과한 농산물은 바로 폐기하여 식탁에 오르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연구원 하면, 대개 실험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첨단장비로 분석하는 이미지가 그려지지만, 이와는 다르게 실외 현장에서만 가능한 검사업무 경우 시민의 생활방식에 맞춰야 하고, 규정된 시간 내에 검사하여야 하는 긴급성 때문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24시간 긴장해야 한다.
이런 업무 중 하나가 ‘공동주택 건설 전·후 소음검사’인데, 전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아파트 건설 전과 후에 교통소음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신규 아파트 층수와 동수에 따라 다르지만, 1개 단지에 많게는 7명의 연구원이 새벽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거의 온종일 640건의 소음을 시간대별로 측정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방음시설을 제대로 설치하게 하여 입주민들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와 화석연료 사용이나 중국 스모그의 영향과 기상여건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세먼지 감시를 위해 농도 증가가 예측되는 날에는 낮뿐만 아니라 밤중에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평가하여 시민께 신속히 알리기 위해 재난상황실처럼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 이 외에 빛으로 잠을 못 이루는 ‘빛 공해 측정’을 위해서도 밤에 측정하는 특성상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도로에서 근무하여야 한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연간 100만여 건의 각종 검사를 수행하는데, 농수산물을 비롯한 식의약품 분야가 9,200여 건, 인플루엔자와 식중독균 등 감염병 분야가 22,000여 건, 공장 굴뚝 배출가스와 먹는물, 토양 등 환경분야가 21,000여 건, 돼지, 소 등 축산물 위생분야가 86만여 건이다.
이 중에서 ‘굴뚝 대기질검사’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무거운 검사 장비와 두꺼운 밧줄을 어깨에 메고 높은 굴뚝에 올라가 측정구에서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일로 고소공포의 위험이 상존한다. 특히 폭염이 있는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배출 사업장 굴뚝으로부터 유해물질과 악취물질 방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원들이 있기에 광주시가 공기가 좋은 도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먹거리가 중금속이나 농약 등으로부터 안전한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영향이 있는지 등 다양한 경로로 노출되는 위험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식품은 물론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포장재와 같은 의약외품 등의 안전에 대해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감염병의 경우 신속한 판정으로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감염병 검사는 과학적으로 허용하는 최소한의 시간 내에 결과 판독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발열증상이 주로 오후에 발생하는 신체적 특성 때문에 병원에서 가져온 검체가 주로 밤에 접수되어 늦은 밤까지 검사는 물론 검사자의 감염 예방을 위해 음압 등의 특수 시설이 갖춰진 ‘생물안전실험실’에서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유전자 분석까지 마쳐야 하므로 전쟁에 임하는 군인처럼 항상 긴장된 상태로 임해야 한다.
동물감염은 먹거리이면서 사람에 대한 질병을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것으로 인류생존과 자연생태계 유지에도 관계되는 만큼 방역과 진단이 매주 중요하다. 최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으로 인한 전국적인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연일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이처럼 생체리듬에 무리를 주는 근무형태가 많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고 어렵지만, 시민이 필요로 하는 연구에 열정을 더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측시스템 도입 등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연구원 24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0170213 시론 (건강과 환경지킴이, 연구원 24시-광주매일신문 조영관부장).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