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시대 치유농업 실천이 우선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박철웅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2006년 즈음‘프리허그(Free Hug)’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프리허그는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Free Hug"라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행위다. 우리나라는 포옹하는 문화가 없어서 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곧 마음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라는 것이 느껴지면서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있다.
지난 3월 즈음에 뉴스를 보다가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소’였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장기화로 고립감과 외로움을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소 껴안기' 였다. 10년전 네덜란드에서 'koe knuffelen(코 쿠너펠렌·암소 포옹)'으로 시작되어스위스와덴마크를 거쳐 미국의 일부 농장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치유 프로그램이다. 자신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껴안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데 껴안는동물의 몸집이 클수록 효과도 크다고 하니 크고 순한‘소’가 딱 인 것이다.
이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지난 3월 25일 농업분야에 큰 획을 그을만한 새로운 법 하나가 시행되었다. 바로‘치유농업법’이다. 치유농업이란 농업활동이나 농촌자원을 통해 국민의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다. 쉽게 말하면 농업· 농촌을 수단으로 삶에 지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일석이조(一石二鳥)’인 것이다.
해외에서는 `케어 파밍(care farming)` 혹은 `소셜 파밍(social farming)`이라고도 하며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네덜란드나 프랑스에는 천여개의 치유농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으며 치유를 통한 사회적 기여는 물론 농가 소득까지 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치유농업 연구를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으로, 당시는 원예치료라는 말이 사용됐다. 사람들이 식물을 기르면서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시작이었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14종의 효과가 검증된 치유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치유농업 확산을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4월‘치유농업추진단’을 발족시켰다. 추진단에서는 다양한 치유농업 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성을 검증해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이제 시작된 치유농업 기반구축을 위해 권역별 치유농업센터도 만들고 치유농업 전문가 양성을 위한 치유농업사라는 국가자격시험 제도도 시행한다. 이제 차근차근 현장에 잘 안착 시키는 일만 남았다.
한 가지 난제는 경제적 자생력이다. 처음 생각한대로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정부지원과는 별도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소 껴안기 프로그램은 시간당 75달러(약 8.5만원)를 받는데, 오는 7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효과가 검증되고 확산이 쉬운 치유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만 한다. 전북 익산에 소재하고 농촌진흥청 산하 공공 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전신)도 치유농업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사업화와 창업지원에 박차를 가해 이러한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힘껏 지원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별로 산재되어 있는 사회서비스 제도와 연계하여 시너지를 높여야만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2년여간 장기화 되고 있음에 따라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다. 먼저 한시대를 열정적으로 살면서 조국 선진화에 크게 기여해온 우리 세대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의 실천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생각된다.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노노케어와 나눔의 정신으로 봉사하며 치유농업을 실천한다면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유농업이 국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우리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