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난 복숭아와 혜안의 눈
조미경
여름철 과일 중에서 복숭아는 식감이 아삭하면서 달콤하다. 하지만 보관 기간이 짧아 냉장고에 보관해도 금방 물러지기 마련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대형마트에 볼일이 있었다. 그런데 정기 휴무일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마트 앞 트럭에서 복숭아와 수박을 팔고 있었다. 더운 여름인데 시원한 냉방기도 없이 땀을 펄펄 흘리며 과일을 파는 아저씨가 측은해 보였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과일을 살폈다. 과일은 싱싱해 보였다. 그런데 과일을 조금씩 파는 게 아니고 박스로 팔고 있어서 팔이 좋지 않은 나는 한 박스를 사서 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기에 싸다고 해서, 거리에서 무턱대고 물건을 사게 되면 무게 때문에 팔이 너무 아팠다. 과일 장수 아저씨가 팔고 있는 복숭아는 달고 맛있어 보였고, 알이 굵었다. 며칠 전 마트에서 산 황도는 달고 맛이 있어서 가족들이 순식간에 먹어 치웠기 때문에 또 사고 싶었지만, 차가 없어서 사무실까지 들고 갈 일이 꿈만 같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황도를 둘러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검은 반점이 있었다. 아저씨에게 복숭아가 좋지 않다고 말했더니, 너무 잘 익어서 바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면서 크기도 굵으니 좋은 상품이라고 거듭 말을 했다. 검은 반점은 긁힌 상처 같았지만, 아저씨의 말을 믿고 황도 복숭아를 한 박스를 사서 집으로 왔다. 다음날 복숭아를 먹으려고 하니 복숭아가 상처투성이에 갈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나마 위에 있는 복숭아는 알이 크고 좋았지만, 상자 밑에 둘러싸인 복숭아는 알도 작고 상처가 심했다. 그리고 손으로 눌러 보니 물컹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과일을 잘못 샀다는 것을, 과일 가게에서 늘 사는 곳에서 서야 했는데 괜히 먹지도 못할 과일을 산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그날 저녁 복숭아 상자를 바라보며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동안 사람을 믿어서 손해 본 적이 많았다. 세상을 살아온 경험으로 보아도 남에게 쉽게 속고 살면 안 되는데, 나는 왜 그렇게 사람을 쉽게 믿는지 모르겠다. 어쩌자고 사람의 말을 믿고 산 복숭아는 결국 내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다. 그리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복숭아를 살 때 또 한 번 속지 않으려 다시는 장사꾼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으려 한다. 사람도 겉모습이 반듯하고 깔끔하면 성품도 올곧고 정직하다. 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인상보다는 계속 만나고 대화하면서 진실로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언제 어느 때 누구를 만나도 첫인상은 무척 중요하다.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어딘지 불안정하고 흐트러져 있으면 나중에는 필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사람을 볼 때 첫인상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사업을 하면서 배웠다. 면접을 보게 되면 지나치게 어수선하거나 묻지도 않은 말을 하는 사람은 경계 하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말이 많으면 쓸모 있는 말이 적다는 시어머님 말씀이 생각났다.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는 늘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아무리 많고 잘났어도, 그것을 감출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랬다. 세상을 살다 보니 자신이 잘나고 똑똑하다 하여 조금 어수룩한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자기 분야에서는 최고가 될지 몰라도 사람은, 누구나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부문이 반드시 있다고 본다.
사람을 볼 때 선입견은 무척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안목을 너무 믿은 나머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금물인 것 같다. 즉 오랫동안 보면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문학상 수상작에 대해 평론가들이 쓴 글을 읽으며 나와 다르게 해석하는 그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새삼 공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공부란 죽을 때까지 계속 해야 하는 것이 맞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혜안의 눈도 길러야 한다. 그래서 과일을 살 때처럼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거리를 둬야 한다.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먹는 과일의 경우 겉이 예쁘고 흠이 없어야 제대로 된 과일이라는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닫게 되었다. 사람도 그렇지만 먹는 것은 일단 겉모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것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 앞으로 나는 그런 것을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작은 흠결이 있으면 후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복숭아를 통해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상처 난 복숭아를 통해서, 나 자신도 남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생각해야 한다. 소설 합평하면서 늘 언행에 조심하고 있다. 스스로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하고 있지만, 어느 때는 나약한 한 인간이 되어 심사가 꽈배기가 될 때도 있다. 이럴 때 상처 난 복숭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의 실책을 교과서 삼으려 한다.
첫댓글 길거리 트럭에서 물건(과일, 곡식, 견과류, 해산물 등)을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싼가격에라도 빨리 팔고 가려고 하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사야 합니다
신뢰가 안 가는 장사꾼들이 있더라고요
요즘에는 물건이 많이 있는 대형마트 같은 곳에 가서 살펴보고 사게 됩니다
사람 보는 혜안을 갖기도 쉽지 않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사람의 말 특히 장사꾼의 말은 항상 걸러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