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장 먼저 「전례헌장」을 반포(1963년 12월 4일)함으로써 모든 신자들에게 전례 쇄신을 통한 신자 생활의 쇄신과 영성 생활의 진보를 기대하게 했다. 각 민족은 공의회가 천명한 대로 로마 예법의 예식들을 자기 민족의 고유한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들도 함께 기울였다. 우리는 이러한 문화적 적응의 노력들을 토착화 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토착화 는 복음화의 핵심 과제가 됐다. 자기가 사는 지역과 문화의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의 핵심이 됐다. 그러나 전례의 새로운 적응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예가 최후의 만찬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누신 최후의 만찬은 구약의 파스카 예식에 대한 재해석의 표본이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출애굽의 기념이 아니라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으로부터 아버지께 넘어가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토착화 주제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새로운 주제처럼 부각된 것은 교회 안에 다원주의(luralismo)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겨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여러 민족 문화에 대한 존경으로 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어느 한 나라가 자신의 종족이나 민족적 전통을 보존하려거나 또는 그 전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와 방향이 있다면 교회는 엄격한 통일성을 강요하지 않으며 그 나라의 훌륭한 정신적 유산을 보호 육성한다고 선언하고 있다(「전례 헌장」 37항).
그러나 이 토착화는 어떤 편리함을 이유로 요청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 말씀의 강생(incarnation)을 구체적 시간과 공간 안에 계속하는 교회의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 한마디로 이 강생의 신비는 토착화의 신학적 원리이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유다인으로 사람이 되셨던 것처럼 모든 민족 안에서 그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전례의 다양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허락이라기보다 강생의 명령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시간과 공간 안에 그리스도 강생 육화를 영속화해야 하는 의무와 과업을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개혁 정신은 로마 표준 예식서 개정뿐만 아니라 각 민족에게는 문화적 적응 또는 토착화라는 과제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화적 적응에 관련된 사안들은 공의회 이후 새로 개정하게 된 각 예식서들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한국 천주교회의 문화적 적응에 관한 내용은 주로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와 「한국교회의 교회법 보완 규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 마디로 한국교회는 한국의 고유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것을 가톨릭 예식에 반영한다는 것은 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여러 변경 사항들은 문화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법적 차원에 머무는 것들이다. 그나마 상장 예식 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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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0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