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의 돈으로 세상 읽기 8
BTS 공연을 보고 싶다
경제 대국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풍부한 자연자원, 내수시장을 확보할 만한 인구, 모방이 어려운 선진 기술, 원가 경쟁을 갖춘 생산수단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조건을 구비해야만 다른 나라에 턱을 세웠다. 우리나라가 3만 불에 진입하고 세계 10대 무역국이 된 것은 그동안 국내 제조기업이 선진 기술을 가져와 그럴듯한 제품을 만들어 낸 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드는 복제의 약발이 점차 듣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죽는소릴 한다.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애로가 있지만 우선 일감이 없고 그나마 수익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두고는 지금도 설왕설래 말이 많다. 전통제조업은 저무는 해인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을 보면 어리둥절해진다. 1위에서 10위까지 이름을 올린 기업 중 전통제조업은 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뿐이고 제조업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기업은 애플과 테슬라 정도다. 여기에 워런 버핏이 지주회사로 세운 버크셔 해서웨이를 빼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하나같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다.
이러한 기업가치 변화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예도 있다. 2008년 창업한 에어비앤비란 소셜네트워크 사업자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숙박 시설과 숙박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 모델로 방 한 칸 없이 세계적으로 4천 개가 넘은 체인을 가진 힐튼호텔을 추월했다. 힐튼의 기업가치가 2016년 7월 기준 236억 달러였으나 에어비앤비는 255억 달러에 달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변화로 볼 때 정보 지식기반산업이 확장될수록 전통제조업의 상대적 가치평가는 더 낮아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핵심어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압축된다. 여기에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 블록체인(Blockchain),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등이 상호 결합하면서 스마트 공장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생산수단이 실현되면 인간의 육체적 노동력은 별 볼 일이 없다. 따라서 구태여 임금이 싼 나라를 찾아 공장을 옮겨 다니는 집시 기업이 사라지게 된다. 물류비용 때문이라도 소비자가 있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한 산업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인구가 적은 국가는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스마트 공장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스마트 팜을 설계하고 있다. 처음 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 실패의 위험이 따를 것이다. 그렇더라도 누군가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농업혁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물론 디지털 기반의 산업혁명은 서비스의 영역에도 일대 변화를 요구한다. 핀테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머지않아 번호표를 뽑아 들고 은행 직원 관상을 보며 얼마나 일 처리가 빠를지 점치는 일은 지루했던 추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3차 산업혁명이 있기까지 자동차 타이어를 두고 마차의 수레바퀴를 고집한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 흙먼지를 뒤집어썼는지는 역사의 교훈이 잘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15일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되었다. 당시 지분 34.74%를 소유한 방시혁 대표는 주식 평가액이 4조 원을 넘어 단숨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제치고 국내 5위의 주식 부자가 되었었다. 문화상품도 얼마든지 산업으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장을 짓지도 않았고 비닐하우스도 만들지 않았다. 집채만 한 기계를 사지도 않았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트랙터를 몰지도 않았다. 손가락이 잘리는 고통도 태풍과 장마에 시커먼 하늘을 퀭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도 없었다. 베짱이처럼 노래하고 신나게 춤을 췄을 뿐이다. 한마디로 문화상품은 천연자원이 없고 생산기술이 떨어져도 그럴듯한 간판을 달 수 있는 틈새시장인 셈이다.
함안에는 다행히 좋은 역사문화와 환경적 자산을 갖고 있다. 가야 고분군이 있고 왕궁지와 선왕동도 스토리텔링이 얼마든지 가능한 곳이다. 입곡못과 제방을 따라 접한 수변공간은 훌륭한 자연환경이고 소중한 자원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간들을 어떻게 문화상품으로 브랜드화하여 군민소득과 지방세 확충에 활용하느냐다. 때가 되면 철새처럼 왔다가 가버리는 외지인들 분뇨나 수거하느냐 아니면 그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느냐는 발상의 전환과 노력하기에 달렸다.
지역문화상품개발의 기본은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이냐가 핵심이다. 즉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 배울 거리, 이야깃거리가 어우러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 밸런스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을 때 사람들이 지갑을 열게 되고 지속적인 문화 소비가 이루어진다. 단순히 길을 내고 주변을 정비하는 것으로는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 수 없다.
지금까지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을 발굴하는 데 치중하였다면 이제부터는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하나의 상품으로 엮어내는 데 관심을 둘 때다.
문화상품 개발 아이디어는 많이 있다.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해법은 이러한 자연과 역사문화 공간이 내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에 돈 버는 답이 있다. 리더들과 담당 공무원들이 꾸미는 BTS 공연을 보고 싶다. 어설퍼도 상관없다. 처음은 누구나 서툰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