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6(화)
7시 30분 통영 가는 버스를 타려고 아침 일찍 서둘러 6시 반 집을 나섰다. 간단한 배낭에 신고 버릴 구멍난 양말, 찢어진 속옷, 스틱을 챙겨 버스를 타고 터미널. 7시다. 매표소에 통영이요 하니 허걱. 10시 40분 차란다. 왜요? 7시대에 버스 있잖아요? 하니 코로나로 운행편을 반으로 줄여 하루에 두 번만 간단다. 참으로 난감하네. 직원 내가 안돼 보이는지 대전으로 가보면 어떠냔다. 대전에 가도 버스편이 자주 있으리란 보장 있나요? 하니 그건 알 수 없단다. 의자에 앉아 여러 궁리를 해본다. 어쩐다? 동탄 가서 기차 타고 부산 가서 해파랑길을 갈까? 강릉이나 갈까? 목포는?
한참을 주저하다 일단 대전으로 가기로 한다. 7시 10분이란다. 대전행 버스는 참으로 럭셔리하다. 작동은 안 되었지만 비행기처럼 운항정보 시스템도 있고 좌석도 더 고급지다. 대전에 9시 도착. 차 시간표를 보니 10시 차가 있다. 한 시간 기다려 승차. 거제까지 가는 차다. 세시간. 통영 도착하여 미리 검색하였던 터미널 근처 생선구이집. 미당이라는 식당이다. 생선구이는 1인 만원인데 2인 이상 주문이다. 1인은 갈치 구이 2만원, 갈치 조림 만 오천원이다. 갈치조림으로 밥 먹으며 맥주 한 병. 갈치는 그다지 뚱뚱하지 않은 가는 놈이다. 그래도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점심 먹고 택시 타고 미륵산 케이블카. 택시 기사는 연대도 만지도 등을 추천한다. 날씨가 참 좋다. 케이블카 내려 정상까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혼자 오니 이게 좋다. 서두를 것 하나 없는 느긋함. 일정도 빡빡할 게 아무 것도 없다.
제주에서 돌아 와 며칠 지나니 허전함은 여전하고 생에의 갈증은 더 심하다. 바람 든 심장은 더워도 찬바람이 인다. 너무너무 허망하다. 허망하고 허망하다. 길이 조금이나마 달래줄까 나선 여행길이다. 힘들게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미륵산 정상에서 사방을 돌아보고 박경리 묘소도 바라보고 아무리 뜻 깊은 삶을 살았어도 결국 흙으로 돌아가 바람으로 흩어진다.
다시 케이블카 타고 하산. 지난번엔 일행들과 연화사로 하산 했었다. 택시 타고 여객 터미널. 이번 택시 기사는 연화도를 추천한다. 난 연화도를 가기로 한다.
호텔 캘리포니아. 프런트로 가니 고양이가 돌아 다닌다. 카운터에 만사가 귀찮은 듯한 젊은 여자애. 고양이가 있다 하니 원래 여기 있는 애란다. 1박 4만원, 앞쪽 5만원. 정말 나도 귀찮아 지는 더할 수 없이 4가지 없는 표정. 너무 정나미 떨어져 옆집과 같은 집이예요 물으니 다른 집이란다. 두말 없이 돌아 나와 옆 호텔 화와이로 간다. 전에 일행들과 왔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옆 호텔 앞쪽도 4만원이라기에 2박 결제 한다.
3층. 짐을 풀고 좀 쉬다가 샤워하고 다시 좀 쉰다. tv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하루 좀 나왔다가 내내 먹통이다. 어케 조작하는지 모르겠다. 귀찮아 그냥 둔다. 여객 터미널 인근 맛집 검색하여 두 군데를 점 찍었다 하나는 정식집, 하나는 해물뚝배기. 오늘은 정식집, 회정식을 시킨다.
얼마 동안, 제주도 이후 먹지 못하던 소주를 시켜 3분의 2병쯤 마신다. 세월에 장사 없다. 그토록 마셔 대던 소주를 못 먹게 되었다. 내가. 하. 어쩌랴. 삶이 그렇게 흘러 가는 것을. 밥 반 공기 쯤 먹고 음식 먹고 호텔로 온다. 혼자 걸어 가는 인생길의 하루를 이렇게 보낸다. 뭐 서글퍼 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