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4
새벽에 때 아닌 대소동을 벌인 후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피곤에 쩔어서 집을 나섰다.
출근 시간에 5-1을 타고 4호선을 타고...
가방도 무겁고 피곤해 죽겠는데
생리 이틀차에 배까지 아프고
버스랑 전철 내내 서서 가야되는 게
완죤 드라이빙 미 크레이지😹
괜~~~~히 가기 싫고 짱나고 그랬는데..
이수역 환승 구간에서 빵냄새를 맡은 순간부터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
설렘도 잠시 이번엔 조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고터에서 버스 타는 게 처음이었다.
이전에 경주에 갈 때는 동서울 터미널을 이용했구..
다행히 표지판만 착실히 따라가니까 어렵지 않게 도착했다.
표지판 따라가면서 길 찾는 게 왤케 짜릿할까..
혼자 여행은 별 게 다 재밌다ㅎㅎ
어쩐지 날씨가 흐려서 좀 불안했던 출발..
그리고 차 안에서 내내 알쓸신잡 경주편을 봤다.
보다가 너무 졸려서 한 시간 정도 자고.
도착 예정 시간 12:30 이었는데 거의 한 시에 도착했다..
쒸익
어쩐지 아저씨가 내내 무리하게 달리더라.
버스가 차선 변경을 엄청 해대서 내내 불안하고 무서웠다.
사고 이후에 버스를 탈 때마다 신경이 더 곤두선다.
건물 앞에 있던 개.
귀여운 어감의 갱얼쥐라고 부르규 싶은데
그러기엔 너무 컸다><
멍뭉이라고 하자.
넘 커가지고 무서워서 만지진 못했다고 한다,,
체크인은 4시라서 가방만 안 쪽에 넣어두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자전거를 대여했다.
다른 업체보다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고
그냥 숙소까지 자전거 타고 오는 게 더 편하니까~~
대여비 입금하고 문 앞에 있는 자전거 하나를 픽했는데..
안장이 너무 높아서 내리려고 하니까...
꿈쩍도 안 했다......
바퀴가 젤 튼튼해보여서 골랐는데 다른 거 싫어!!!@
30분 씨름하다가 사장한테 전화하니까
안장이 워낙 빡빡해서 그렇단다..
무리하지 말고 다른 자전거 사용하길 권고했다.
짱났지만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그나마 괜찮은 높이의 자전거를 골랐다.
첨에 잘못 골랐나 싶었는데 자전거가 너무 잘 나갔다..
나 자전거 일케 잘 탔나?
싶을 정도로 자전거가 매끄럽게 잘 나갔다.
무튼 자전거 타고 호다다닥 간 곳은
안 그래도 더웠던 와중에
자전거 때문에 너무 지쳐서 입맛이 완전🤏
한번 가봐야지 하고 저장해놨던 식당이라서
걍 바로 먹으러 갔다.
가게 앞 전봇대에 자전거 묶어두고
조심스럽게 들어가니까
안에서 식사하던 손님들이 나를
😮
이러고 쳐다봤다.
전 그냥 로컬 맛집이래서 찾아왔어요..😉
면을 직접 반죽해서 뽑으시는 것 같았는데
면이 이렇게 맛있는 콩국수는 처음이었다.
완전 쫄깃 탱탱
특이하게도 소금에 버무린 취나물을 넣어
간을 맞춰 먹을 수 있었다.
첫 끼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금방 찼다.
그래듀 뭔가 콩국물이 아까워서 거의 다 먹고..
다른 손님들이 현금을 내길래 나도 현금을 내고 나왔다ㅎ
밥먹고 바로 삼릉으로 가려고 했는데
생수랑 삼각대 챙겨오는 걸 까먹었다....휴
고민하다가 다시 숙소에 가서 생수와 삼각대를 챙기고
화장실도 함 쓰고
다시 삼릉으로~.~
오랜만에 능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멋있었다.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이런 풍경
정말 유일무이하다.
나의 첫 목적지.
사실 처음엔 자전거 타고 갈 생각이 없었는데
택시로 가기엔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고
버스는 배차가 좀 애매하고
자전거로 갈 수 있나 싶어 찾아보니까
가능할 것 같았다.
다들 차를 타고 가긴 하던데ㅎ
자전거로 갈 수는 있다니까 뭐..
.
황남동을 지나면서부터 사람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경주는 정말 인지도 있는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갑자기 한산해진다.
요즘은 거의 황리단길 주변으로만 모이는 듯.
암튼 사람이 안 보이니까
신나서 완전 쌩쌩 달렸다
이 길 진짜 예뻤는데..
아 카카오맵 미친놈이 길을 자꾸 이상하게 알려줘서
여기만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후
몇 번을 제자리에서 돌다가 겨우 제대로 찾아가는 중..
포기할까 잠깐 고민했다ㅎ
그래듀
길이 푸릇푸릇 너무 예뻐서 점점 행복 지수 높아지는 중
이때부터 얼굴 꽤나 녹음직..
마음이 행복한 만큼 몰골 상태가 따라주진 못했군
오릉 앞 쪽.
이 길도 엄청 고즈넉하고 평화로워서
근대 문학 작품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자전거 타길 잘했다고 계속 되내이면서 갈만큼
풍경이 예뻤다.
눈에 보는 거 그대로 다 남기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괜히 비장하게 말하는데
눈가가 굉장히 지쳐보인다..🙃
하늘이 조금 흐린 상태였는데
해가 나오려고 하는지 구름 사이로 새나오는 빛이 예술이었다.
장관이고 절경이다.
이 길 너무 예쁘고 좋다..
다 좋은데 자전거 타기 정말 쉽지 않았다..
나무 뿌리가 얼마나 크고 센지
벽돌이 나무 뿌리에 못 이겨 들썩 들썩 치솟아 있었다..
턱이 너무 많아서
걸릴 때마다
바구니 안에 물건이 다 날아갈 거 같규
똥꼬 찢어질 거 같고..
뇌도 좀 흔들리는 거 같았다...
무엇보다
생리 중에 이렇게까지 격렬한 활동을 하는 게 걱정 됐다..
자전거를 탈 수는 있으나 정말 험했던 구간..><
인도랑 자전거 혼용 통행이라고 했으면
관리를 좀 해주쇼..ㅠ
오가는 길에 주민 한 두 분 외에 단 한명도 보지 못했으니
길이 거의 방치 된 것 같았다.
오릉 지나고 포석정 지나고
드디어 도착!! 자전거 빠킹하규 들어갔다.
입구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고양이. 진짜 저러고 가만~~~히 있었다.
누가 오가는 지 감시하는 거 같다. 귀욥
그리고 여기가 바로 삼릉숲이다!
삼릉은 남산의 초입과 같아서
삼릉 통행을 따라 계곡도 만나고
쭉 올라가면 등산코스가 이어진다.
그래서 이 곳은 삼릉과 남산 전체를 일컬어 국립공원이다.
올라가는 길에 불교 유적을 계속 발견할 수 있단다.
신라 불교의 본적지라고 불릴 만큼 불교 유적이 많다고.
위에 사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멋있다는대
다음엔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가 삼릉에 꼭 오고 싶었던 이유.
소나무가 저렇게 빽빽하게 둘러 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어ㅠㅠㅠ
나무 뒤로 보이는 삼릉.
이 소나무들 나이가 무려 1000살이 넘었다.
사람이라고는 출사하러 온 아저씨 한 분이랑
주민으로 추정되는 운동하시는 분.
그리고 나😉
매일 이런 데서 운동하면 장수할 거 같다..
도착하자마자 삼각대 세워놓고 찍었는데
사진 보고 빵 터졌다.
얼굴이 너무 흘러내려서
옆에 소나무들이랑 친구해도 무방;;;
많이 지쳤나부다
자전거 타고 시간을 달렸구만..
소나무에 둘러싸인 게 너무 멋있었다.
정말 신기한 게 소나무들이 능을 향해 휘어져 있다.
인사하는 것 같아.
바람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방향이 일정하지가 않아서 더 신기하다.
능따라 둥글게 형성되는 모양새.
사진 보고 놀라서 몰골을 좀 정리했다..
사람이 없어서 마스크 벗고
들숨날숨을 엄청 크게 반복했다.
피톤치드향 대애애애애애박ㅠㅠㅠㅠㅠ
아픈 곳이 그냥 절로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안에 꽤 넓어서 좀 돌아다니다가
피톤치드향 한가득 들이마시다가 그러고 나왔다.
알쓸신잡 김영하가 삼릉숲은
신화적 존재가 나타날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이다.
1000년 된 소나무와 능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묵직하기도 하고
휘어진 소나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신성했다.
안개 끼면 그렇게 멋있다는대 궁금해.
다음에 꼭 다시 오ㅏ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