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으로 다가 온 선교 대상자, 땅끝은 바로 여기>
- 구 능회 장로 (비쏠라이트 이사장/ 노량진교회)
세상이 놀랍도록 변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가속적인 발달은 우리의 삶과 신앙생활에
지속적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 상징적인 사건 중의 하나가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
(다니엘 4:2)’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하루에 9만 여대의 여객기가 이착륙하며, 지구촌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이동해서 자신의 나라를 떠나 타국에 머무르며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이주민(移住民, Migration People)’이라 부른다.
오늘날 우리는 유구한 우리의 역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일을 겪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이주민이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주민 규모가
지난 2023년도 기준으로 대략 26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런
추세에 대해서 우리는 다각도로 분석하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본 고(稿)에서는
이를 복음 선교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땅끝이 눈앞에 와 있다.
우리 주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직전에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나의
증인이 되리라 (행 1장 8절)”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주님의 지상(至上)명령
또는 대(大) 위임령(委任令)으로 이해하고 세계 선교에 힘써 왔다. 이러한 사명을 감당하
려고, 한국을 떠나 타국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헌신해 온 것이 한국 교회의 선교
역사이다.
그런데, 2000년을 넘어서며 이 땅에는 눈에 띄게 이주민들의 유입(流入)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인구의 5% 수준에 이르렀다. 이 5%는 UN이 특정 국가를 ‘다문화사회’라고 인정
하는 인구 비율이라고 한다.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농어촌으로 갈수록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어가는
지자체들이 많고, 수도권 주요 도시들도 10%에 이르는 곳들이 점점 늘고 있다. 과거에
어쩌다 만날 수 있었던 이주민들이, 이제는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 온 것이다. 그야말로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땅끝 백성들이 이미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2. 다가와 우리를 도우라 !
일찍이 소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던 사도 바울은, 환상속의 ‘마게도니아인’이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행 16:9)”는 절규를 깨닫고, 그 발걸음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겼다. 이는
세계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기적인 사건이 되었다. 바울의 이러한 발자취를 생각하며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주시해 보면, 오늘날 수백만이 넘는 이주민들이 우리 (한국
교회)를 향해 다급히 손짓을 하면서 “다가와 우리를 도우라” 고 외치는 듯하다.
이제는 멀리까지 건너가지 않아도 우리가 조금만 다가가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주
민들의 영적인 탄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거룩한 은혜이자 깊은 섭리라고 믿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그들의 영적인 탄식과 절규를 듣느냐 못 듣느냐 하는 것이요, 이것에
민감하게 대응하느냐 아니면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어릴 적에 부르던 찬송가 가사에 “멀리 가서 이방 사람 구원하지 못하나, 네 집 근처 다니
면서 건질 죄인 많도다”라는 가사가 있었다. 이 가사도 이제는 “멀리 가서 이방 사람 구원
하지 못하나, 네 집 근처 다니면서 건질 이주민 많도다”로 바꾸어 불러도 별로 틀리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3. 한국교회의 새 희망 - 이주민 선교
세계적으로 인구 이동이 늘어나면서 세계 선교의 방향이나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중에 주목할 과제가 바로 이주민에 대한 선교이다.
그래서, 한국의 선교 단체들은 이주민 선교야말로 이 시대의 한국교회의 선교적 사명이요,
시대적 과제임을 천명하고 있다. (2023년 제 8차 NCOWE 대회 / 2024년 제 4차 세계 로잔
대회 서울 선언 등)
우리 교단은 한국 교회사에서 개혁적인 장로교회의 훌륭한 전통과 자랑스런 선교 역사를
써내려 온 이 땅의 대표적인 프로테스탄트 교단이다. 따라서, 새로운 선교 환경 변화에 슬기
롭게 대응하면서 한국교회의 선교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할 엄중한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1) 효과적인 이주민 선교를 통해 풍성한 선교의 결실을 얻도록 교단이 앞장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총회가 우리 교단에 속한 지역교회들이, 각 교회가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적절한
선교 전략을 수립해, 이주민에 대한 선교를 성실하게 추진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2) 평신도들이 선교적 마음과 자세를 갖고 이주민 선교에 동참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시니어 크리스챤들의 분발이 요청되고 있다. 직장이나 사업현장에서 은퇴한
성도의 인생 이모작 시기에, 하나님 앞에서 의미있고 가치있는 자신의 선교적 사명을 깨달아,
재능과 시간 그리고 각자가 소유한 다양한 선교 자원들을 십분 활용하여, 소속 교회의 지도를
받으면서 선교 단체들과 협력해 이주민 ‘선교인(宣敎人)’으로 헌신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먼저 이주민 선교에 관련한 소정의 교육과 훈련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우리나라 대표적 선교 단체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 (KWMA)
후원하에 발족한, 초교파 ‘평신도 선교운동단체’인 ‘비쏠라이트 (BeSalight)’ 에서도 적극 협조
해 나가고자 한다.
3) 이주민 선교에 부응하는 총회 차원의 정책 수립과 내실있는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점점 늘어나는 이주민교회들에 대한 지도와 배려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나서 이주
민 선교가 활성화되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땅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선교가 착실히
이루어지면, 해외 선교사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상부상조해 나감으로 서로가
좋은 결실을 거두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요컨대, 이 시대 이주민 선교 를 위해 교단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총체적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간다면,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과 성장에도 우리 하나님의 자비하신 축복의 손길이 임하
시리라 믿는다.
4. 맺는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신실한 성도의 안목으로 분별한다면, 언제 주님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신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시대가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언제 어디서 하나님께서 나
개인을 불러 가실지 알 수 없는 것이, 또한 우리 네 인생이다. 지금 나에게 생명과 건강을 주셔서
하루하루를 숨쉬며 사는 동안, 주님앞에 가기 전에 나의 소유를 즐겁게 드리며, 하나님께서 기뻐
하시는 일에 사용한다면 얼마나 귀한 일이겠는가?
우리 모두 착하고 충성된 청지기로 살아가면서 이주민 선교에 헌신하자! (끝)
<이 글은 지난 2024년 12월 14일자, 기독공보에 투고한 필자의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