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 우리땅걷기
ⓒ 노도로
한 순간 한 순간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 역사의 순간, 순간을 우리가 인식하고 그 인식을 토대로 우리의 깊숙한 내면, 그 속에 차곡차곡 쌓아둘 때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는 지식과 지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 즉 순간이 모여 역사가 되고, 우리 모두는 그 역사의 테두리 안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역사를 통한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언제였는지도 불분명한 유물들, 어떤 유물은 그 형체가 너무나도 완벽하여 오랜 세월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세 누군가 만들어다 가져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유물은 그 본래의 형태마저 알아볼 수조차 없게 심하게 망가져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깨어진 기왓장이 미세하게 부는 바람 소리에 실려 그 옛날의 장엄하고 화려했던 추억들을 들추어 주기도 하는 폐사지에서 느끼는 슬픈 감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상전벽해가 되어 어느 곳에서도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워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는 그러한 장소에 서 있을 때, 인간은 겸허함과 함께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한다.
<우리 땅 걷기>에서 ’길 위의 인문학‘을 중시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자연 속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걷는 것도 중요하고, 건강을 위해서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발 한 발 걸어가면서 그 땅을 살다간 옛 사람들과의 말없는 대화, 그 땅을 살아간 사람들이 남겨 놓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이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 거기에 답사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혼자서 긴 상념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말이 통하는 도반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의문점을 풀어가는 그러한 시간들이 모여 한 인간의 삶이 깊어지고 완성되는 것이다.
그 역사나 문화의 현장이 꼭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가까이에 있다. 단 그것을 발견해내는 사람에 한해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이런 속담들이 생겨난 연유다.
“나 이외에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평가받는 붓다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땅과 가끔씩 다른 나라 땅을 걸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치는 그런 여행길아 이직도 이 땅에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인지,
- 신정일, '니체가 권했던 여행 법'중에서, 우리땅걷기 201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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