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전집＞성서냐, 신학이냐

[박상익]

 <노평구전집>성서냐, 신학이냐  

최근 신학열 또는 신학 논의가 심해져 신앙과 신학, 또는 성서와 신학의 관계에 대하여 고민하는 이가 많다. 또 각파 각인의 신학이 대립하여, 진실한 진리의 논의라면 몰라도, 개인적인 또는 파벌적인 중상과 공격, 심지어 공개석상에서의 구타 사건까지 발생하기에 이르러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신앙을 배우고 하나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하는 데 머리로 하는 신학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다만 성서만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루터가 말한 대로, 성서는 실로 일시적인 계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신학 하는 분들은 신학 역시 결국은 성서를 밝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신학으로 성서를 알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서 자체를 읽고 연구하고 또 그대로 진실하게 살려는 전인적(全人的)인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령 『논어』에 대해 생각할 때, 이에 대한 해설적인 노력 정도로는 이를 알 수 없다. 각자가 『논어』 자체를 백독 또는 천독하여 자연히 문리(文理)가 트여야, 그리고 진실로 이를 살게 되어야 정말 이를 안 것이다.

흔히 성서에 대하여도 읽어도 잘 알 수 없으니 결국 신학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성서에는 거미줄이 생겨도 바르트, 브룬너 등만 찾고 다니지만, 그것은 그들의 신학을 이해한 것이지 성서 자체를 알고 신앙 자체를 체험하고 욥과 같이 하나님 자신을 대면한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본체의 표현인 성서를 직접 알게 되어야 한다. 즉 하나님이 성령을 통해 이를 직접 우리에게 알려주셔야 한다.

이렇게 성령을 통해 우리가 성서를 알 수 있게 될 때 직접 신앙에 관련된 문제는 물론, 인생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자재로 신앙적인 임기응변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과 이런 마음을 주고받는 인격적인 관계에 들어가려면 그에 대한 지식적인, 즉 신학적인 태도를 버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신뢰와 사랑과 기도로 그에게 나아가야 한다. 그에게 의지해야 한다. 이때에 비로소 우리의 믿음이 성서 기자와 직통하게 된다.

요즘 신학, 신학 하지만, 루터나 칼뱅의 중요한 노력과 사업은 오히려 성서 자체의 강해에 있었던 것임을 우리는 생각할 것이다. 루터와 칼뱅의 방대한 전체 저작에서 성서 강해를 빼면 소위 신학 저작이란 3분의 1도 채 안 된다. 유대교가 고르반의 신학으로 망하고, 카톨릭이 면죄부를 신학으로 속여 팔아먹고 망하더니, 이제 개신교는 신학으로 저녁을 맞이하는 것인가!

『성서연구』 제26호  (1951년 10월)

[o선정애o]

저는 신학이 신앙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나쁠 건 없던데요.

[박상익]

성서신학이라면 문제가 달라지겠지요?

[발람의 나귀]

'신학이란 신들을 위한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학문일 뿐이다.
그들에게 성서는 부교재요 참고서일 뿐이다. '

나귀가 즐겨 쓰는 말입니다.

[박상익]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