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온공상은 상주불변하고 보편원만하게 융합소통한다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感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사리자야, 이 모든 5온법상들은 그 자체가 공성이므로 모든 법상의 생멸을 따라서 일어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으며, 모든 법상의 차별을 따라서 번뇌로 더러워지질 않고 지혜로 청정하지도 않으며, 모든 법상의 훈습인연을 따라서 증가하지도 않고 감소하지도 않는다. 여기에서 공상(空相)이 상주불변하고 보편하게 융합소통함을 나타냈다. '제법'은 이상에서 열거한 5온법과 다음에 전개될 12처, 18계, 12인연, 4제 등 모든 세간과 출세간법을 망라하며, ‘공상’은 모든 제법의 실제성품인 여래장성진공의 이치를 말한다.
5온 등 모든 제법들은 인위적으로 작위하는 유위법이기 때문에 인연화합을 따라서 일어났다가 그 인연의 분리를 따라서 소멸한다. 그러나 여래장성진공의 이치는 일체의 분별작위가 없는 무위이기 때문에 인연의 화합과 분리를 따라서 생성되거나 소멸하는 일이 없다. 일체제법은 염정의 차별이 있으나 진공의 이치엔 차별이 없으므로 세간의 오염된 번뇌나 출세간의 청정함, 이 모든 상대적인 차별이 단절하였다.
모든 제법은 훈습의 인연을 따라서 번뇌와 보리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하나 진공의 이치는 인위적인 수행을 떠났기에 수행에 따른 증가나 감소가 없는 여여부동이다. 왜냐하면 일체의 유위제법은 그 자체성질이 상주함이 없이 상대적인 인연을 의지해서 일어나며, 일어났다 하면 즉시 소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멸이 정지함 없이 전변상속(轉變相續)하여 인과율의 관계성을 형성하면서 괴로움이 충만한 세간을 일으킨다.
그러나 생멸이 없으면 유위법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일체제법상도 역시 없게 된다. 일체제법은 찰나찰나에 생멸상속하면서 잠시도 안주함이 없다. 때문에 제법의 실성은 완전한 공성이다. 실성은 완전한 공성이므로 그 공성은 상주불변이다. 일체유위법은 바로 생멸하는 모습이며, 그 생멸상이 바로 공적한 성질이다. 때문에 공성은 생멸하는 인연을 의지하여 일어나지 않는다. 일체제법의 생멸은 다함이 없으나 그것은 항상 공성을 의지하여 일어나는 생멸이다.
그러므로 제법의 실성인 공성은 생멸자체속에서 생멸이 없다. 이처럼 생멸하는 당체에서 생멸이 끊겼기에 상주불변이라고 한다. 일체제법은 그 원인이 다르면 그 결과도 따라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5온, 12처, 18계 등만 차이가 날 분 아니라 5온이라는 한 무더기 가운데서 색, 수, 상 등 이 다시 각자 다르며, 색, 수, 상 등만 다를 뿐만 아니라, 다시 색온 가운데서도 그 색은 형색(形色), 표색(表色) 등으로 분류되고, 수온도 고수(苦受), 낙수(樂受) 등으로 차별이 난다.
그리고 심소법은 선심소(善心所), 번뇌심소(煩惱心所)로 서로가 서로를 위배하며, 이는 다시 유루법과 무루법, 세간법과 출세간법이 서로가 서로를 장애하고 대치한다. 불선법은 더러운 번뇌가 되고 선법은 청정이 되며, 유루는 번뇌, 무루는 청정이 되며, 세간은 더러움, 출세간은 청정이 된다. 이처럼 5온 제법은 더러움과 청정의 차별이 반드시 상대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실성인 공성은 이 같질 않다. 위에서 이미 살핀대로 오온제법은 서로가 다르지만 공성은 한결같은 보편의 이치이며, 내지는 더러움과 청정함은 서로 위배하고 다르나 그 공성은 한결같다.
실성인 공성은 선악의 차별이 없고 역시 더러움과 청정함도 없이 일체에 보편한 한결같은 성질뿐이다. 이처럼 세간과 출세간, 그 어느 곳에도 원만하게 융합소통하는데 그 어느 처소에 더러움과 청정의 차별상이 따로 있으랴. 그러므로 번뇌의 속박이 있다 해도 그곳은 허깨비 망상분별인 연의 모습일 뿐 공성자체는 번뇌에 오염되지 않으며,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해도 그것은 망상인연의 소멸일 뿐 그 공성자체는 새삼 청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처럼 공성은 상주하고 보편하여 그곳엔 그 어떤 세간의 더러움이나 출세간의 청정함도 따로의 실체적 모습으로 존재하질 않는다. 이처럼 모든 유위제법은 더러움과 청정이 서로 위배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청정한 선법이 세력을 얻으면 그 세력은 배나 증가하며, 선법이 증가하고 나면 불선법은 그 에 정비례해서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또 불선법이 세력을 얻으면 증가와 감소가 역시 선법에 정비례한다.
그러나 실체적인 그 공성은 이 모든 법들의 감소와 증가에 상관하지 않고 모든 처소에 상주하고 보편하고 한결같다. 지옥도 이와 같고 인가, 천상도 이와 같고 삼계에서도 이와 같고 삼계를 벗어나도 역시 그러하다. 상주보편하고 한결같은 공성은 세간6범(六凡)에도 있다 해도 감소하지 않고, 출세간 4성(四聖)에 있다 해도 증가하지 않는다.
가령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거나 출현하지 않거나 법성은 상주하여 법계를 원만하게 성취한다. 그 때문에 공성은 증가와 감소가 없다. 이미 생멸, 구정, 증감이 없는 공성의 일치를 통달하면 일체제법은 평등하고 한결같은 성질임을 통달하게 된다. 이 같은 평등한 이치를 통달하고 나면 제법차별상에 따른 모든 분별심도 잊게 되어 그 자리에서 열반의 안락을 증득할 수 있으리라. 그 자리가 바로 모든 중생의 참 모습인 여래장성진공의 이치이다. 즉 법신여래인 것이다.
<법상유식학으로 이해한 반야심경/ 송찬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