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었다.
이미 자정을 넘긴 야심한 시간
남으로 남으로 내달리는
서른 여덟명의 산정(山情)을 싣고 가는 금강버스
장장 500km가 넘는, 남행의 고속도로,
몰아치는 세찬 바람이 질주하는 차체를 흔들었다.
다가올 아침, 날씨는 기약할 수 없었다.
오직 하늘의 일은 하늘에 맡기는 겸허한 기도로
마음을 모았다.
한반도의 땅끝을, 훌쩍 뛰어넘어서 도착한
남해의 섬, 완도 대구미마을 ---
아, 아직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았다.
어둠의 하늘이지만
우러러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명의 시간
우리는 그렇게 순결한 새벽, 어둠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원시림의 산길로 접어드니
몰아치는 강풍에 온몸을 뒤채며 숲이 울고 있었다.
욕망으로 오염된 세상의 바람이 아닌
그냥 바람에 따라, 바람을 안고, 바람의 아픔을 앓아서
울어주는 몸짓이었다.
여명(黎明)은 바람을 타고
서서히 우리의 산길을 열어주었다.
구름과 구름이 하늘을 덮고 지나가고
막막한 남해바다에서 스멀스멀 올라온
안개와 안개가 이마를 스쳐가는데
잠을 깬 산죽이 만들어 준 남도의 능선길
심봉-상황봉-백운봉-업진봉-숙승봉을 이어가는 오봉 능선
어디를 가도 바다가 늘 시야에 걸려있는 ---
구름과 안개가 시야를 열었다 가렸다 하는 사이
바다는 늘 수많은 섬들을 안고 거기 있었다.
심봉에는
거대한 거시기 입석 하나, 막무가내 심어놓고
상황봉 산정에는, 그 남해의 섬들을 그린 사진 위에
'그 섬에 가고 싶다'고 써 놓았다.
꿈꾸는 자의 언어(言語)
그것은 늘 동경이 되고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가슴에 섬 하나씩을 품고 산다.
늘 그 섬에 가고 싶었다!!
백운봉의 각진 바윗돌은 마치 하늘을 위한 제단 --
그리고 오봉의 마지막 산봉
천상천하 유아독존, 거대한 암봉으로 솟아 하늘을 받는
숙승봉의 기개가 우리의 정기를 세워주고,
붉은 동백꽃이 이미 처절하게 저버린
동백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하산길 ---
눈부신 4월의 햇살이
연둣빛 나뭇잎 사이에 내리고 있었다.
저수지가 있는 불목리,
햇살이 곱다!!
간밤의 비바람과 새벽의 강풍을 밀어내고
소리없이 내리는 밝고 따스한 하늘의 빛!
인생이 그러하리라,
고진감래(苦盡甘來), 인생이 그러하리라!
그렇게 맞는 완도의 햇살은 유난히 고왔다.
대명천지 완도읍, 청람빛 바다,
강풍주의보에 발이 묶인 수많은 배들이
조용히 포구를 지키고 있었다.
화사한 햇살 속의 평화로운 남도의 포구,
지난 새벽
온몸으로 서로의 몸을 비비는 나무와 나무들의 울음을 떠올리며
사람과 사람의 아픔을 생각했다.
완도는 이제,
우리에게 또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은혜로움은 언제나 그렇게 우리 가까이 있었다.
호산아
첫댓글 호산아 고문님의 멋진 글에 뿅~~~참으로 감사드려요...
안방에서 이런 멋진 풍광과 산행기를 접하다니~~~담 달 산행에서 뵙지요 멋쟁이 고문님!!! 팟팅!!!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4.19 06:35
호산아 고문님 감사합니다...
좋은글 멋진사진도 감사하구요...^^
다오르지는 못했어도 끝봉우리을 올랐다는게 이리도 뿌듯합니다 중간에 울산우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너무도 아쉬움이 많았을것갔아도요 최고에 날이었읍니다 ~~~^^
정기산행은 고문님 후기가 올라 와야 정기산행이 끝나는 시간입니다.
좋은 그림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