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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월)
날씨 흐림
6시에 일어나서 자고 있는 집사람 얼굴을 본다. 오늘은 우리 엄마/지혜/지현을 두고 나홀로 서울로 떠나는 날이다. 너무 오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서인지 생각보다는 담담하다. 샤워를 하고 마지막 정리를 하니 6:45분이다. 다소 이르지만 아이들을 깨워 작별인사를 했다. 너무 졸린 아이들은 아직도 꿈결에서 안녕이라한다. 나는 아이들의 볼에 뽀뽀로 작별인사를 하고 집사람에게도 짧은 뽀뽀를 했다. 짦음의 의도는 슬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 아파트 건물을 두번이나 뒤돌아 보며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말 10일간의 채스우드 생활이 끝나고 가족들과 헤어지나 보다. 택시를 타고 공항에 내려(택시비 60불) 전기면도기만 하나 사고 JAL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간단히 아침을 했다. 이제는 정말 시드니를 떠나나 보다. 창밖에는 많은 비행기가 내리고 오르고 한다. 어제는 Summer Time이 시작해서 1시간을 또 손해 본 날이구, 한국으로 치면 2시간이나 빨리 살고 있다. 오늘은 비행기에서 잠을 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제도 와인 덕에 슬픈 마음을 정리하고 잘 수 있었지만 채스우드에서의 10일은 나에게는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비가 토/일에 걸쳐오더니 오늘도 날씨가 흐리다. 다만 바람이 잔잔해서 다행이다.
JO722는 예정시간인 9시45분에 정확히 문이 닫히고 우리는 9시55분에 이륙했다. 내가 앉은 2층16H 창에 비가 내리고 구름은 여전히 검다. 안전하게 이륙은 하였으나 워낙 구름이 많은 관계로 비행기는 좌우로 요동친다. 이륙시에 이런 경험은 많치 않은데 기분이 묘하다. 고도 11,000M에까지 이르는 과정에도 심한 진동이 이어진다. 그리고 잠시 조용해 지나했는데 강한 바람이 비행기를 두번이나 친다. 안전밸트 해제 사인이 나온 후 처음 난 경보음 이후에. 그리고는 Cairn까지는 내륙으로 이어져서 인지 다소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 이륙 후 2시간이 지나고 있다.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대륙을 벗어나는데도 2시간 반이 걸릴 정도로 호주는 큰 대륙이다. 이정도면 서울 대만거리다. 아/점을 생선요리로 먹었는데, 아주 맛이있다. 비지니스라 그런지 와인도 5잔까지 계속 먹고 있다. 지도를 보니 우리 비행기는 시드니와 동경을 직선으로 비행할 모양이다. 엔진이 4개인 보잉747이라 쌍발에 비해 직선비행이 가능하다. 쌍발은 ETOPS(Extended Range Twin Engine Operation)이라 해서 만일 1쪽의 엔진이 고장나면 120분내에 인근 공항으로 비상착륙을 해야 하는 규칙이 있어 내륙에서 많이 벗어 나지 않는 비행항로로 비행하지만, 747은 3개가 꺼질 때 까지는 직선비행기 가능한 셈이다.
기장은 오늘의 날씨가 좋지 않으니 안전밸트를 꼭 메라 한다. 약 1/3을 지난 시점인데 오늘 얼마나 많은 Turbulence를 경험할까?.
벌써 가족들이 보고 싶다. 공항면세점에서 청바지를 입은 동양여자를 보고 집사람인줄 알고 반가워했고, 다시 코발트색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여자를 보고 집사람인줄 착각했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이별, 슬픔, 다시 만나기를 기약!!. 나는 하여튼 3시간여를 날아 뉴기니섬 Port Moresby인근을 지나고 있다. 시간은 호주시간으로 12시45분이다.
비행기에 타서 “The Appeal”을 읽거나 SUDOKU를 할 예정이었으나 너무 초기에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고, 또 식사를 하고 와인을 계속 먹었더니 아무 생각이 없다. 승무원들은 또 와인을 더 주겠다고 한다. 땡큐. KAL보다 와인이 후하고 친절하기가 장난이 아니다.
정말 시간은 잘 간다. 크루즈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10일이 지나다니… 다행인 것은 우리 가족들이 초기에 정착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대충은 갖추어 주고 온 것이다. 가전제품, 식기, 전화기, 인터넷, 이동전화 등등.. 오늘은 아이들의 이동전화가 정식으로 개통된다. 3자가 통화를 하면 저렴한 3G Phone에 가입했다. 우리 가족들은 서로 비상시에 연락가능한 시스템에 들어 갔으며 이제 요번 주부터는 둘째와 엄마는 영어학원에 다니는 등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것이다. 우리 가족들이 눈물나게 보고 싶다. 떠난지 3시간도 않된는데. 남은 시간은 6시간이고 외부온도는 -47도다.
나는 항상 비행기를 탈 때는 기도를 한다. 종교도 없는 놈이.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갈 종교를 가졌을 많은 사람들의 좋은 운을 기원한다. 덕분에 무사히 동경에 도착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와 집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11시쯤 일어나서 아침먹고 North Sydney에 가서 Milton College에 가는 예행연습을 하고 있을까?. 엄마와 둘째가 Language school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앟아야 할텐데.
식사 후라서 그런지 다들 잔다. 비행기는 다시 요동을 치는데도. 그래도 이륙할 때에 비하면 지금은 양반이다. 나는 지금 배타고 호주가기/오기의 완결편을 쓰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암으로 투병중인 동진이 형을 생각해서 비오고 날씨 흐린데 우산도 없이 기차로 4 정거장에 4.5불을 내고 형이 10여년 전에 살았던 Gordon을 다녀왔다. 채스우드에 비해서 너무 시골스런 역주변 마을이었으나, 중심가로 들어 가면서 채스우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소리/꽃내음/고목들을 너무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너무 조용한 부자동네 같다. 2시간여의 도보 여행이었지만 동진이 형의 숨결을 느끼는 것 같다. 빨리 완쾌되어 나와 같이 Gordon에서 wine을 한잔해야 되는데.. 정말 신이 있다면 동진이형은 지금 나와 함께 시드니에서 인생이야기를 하고 있어여 한다. 우리 세대들이 정말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가를 이야기 하며,
왜 선량하고 남을 위해 배려할 줄 아는 양질의 인간들이 암투병이라는 고생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동진이형 앞으로는 나랑 남은 인생 더럽게 삽시다.!!
내가 없는 3개월은 우리 가족들에게는 모험과 기회일 것이다. 영어를 사용할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더욱 독립심도 커질 것이다. 이러다 애들이 아빠 까먹는거 아니야?. 정말 사랑한다. 지혜/지현/엄마!!, 이 세상 무엇보다 누구보다 사랑해!!. 우리 슬기롭게 이 역경을 이겨내자.
아직 적도에는 오지 못했다. 나는 Neptune신에 의해 면죄를 부여 받았으므로 무사히 적도를 건너 가리라 생각한다. 현재 01:20분 Coral Sea/Solomon Sea를 지나고 있고 나는 다시 SUDOKU에 도전한다. 와인을 7잔째 받으며. 01:40분에 와인을 8잔째 받았다. 이제는 적도를 지났고 있는 데도 비행 상태는 너무 좋다. 고도 11,600M, 온도 -51도다. 벌써 지도에 Guam이 보인다. 2:20분에 두번째 벨트사인이 나온다. 그래도 비행기는 조용하다. 2시30에는 사인이 꺼쪘는데 비행기가 요동친다. 아이러니하게.
오늘은 기상이 않 좋은지 기장이 수동으로 운전하는 구간이 많다. 하여튼 이 Route는 태어 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구간이다. 영화 Lost에서 비행기가 추락한 구간도 호주부근이고, 비행구간중 Air Pocket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구간이라 한다. 경험자들도 그렇게 나를 겁주었고. 다소 많이 흔들림을 경험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최악은 아니다. 비행기의 요동은 결국 비행기의 크기, Route도 중요하지만 기상여건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태풍 위를 지난 다면 어떤 비행기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2시45분에 다시 한번 벨트사인이 나온 후 약 10분간 흔들린다. 그럭 저럭 괌 상공을 지나고 있다. 잠시 눈을 부쳤다. 약 30분 정도 잔 것 같다. 4시에 컵라면을 준다. Udong de Sky (Jal Original)이라는 것인데 맛있었다. 비행기는 Saipan으로 향한다. 고도 11,600M, 속도 903KM이다. 이제 1/3이 남았다.
사이판을 지나서 약간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럭 저럭 잘 가고 있다. 5시30분에는 비행기가 흔들리는 가운데 샌드위치가 나왔다. 위도상으로는 오끼나와와 대만 선상이다. 고도 12,200m에 속도 920K다. 동경에 다가 오니 기쁜 마음이 크지만 가족과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비행기는 다시 심하게 흔들린다. 이제는 학습효과로 두려움도 적다.
약 1시간이 남았다. Belt Sign이 또 나온다. 고도 12,200M, 속도 911K, 온도 -57도. 6시가 되니 귀가 아파 온다. 이제 내려 가나 보다. 오를 때는 구름때문에 많이 흔들리더니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 상공에는 구름으로 꽉 차있다. 잠 못자서 피곤하고, 졸리고, 담배도 피고 싶다. 승무원들이 한명 한명에게 JAL을 이용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이제 8개국째를 방문하게 된다. 나의 배타고 호주가기/오기가 끝나 가고 있다. 고도 5800M, 846K, -7도다. 아직도 가족과 멀어지고 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예정 도착시간 10분전이다. 의자를 바로하고, 전자제품을 끄라 하고… 귀가 많이 아파 온다. 우리는 구름 영향으로 10분이 늦은 7시에 (동경 5시) 동경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해냈지만 이제부터 고난의 길이다. 미리 예약한 동경역 주변의 호텔로 가야한다. 기차를 타고 가서 내일 타게 될 신간선에 대한 사전 답사도 해야 하고. 환전을 하고 먼저 호주에 전화를 했다. 정말 10초에 천원 꼴로 동전을 먹는다. 일본은 역시 입구부터 비싸구나. 공항특급열차로 신주꾸행 기타표를 끊고 무사히 기타에 탔다. 물론 물어 물어 않되는 일본어로 확인을 했기에 가능했지만. 약 1시간 후 나는 동경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동경역은 한국에서 출국전 인터넷에서 답사했듯이 정말 크고 넓다. 나는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 저리 헤메다 마침 영어가 되는 회사원이 친절히 안내를 해줘 무사히 호텔로 갈 수 있었다. 모르면 물어라!. 단순한 진리다.
호텔에 도착하니 프론트에 내일 탈 신간선표가 도착해 있다. 시장기도 없구 해서 간단히 맥주와 안주를 사서 저녁을 해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역주변이라서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건물 전체가 흔들린다.
10월7일(화)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프론트에 가니 아침대신에 먹을 빵을 (Bread Box)을 준비해 주었다. 엘리베이터에 혼자 여행가방을 들고 한 중년의 여자가 탔는데 혹시 신간선을 타고 간다면 따라 가려 물었는데, 버스를 탄단다. 나는 긴장을 하며 후쿠오카행 신간센을 타기 위해 동경역에 도착해서 다시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14번 출구로 가라 한다. 거기에 가니 너무 싱겁게도 하카다(후쿠오카)행 기타를 타는 곳이었다. 너무 일찍 도착한 셈이다.
나는 매점에서 녹차를 한병 사서 간단히 아침을 하고 6시45분발 초특급 노조미(Super Express)의 특등실에서 5시간의 신간센 여행을 했다. 정말 주마간산이 아니라 주차간산이다. 서울 동경만 비행기로 왔다 갔다 하며 느낀 일본에 대한 호기심이 정말 일본의 반이나마 한번 보게 해준 것이다. 혹자는 의미가 없는 여행이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일본을 잠시나마 느끼게 한다. 하차하지를 못하는 관계로 자리에서 역주변의 사진만 연신 찍으면서 말로만 듣던 오사카, 선동렬 선수가 활약했던 나고야, 비운의 히로시마, 제철소가 많은 고베 등등 귀에 익은 지명들을 지나친다.
정말 일본의 철도의 왕국이다. 어느 역에서도 젊은 역무원들이 많고, 안내원도 많다. 선순환이다. 우리의 악순환과는 정반대다. 요금이 비싸서일까?. 하여튼 일본에서는 철도가 사양산업이 아니다. 우리 철도관계자 분들도 일본을 더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외국인을 배려하는 그런 시스템도 배워야 한다. 매표에서부터 타고 가고 내리는 모든 과정에서 일본을 배워야 한다.
하카타역에 내리고 나서 나는 부리나케 택시정류장으로 가서 하카타 국제터미널로 향했다. 약 20분이 소요되는데, 기사와 나는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말들을 하며 대화를 했다. 나는 부산으로 가는 코비(www.ko-bee.com)를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만 한 상태라서 불안한 마음에 도착했으나, 배가 고장이 나서 출국수속이 약30여분 지연되어 더욱 나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배가 단체관광객으로 만선이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뭐가 잘못되면 내일 출발을 해야 하고 그러면 출근에 지장이 오기 때문이다.
다행이 문제 없이 수속이 이루어 지고, 나는 다시 2시에 출발해서 2시간 55분 동안 고속여객선에 몸을 맡긴다. 배는 크루즈에 비하면 소꼽장난이지만, 이 배는 일정 높이로 바다를 떠가는 신기한 배이면서 200여명이 타는 소형이어서 속도가 시속 83Km으로 빠르다.
부산에 들어서니 모처럼 해가 뜨면서 나를 반긴다. 배타고 호주에서 한국 오기가 정말 거의 끝나고 있다. 부산항에서는 빠른 걸음으로 제일 먼저 입국수속을 하고 나와 택시에 올랐다. 택시기사가 가까운 거리에 택시를 탄다고 짜증을 내지만 나는 2배의 요금을 드리기로 하고 아저씨를 위안 시킨 후 부산역에 도착했다. 마침 25분 후의 서울행 KTX를 예약하고 전화카드를 사서 호주에 전화를 했다. 정말 일본에 비해 한국의 전화비는 싸다. 약 3시간의 KTX는 신간센에 비해 너무 느리지만 나를 무사히 서울로 안내했다. 40대 중후반의 아저씨가 이틀 동안, 집-공항(40분), 시드니-동경비행기(9시간), 동경-후쿠오카(5시간), 택시 (20분), 후꾸오카-부산(3시간), 부산항-부산역(15분), 부산역-서울역(2시간50분) 등 운송수단을 이용한 시간이 약21시간이구, 교통비도 약 7백만원이 들었다. 모두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등 정말 강행군에 사서 고생을 했다. 가족과 떨어져 있을 때, 더 늙기 전에 화끈하게 한번 해 본 거다.
한동안 서울의 나쁜 공기덕에 코가 아파 고생했지만 나는 언제 호주를 다녀 왔냐라고 물을 정도로 빠르게 서울생활에 적응을 하며 다시 12월말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국제전화비도 많이 들고, 술값도 많이 들고, 깊은 잠은 잘 오지 않지만, 하루 하루 외로운 총각생활이 지나 가고 있다.
첫댓글 짱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