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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저널
싸우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요?
학교도서관저널의 '모아 읽는 어린이 책'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이번 주제는 '싸우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요?' 입니다. 『1950년 6월, 한반도에서 전쟁이 있었지요. 그전에도 전쟁은 많이 있었어요. 그 뒤로도 여러 나라에서 전쟁이 있었지요. 안타깝지만 지금도 전쟁은 있어요. 나라와 나라가 싸우고 한 나라 안에서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이웃끼리도 싸움이 일어나요. 이렇게 싸움이 일어나면 어린이는 전쟁을 피해 집과 학교를 두고 떠나야 했어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싸움 때문에 친구와 헤어지고 전쟁에 참여하고 새로운 친구와 만났던 어린이들을 만나 보세요. 그리고 생각해 보아요. 싸우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요?』
『숨바꼭질』
김정선 지음 | 사계절 | 2018년
6.25 전쟁 마주하기
올해 초에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남북 교류가 펼쳐지고, 한반도의 평화가 점점 더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6.25 전쟁을 다룬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전쟁은 꼭 알아야 하는 역사입니다. 그 역사를 알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 또한 진정성 있게 모색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 속에서 헤어졌던 두 아이는, 머리가 하얀 백발이 되어 고향 마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역사는 다시 평화로운 시간을 향하고 있습니다. 『숨바꼭질』은 과거의 아픔을 보며 우리 앞에 놓인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한 마을에 이름이 똑같은 두 소녀가 있습니다. 한 아이는 양조장 집 박순득이고, 한 아이는 자전거포 집 이순득이지요. 늘 같이 다니는 두 아이는 어느 날 새벽, 영문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됩니다. 전쟁이 터지고 피난이 시작된 것이지요. 작가는 아이들의 상황을 숨바꼭질 놀이에 비유합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랫말에 맞춰 엇갈린 운명을 보여 줍니다.
고향에 남은 박순득이 술래가 되고 이순득은 피난을 갑니다. 피난길에서 이순득은 밤이슬을 맞으며 콩밭에서 자기도 하고 강을 건너기도 합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폭격도 피해야 하지요. 그런데 표정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콩밭에 누워 본 하늘은 예쁘고, 한여름 강을 건널 때는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아이는 본연의 생명력을 지키며 위태로운 삶을 건너갑니다.
어느덧 이순득은 피난 촌으로 숨어들지요. 독자들은 피난 촌에서 숨은 이순득을 찾습니다. 천막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 순득이, 배급을 기다리는 순득이를 찾습니다. 그리고 “찾았다 순득이!”를 외칩니다. 이제 이순득이 술래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시간의 변화는 노랗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으로 알 수 있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보니,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자전거포는 무너지고 양조장도 무너졌지요. 무엇보다도 친구, 박순득이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만 살아 있지요. 이순득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며 주저앉습니다.
그림책을 덮고 나면, 아련한 슬픔이 올라옵니다. 이 슬픔은 그림책 속 두 아이를 내 할머니로, 내 이웃으로 만들어 줍니다. 슬픔은 전쟁을 깊게 이해하게 합니다. 그저 지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지금도 어디선가 아파하고 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지뢰밭 아이들』
앙젤 들로누와 지음, 김영신 옮김, 크리스틴 들르젠느 그림 | 한울림어린이 | 2013년
세상 모든 아이들이 누려야 할 소중한 평화 이야기!
전쟁의 고통 속에서 새롭게 피어난 희망의 노래『지뢰밭 아이들』. 전쟁의 참상과 만행을 고발하듯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진 평화 그림책이다. 화가의 단순하지만 강렬한 그림은 전쟁의 슬픔, 분노, 증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열한 살 소녀 마르와의 담담하지만 솔직한 고백 속에도 전쟁으로 파괴되고 사라져 버린 소박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과 정제된 슬픔, 고통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아이들에게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고, 전쟁은 왜 일어나며,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진하게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나는 평생 그날을 잊지 못할 거예요. 아마드와 나는 숲 속에 들어갔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 병을 발견했어요. 아마드가 그 병을 집어 드는데, 빛이 번쩍이더니 뜨거운 불길이 일었어요. 수천 개의 날카로운 조각이 내 얼굴과 가슴과 팔에 박혔어요. 아마드는 팔 하나와 다리 하나를 잃었어요. 더 이상 예전처럼 걷지도, 달릴 수도 없게 되었지요.
나는 한 번도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우리 이야기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노란 병을 만날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책의 앞뒤 면지에는 ‘곶자왈 작은 학교’ 아이들이 쓴 글이 실려 있습니다. 남북이 대치한 가운데 항상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우리나라 아이들의 생각을 담았지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표현한 전쟁과 평화에 대한 글은 마치 한 편의 동시를 읽는 것처럼 경쾌하고 발랄하기까지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전쟁은 왜 일어나는지,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책 머리말에서는 인종과 국적, 이념, 성별의 벽을 넘어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일하는 유엔기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아이들에게 지뢰와 잔류 폭발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동시에 평화의 메시지도 전하고 있습니다.
정보 페이지에서는 노란 병에 대한 궁금증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란 병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무기인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안겨 주고 있는지 자세하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지구촌 어디에선가 나와 같은 친구들이 전쟁의 고통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지음, 김규정 그림 | 보리출판사 | 2021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통일을 갈구한 평화주의자 권정생
권정생은 『강아지 똥』, 『몽실 언니』 처럼 가장 낮은 곳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 준 동화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권정생은 어린 시절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6ㆍ25 한국전쟁을 겪었다. 권정생이 남긴 시와 동화에는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모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고, 보잘 것 없는 것도 저마다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땅에 전쟁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권정생은 아이들을 위한 시와 동화 외에도 여러 지면을 통해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권정생은 2000년 11월 발간된 〈녹색평론〉 55호에 ‘애국자가 없는 세상’ 이란 시를 발표했다. ‘민족’ ‘국가’ ‘애국심’으로부터 해방된 사람만이 꽃과 나무와 풀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시는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발표되었지만, 어두운 요즘 시대 상황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북녘은 그사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했고, 지난 2021년 9월 15일에는 급기야 남북이 두 시간 간격으로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나란히 쏘아 올리는 모습을 연출하며 무기 증강과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국제 정세 역시 밝지 않다. 미군이 철수하며 다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곳곳에서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 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누구일까?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 전쟁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던 어린아이들, 여성들처럼 힘없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권정생이 꿈꾼 전쟁 없는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전쟁이 사라지는 날까지 권정생이 쓴 시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 주는 울림은 유효할 것이다.
그림 작가 김규정이 권정생의 시 ‘애국자가 없는 세상’을 읽고 그린 시 그림책?애국자가 없는 세상?은 곰과 늑대가 마주하는 그림으로 시작된다. 곰과 늑대는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무기를 들고 서로 맞서기도 한다. 곰과 늑대가 굳은 표정으로 대치하는 상황은 긴장감이 넘친다. 그러나 곰과 늑대의 얼굴은 실은 가면이다. 시의 후반부로 갈수록 무기를 내려놓고 생각에 잠기는 곰과 늑대가 한두 마리씩 생겨난다. 깊은 생각 끝에 서로 가면을 벗어 던지고 하나의 나비를 만들어 날려 보낸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곰과 늑대 가면을 벗어 던지고 평화롭게 어우러진다. 김규정은 시 그림책 ‘애국자가 없는 세상’을 통해 그동안 우리 안에 강제로 주입된 ‘애국’이라는 씨앗을 솎아 내고, ‘평화’라는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흙으로 쟁기질해 대립에서 화합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
미셸 치콰니네 , 제시카 디 험프리스 지음, 마술연필 옮김, 클라우디아 다빌라 그림 | 보물창고 | 2018년
“내 이름은 미셸 치콰니네,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야.”
미셸은 1988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미셸이 다섯 살이 되던 1993년,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도중 정체 모를 남자들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남자들은 미셸에게 총 쏘는 법, 사람을 협박하는 법을 가르치며 전쟁에 끌고 다닌다. 겨우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병사’가 된 것이다.
미셸과 친구들을 납치한 이들은 바로 콩고민주공화국의 반란군들이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약 100년여 동안 벨기에의 식민 통치를 받다 1960년 드디어 독립을 맞이했지만, 너무 오랜 세월 식민 통치를 받은 나머지 어떻게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나라 안에서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었고 혼란을 틈타 수많은 반란군들이 조직되기 시작했다. 반란군들은 어린이들을 납치해 병사로 교육한 뒤 전쟁에 데리고 다녔는데, 평범한 어른 군인들이 어린이를 상대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어린이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케빈 형이 피를 철철 흘린 채 쓰러져 있었어. 내 손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고 만 거야.”
반란군들은 미셸에게 강제로 마약을 하게 하고, 총을 쏘게 하는 등 무자비한 가혹 행위를 저지른다. 심지어 미셸과 형제처럼 지냈던 케빈을 직접 총으로 쏴 죽이게 하는 말도 안 되는 잔혹한 행태를 벌인다. 미셸의 아버지는 사회운동가였지만 아들이 납치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여느 날과 같이 학교에 갔던 아들,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공을 차던 아들이 한순간 납치되어 어린이가 겪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당하게 된 것이다.
미셸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린이 병사’는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아직까지도 실제로 존재한다.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대략 25만 명의 18세 이하 소년?소녀들이 현재 정부군 혹은 반란군에 소속되어 있다고 한다. 그중 40퍼센트는 여자 어린이 병사인데, 이들은 성적 착취 대상으로 여겨진다고 하니 ‘어린이 병사’는 미셸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이자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곰 인형 오토』
토미 웅거러 지음,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01년
안데르ls형센 상 수상 작가 토미 웅거러가 그린 전쟁 이야기
유아를 위한 그림동화. 곰인형 오토는 다비드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대요.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모든 게 달라졌지요. 다비드는 유태인이라서 독일 군인들이 끌고 갔어요. 다비드의 단짝인 오스카와도 폭격으로 헤어지게 되었어요. 전쟁으로 혼자 남게 된 오토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되는데... 곰인형 오토를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이야기.
무엇보다도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토미 웅거러의 그림은 이 그림동화에서 역사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바탕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사람들이 입은 복장이나 머리 모양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세부적인 그림을 보고 아이들은 역사적인 시대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곰 인형 오토는 소년 다비드를 만나 행복하게 지낸다. 다비드의 단짝 오스카와 함께 셋은 늘 붙어 다니면서 새로운 장난거리들을 생각해 낸다. 곰 인형 오토의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보라색 얼룩도 다비드와 오스카가 오토에게 글씨 쓰는 법을 가르쳐 주려다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다비드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별표를 옷에 달면서부터 모든 게 달라진다. 다비드와 다비드의 가족은 어디론가 끌려가게 되고, 오토는 오스카네 집에 남겨지게 된다. 폭격으로 오토는 오스카와도 헤어지게 된다.
혼자가 된 오토는 오랜 세월동안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된다. 결국 오토는 어느 골동품 가게의 진열장에 내놓인다. 그리고 우연히 그 앞을 지나던 오스카와 다시 만나게 된다. 신문에 실린 오토의 기사와 사진을 보고 다비드도 오스카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셋은 옛날처럼 다시 함께 모여 살게 된다.
어린 아이들은 끔찍하고 잔혹한 전쟁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곰 인형 오토의 삶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을 것이다. 또한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소년 다비드의 품으로 돌아가는 곰 인형 오토의 행복한 결말을 보면서 아이들은 따뜻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용맹호』
권윤덕 지음 | 사계절 | 2021년
베트남전쟁 이후를 다룬 그림책,
권윤덕 작가의 『용맹호』 출간
그림책 속 인물, 용맹호 씨는 매일 아침 정비소로 출근합니다. 온종일 자동차 일곱 대를 수리하고 소금 땀으로 범벅이 된 정비복을 벗고서 퇴근합니다. 용맹호 씨는 파월장병으로 불리는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이며 지금은 딸도 아내도 기억에서만 꺼내며 혼자 살고 있습니다.
1954년 베트남의 상황은 한반도와 비슷했습니다. 오랜 프랑스 식민 지배를 벗어난 기쁨도 잠시, 제네바 협정(휴전 협정)에 따라 남북으로 갈라진 베트남은 2년 뒤인 1956년 통일 정부를 구성하는 총선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부패한 독재로 신임을 얻지 못한 남베트남 정부가 질 것이 뻔한 총선거를 거부하고, 공산화를 우려한 미국이 1964년 직접 군사개입하면서 베트남전쟁은 국제전으로 치달았습니다. 미국의 명분은 반공이었으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조차 전쟁 참가를 거부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 4만 7,872명(연인원 32만여 명)을 베트남에 파병하였습니다. 안보를 보장받고 경제적 실익을 계산한 결정이었습니다. 미국 외 7개국이 참가한 전쟁에서,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군사를 파병하였습니다. 용맹호 씨도 그중 한 군인으로 베트남에 갔습니다. 용맹호 씨가 간 곳은 베트남 중남부 빈딘성. 야자수가 자라고 바다가 보이는 곳이지만, 곧 고엽제(독성 제초제)로 나무는 타들어 가고 불길에 집어삼켜질 곳이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은 오늘 일터에 가는 평범한 노동자 용맹호 씨를 꼬박꼬박 그리면서, 그의 기억이 불러낸 베트남의 환영을 중첩하여 보여줍니다. 출근길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검정 옷의 베트남 여인과 아기, 잠자리에 들면 꿈틀거리며 떠오르는 짙은 정글의 생명체들, 이국의 땅을 짓누르는 군화와 전장을 채우는 총소리. 현실과 기억이 혼재하는 가운데, 용맹호 씨의 몸은 점점 변해 갑니다. 귀가 셋, 가슴이 셋, 눈이 셋, 발이 셋, 부푼 몸으로 출근 버스에 오르는 용맹호 씨는 오늘도 살아가려 출근을 하고, 그 옆으로는 죽음의 환영들이 어른거립니다.
권윤덕 작가는 『용맹호』를 그려야 비로소 『꽃할머니』가 마무리된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꽃할머니』에서 한국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용맹호』에서 한국은 가해자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무고한 베트남 민간인과 군인들의 희생 위에 걸린 베트남전쟁은 한국사회의 모순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우리나라가 가해자라는 불편한 과거 앞에서, 베트남전쟁은 외면받고 잊혀 왔습니다. 1968년에 처음 제기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은 지금도 여전히 한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사건으로, 공식적인 사과 없이 피해자의 상처를 할퀴고 있습니다.
작가는 활활 타는 불길로 소거된 마을 옆 공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을 삼키며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들의 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곳엔 명령에 복종하는 참전 군인 용맹호 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국가의 동원으로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된 사람. 그런 수많은 참전 군인들이 더 이상 생겨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쟁을 기억하고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출처 :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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