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수 코팅이 벗겨져 겉감으로 물이 스며든 상태.
▲발수 기능 복원 후 상태.
기능성 낚시복 관리법 낚시 상식
고어텍스 낚시복은 세탁 않는 게 상책?
오염 때마다 세탁해줘야 방수도 잘 되거든요~
I 이영규 기자 I
고가의 고어텍스 소재 낚시복은 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방수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을 뒤집어써도, 때가 묻어도 가급적 세탁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낚시인들이 고어텍스로 대표되는 기능성 낚시복을 입었는데도 물이 샌다고 느끼는 것은 두 가지 경우일 수 있다. 만약 낚시복 겉면만 젖고 내부까지는 물이 스며들지 않았다면? 이 경우는 겉감의 발수력이 저하된 것이지 엄밀히 말해 방수력이 사라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우선 기능성 의류업계에서 말하는 발수(發水)와 방수(防水)의 의미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발수는 겉감에 물을 흘렸을 때 스며들지 않고 그냥 주르르 흘러내리는 기능을 말한다. 고어텍스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성 소재로 만든 의류 대부분은 겉감에 발수 코팅을 한다. 이 발수 코팅 덕분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입어서 발수 코팅이 벗겨지더라도 내부의 방수막이 건재하다면 방수는 가능하다. 즉 겉옷은 젖어도 내피는 젖지 않는 것이다.
만약 겉감은 물론 낚시복 안쪽까지 젖어버렸다면? 이 경우는 겉감의 발수 기능은 물론 겉감과 안감 사이에서 방수와 투습 역할을 하는 ‘멤브레인(membrain)’ 막이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면 된다. 고어텍스 의류의 안쪽을 보면 검은 빛이 도는 막 같은 게 붙어 있는데 이게 멤브레인이다(멤브레인의 색상은 제조사마다 다를 수 있다. 동계용 낚시복처럼 두꺼운 안감을 한 겹 더 부착한 의류는 멤브레인이 안쪽에 있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고어텍스 외에도 하이포라, 써모테크, 동일물산에서 자체 개발한 워터 스톰텍스 등도 비슷한 기능의 멤브레인 막을 갖고 있으므로 모든 기능성 낚시의류를 ‘고어텍스’로 통칭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고어텍스는 단순히 고어사에서 개발한 기능성 소재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고어텍스의 접합 부위를 심테이프로 밀착한 모습. 사진에 보이는 검은 막이 방수와 투습 기능을 갖고 있는 멤브레인이다.
‘심테이프’ 손상이 물이 새는 주요 원인
멤브레인이 찢어지거나 부식되지 않았는데도 물이 샌다면 대부분 봉제선 부위에서 물이 새는 경우다. 모든 의류에는 박음질이 필수적인데 고어텍스 역시 박음질로 인한 겉감, 멤브레인, 안감 등에 미세 바늘구멍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제 부위를 심테이프라고 하는 특수한 방수 테이프로 밀착시킨다. 이 작업이 심실링 작업이다. 만약 바닷물이 겉감을 뚫고 들어와 취약부위인 봉제선 부위를 적시는 경우가 계속된다면 심테이프가 염분에 부식돼 접착력이 저하되고 물이 새게 된다.
결국 고어텍스 의류의 방수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겉감의 발수력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셈이다. 따라서 낚시 후 낚시복에 묻은 염분을 제거해주는 건 필수다. 그런데도 많은 낚시인들이 고어텍스는 세탁하지 않는 게 최선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문제다.
국내의 고어텍스 낚시복 제조업체인 동일물산 김아영 실장은 유독 낚시인만 낚시복 세탁에 신경을 덜 쓴다고 말한다.
“발수 기능 회복을 위해 회사로 보내 온 고어텍스 낚시복을 살펴보면 대부분 바닷물이 찌들어 있어 깜짝 놀란다. 또 방수가 안 된다는 옷들을 살펴보면 발수 기능이 떨어져 겉감이 젖는 것일 뿐 멤브레인이 손상된 제품은 많지 않다. 그중 실제로 물이 새는 의류들은 대부분 봉제선 부위의 심테이프가 부식돼 손상된 경우다. 이 경우엔 심테이프만 다시 접착하면 원래의 방수력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염분 제거는 물론 찌든 때도 반드시 빼야만 고어텍스 특유의 투습력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고어텍스 의류, 집에서도 충분히 세탁 가능해
고어텍스 의류는 반드시 전문 업소에 맡겨야만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주의 사항만 잘 지키면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세탁할 수 있고 세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워낙 고가의 의류이다보니 특수한 관리를 요하는 것으로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세탁은 손세탁이 기본이다. 단순히 염분만 제거한다면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낚시복을 담근 뒤 살살 주물러 주면 된다. 때를 함께 빼내고 싶다면 중성세제(가정에서 흔히 쓰는 울샴프, 울센스, 슈가버블 등)를 풀어 쓰면 되며, 때가 찌든 부분은 고어텍스끼리 문지르거나 부드러운 스펀지로 문질러 주면 된다. 단 운동화를 빨 때 쓰는 강한 솔은 겉감에 상처를 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일반 손빨래하듯 마음 편하게 세탁하면 된다.
세탁기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색상이 번질 우려가 있는 다른 색 의류는 빼놓고 단독으로 세탁하는 게 좋고 지퍼와 벨크로는 모두 잠근 뒤 빨아야 한다. 자칫 이 거친 부분들이 멤브레인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각별히 신경 쓸 부분은 헹굼 과정이다. 세제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멤브레인에 화학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특히 헹굼 때 종종 사용하는 섬유유연제(피존류)나 표백제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섬유유연제와 표백제 역시 멤브레인을 손상시키는 원인이다.
헹굼이 끝났다면 발수력을 살려주기 위해 겉감에 발수제(코팅제)를 입혀준다. 물에 발수액을 풀어쓰는 방식과 스프레이 방식 두 가지가 있는데 옷 전체에 빠짐없이 발수제를 입히고 싶다면 발수액를 풀어쓰는 방식이 유리하다. 스프레이는 사용은 간편하지만 일일이 구석구석 뿌려줘야 하는 점이 다소 불편하다. 발수제는 유명 등산용품점이나 인터넷 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발수제 코팅 작업이 끝났으면 약간 열기를 가해 말려주면 된다. 온풍 건조 기능이 있는 드럼세탁기라면 온풍 온도를 가장 낮게 조절해 건조시켜도 상관없다. 다리미질도 가능하다. 겉감 위에 얇은 천을 덮고 스팀 기능으로 열을 가하면 세탁 과정에서 분리됐을 수 있는 겉감, 멤브레인, 안감을 밀착시키는 효과도 얻는다. 발수력은 영원한 것이 아니므로 수시로 관리해줘야 한다.
▲기능성 의류용 발수제. 물에 쓰는 액체형과 스프레이형 두 가지가 있다.
▲고어텍스 낚시복을 입고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인. 파도를 맞은 뒤에는 반드시 염분을 제거해주는 게 좋다.
고어텍스
고어텍스는 미국 뒤퐁사의 W. L. 고어라는 사람이 1978년에 발명한 기능성 소재다. 고어텍스의 핵심은 ‘고어텍스 멤브레인’이라는 특수한 막에 있다. 멤브레인에는 제곱 인치당 80억 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들은 물방울보다 20,000배가 작지만 수증기 분자보다는 700배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에 대해서는 완벽한 방수가 가능하고 동시에 안쪽에서 배출되는 수증기는 배출(투습)할 수 있는 것이다.
집에서 세탁하기 번거롭다면?
고어텍스 전용 세탁 서비스를 받아보세요
만약 낚시복을 따로 세탁할 시간이 없거나 더욱 충실한 세탁과 발수 효과를 얻고 싶다면 전문 서비스업체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고어텍스 의류를 전문적으로 세탁하고 ‘보기 좋게’ 수선하는 곳은 광주의 동일물산이 유일하다. 동일물산의 기능성 의류 세탁 코너에서는 고어텍스 전용 세탁기와 전용 세제를 사용해 1차 찌든 때 세탁(부분 세탁), 2차 전체 세탁, 그래도 때가 빠지지 않을 때는 3차 세탁을 한 뒤 완벽한 건조와 발수 처리 후 택배로 발송하는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아울러 찢어지거나 불에 탄 부위는 비슷한 색상의 고어텍스 조각을 덧댄 뒤 방수 테이프로 심실링 처리하는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는데 완벽한 방수는 물론 보기에도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