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않는다. 그는 죄인의 길에 서지 않고,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않는다. 좋은 사람인지라 인재들이 모여들고,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열매가 무성하다. 또 후덕하고 넉넉한 성품인지라 남의 일에 애틋한 긍휼지심을 발휘한다. 필자는 살아가며 이런 복된 사람이 되길 지향해왔고, 또 이런 멋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왔다. 필자는 맡은 일이 있어 중구 우정동에서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거주해왔는데 코로나 사태로 개인적인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그래서 피치 못하게 지금 거주하는 북구 염포동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건물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우정동의 첫 건물 주인은 부부지간에 건물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허름함 옷차림으로 밭일을 자주 다녔다.
필자가 세 들어 살면서 물이 샌다든가 그밖에 자질구레한 불편을 말하면 부리나케 달려와 민원을 재빨리 처리해주었다. 주인아저씨의 비전문가 실력으로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어도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이 미더웠다. 그런데 수년 전 새 주인으로 바뀌면서 월세부터 올리기 시작했는데 어떤 사소한 민원에도 한 쪽 귀로 듣고 흘려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필자는 속으로 ‘이 사람은 건물주는 됐어도 배려에는 둔한 사람이구나’ 라고 직감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코로나19처럼 모든 사람이 어렵고 전방위적 위기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우정동에서 거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정상 이사를 해야 하는 마당에 고향 울산 땅도 재개발이나 재건축 바람의 광풍이 엄청 휘몰아치는 것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행정구역에서 퇴락하고 낙후되는 것의 소멸이 전제돼야 새롭게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개발에 거의 10년 이상 걸리는 시간 동안 도심의 미관은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처럼 익숙하지가 않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쨌든 필자가 염포동에 새 거처를 마련하면서 울산에 워낙 재건축이나 재개발 바람이 세게 부는 까닭에 전월세가 더 싸게 매겨진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지만 희한하게 이곳에서는 이전보다 더 낮은 전월세로 무사히 정착 할 수 있었다. 한군데 물새는 곳도 없고 건물도 더 깔끔하고 거주환경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 단지 거주자우선주차 제도가 시행된 중구에서 비교적 주차에 어려움을 던 반면 이곳에는 퇴근 후 주차하기가 어려웠다. 고심 끝에 필자는 유류비도 줄이고 주차 때문에라도 이곳에 있는 동안은 경차를 활용하기로 했다. 관할 당국에서 주차장 활용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줬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해본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새 건물을 지어 3층에는 본인이 직접 살면서 1, 2층에 숱한 세입자를 받아들였던 이 곳의 주인아저씨는 아득바득 돈 욕심보다는 “세입자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 하는 일이 잘돼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은 현대중공업이 경기 좋을 때 세내놓기 바쁘게 나갔지만 이번처럼 서너 달 걸린 적은 없다”며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불경기를 털어놓았다. 이곳 사무실에는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면 울산공항에서 땅을 박차 오르면서 이륙한 비행기가 이곳 사무실 바로 앞 상공에서 선회하는 장면을 수시로 목격한다. 그러면서 필자는 속으로 내 인생의 축복된 전환점이 이곳에서 이루어져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기도하고 있다.
박정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