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봉을 내려오면 측면에 쇠줄을 걸어놓았다. 족두리봉을 바로 넘어가는 길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길을 가본적은 없다, 족두리봉은 여인들이 족두리를 쓰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 이름이 붙었다. 이 봉우리는 인수봉보단 높진 않지만 경사도는 90도 정도고 떨어지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절벽이다. 그래서 돌아가는 코스를 만들어 놓았고 그 길도 위험하여 쇠로된 줄을 설치해 놓았다.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다. 그래서 테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는다든지 여기처럼 위험지역은 쇠줄을 설치해 놓는다든지 해서 등산을 하기 편하고 위험을 방지하는 시설이 잘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70%이상으로 도시든 지방이든 산이 많다. 서울처럼 세계적으로 큰 도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오를 수 있는 산이 여럿있는 나라는 몇 없는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 근교 산만해도 아름답고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도봉산, 북한산 등이 있다. "불수사도북"이라 명칭하고 하루만에 완등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등산인들도 많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좋은 산을 두고 찾질 않는다면, 이렇듯 아름답고 멋지고, 황홀하기조차한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아! 정말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산에 올라가보면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 때부터 인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바깥 생활을 찾다보니 젊은사람들도 산을 찾게 되었고 그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것 처럼 보인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비봉에 올라보면 종종 외국말이 들린다. 서양부터 동양까지, 영어부터 중국어, 동남아 말까지 각가지 언어가 들려온다. 한편으론 좋고 한편으론 걱정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세세만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산이 훼손이 빨라질까 걱정이 많다. 나는 최근 대호아파트 뒤편길을 이용하여 족두리봉을 많이 오르지만 전에는 장미공원입구에서 족두리봉을 5~6년 쯤 올랐다. 나는 한번 꽂이면 그 코스를 몇년간 계속 다녔다. 장미공원 코스도 바위가 많아 재미있다. 대호아파트 코스보단 난이도가 조금 낮고, 길이도 조금 짧다. 비봉까지 오르지 않아도 족두리봉까지 오르면 경치가 뻥 뚤려있어 풍경이 아주 좋다. 발아래 도시를 보고 저멀리 남산, 관악산, 계양산을 감상하고 방화대교등 한강다리도 볼 수있다. 커다란 향로봉이 눈앞에 다가오고 비쭉이 오른 비봉이 하늘아래 달려 있는 듯 하다. 족두리봉만 올라도 성취감을 느킬수 있다. 암반으로 이루워진 바위다 보니 오르는길이 쉽지만은 않다. 폐에 호흡이 딸리고, 다리가 벌벌 떨리고, 땀이 범벅이 되어 족두리봉을 오르고 나면 산을 오른 성취감을 맛볼수있다고 생각한다. 족두리봉을 내려와 평평한 길을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은 독바위역방향, 우측은 탕춘대성 방향이다. 나는 향로봉을 향하여 계속 오른다. 조금 오르다보면 약 5m 정도되는 가파른 바위가 나온다. 스틱을 손목에 걸고 팔과 다리를 사용 기어오른다. 몇주전 까진 없던 계단이 옆으로 만들어져있다. 관악산을 한동안 다닌적이 있다. 관악문을 통과 연주대를 오르는 절벽코스가 있다. 지금은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위험하지 않게 오를수 있다. 전엔 절벽옆으로 쇠줄을 걸어 쇠줄을 붙잡고 올라야 했다. 무척 위험하다. 그런데 계단이 생기자 나는 흥미를 잃었다. 약간 스릴을 느낄수 있는 산행이 나하고 맞았다. 북한산도 위험한 코스엔 자꾸 시설물이 생기는것 같다. "난, 스릴을 느끼고 싶은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암벽길엔 산악경비대 초소가 설치되어있다. 아마 10년은 된것 같다. 초소가 없을 때는 왠만큼 산을 탄다는 사람들은 암벽을 이용해 봉우리를 넘었다. 지금은 봉우리를 넘어가기 위해선 헬멧을 써야 하고 어떤곳은 출입금지 시키고 있다. 향로봉을 오르는 암벽은 출입통제되어 있다. 나는 40대 초반 쯤 향로봉을 오르다 떨어진적이 있다. 초소를 지나 바위가 벌어진 틈이 있다. 한명이 지나갈 수 있는 구멍처럼 생긴 틈이다. 이곳을 지나면 낙석주의란 푯말이 걸리고 철조망이 처진 장소를 지나게 된다. 전에는 철조망이 처있지 않았고 그 곳을 통해 향로봉을 오를수 있었다. 어느날 그 옆을 지나고 있는데 어떤 남자 등산객이 왼쪽 방향으로 올라가셨다. 그 곳은 비탈이 심하고 암벽으로 이루워진 등산로였다. 위를 보니 여자분도 남자분과 동행하여 오르고 있었다. "어 저분들도 오르는데 나도 오를 수 있겠는걸" 나는 산을 좀 탄다고 오만에 빠져있었다. 그 등산객들이 올라간 코스를 유심히 살펴보다 그 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별로 어렵지 않아 보였다. 처음 10m정도는 내가 다니던 바위처럼 경사로도 가파르지 않고 바위를 잡을 모서리도 보였다 그러나 조금더 올라가니 쇠말뚝이 박혀 있었다. 이 말뚝이 박혀 있는 이유는 줄을 걸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갑자기 몸이 얼어 붙었다. 벌써 20m 정도를 올라왔고 내려가려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올라가려니 손을 잡을수 있는 모서리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바위를 넘어가도 그 위에 어떤 난관이 있을줄 알지 못했다. 나는 오도가도 못하고 그자리에 못박혔다. 오금이 저려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급격히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며 나는 20m 정도 높이 바위에서 떨어졌다. 옆으로 나무같은 것들이 보였다. 나는 그걸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바위에 붙허 자라고 있는 나무인지 풀인지 알수는 없었으나 잡히지 않고 나는 계속 미끄러졌다. 다섯손가락에 최대한 힘을 주고 무릎을 바위에 붙히고 밀착하려고 안감힘을 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나는 바위를 몇바퀴 뒹글거리며 떨어졌다. 영화나 소설 같은것을 보면 위험한 순간에 카메라 필름이 돌아가듯 옛생각이 착착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 필림이 엄청나게 빠르게 돌아가는것을 느꼈다. 아! 이것이 죽는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차례 구른뒤 조금 넓적한 바위에 털석하고 떨어졌다. 약 3,4초간 기절한 것 같았다. 밑에서 다른 등산객들이 "저기 사람 떨어진다"며 소리를 질렀다. 난 20m 정도의 절벽에서 떨어졌지만 다행히도 조금 튀어 나온 평평한 바위에 떨어져 더이상은 구르지 않았다. 더 굴렀다면 아래론 까막득한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무어라 그 기분을 설명할 수 없다. 죽음에서 돌아왔다. 손가락 지문이 다 벗겨지고 등산바지가 찍어져 다리에서 피가 흘렀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뻬가 부러졌다든지 발목이 돌아갔다든지 하는 큰 부상은 없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오셔서 괜찮냐며 물을 한잔 주셨다. 나는 멍한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나는 엉엉울며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는데 구조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들어간것 같았다. 구조대가 물었다. "혼자 내려 갈 수 있겠어요?" 나는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모습 그대로 집에 돌아왔다. 집사람이 깜짝놀래며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말도 않고 목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틀었다. 나는 뜨거운 샤워물을 맞으며 엉엉하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