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곽 영 준(춘천명성교회)
찌푸린 날씨는
며칠째 계속되고
나는 맥없이
내 안에 칩거하고 있다
자유의 짐을 버거워하며
훨훨 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구속 한 채
잔뜩 움추린 것이다
어서 빨리
나를 넘어야 한다
키를 훌쩍 넘어 얼마큼
정신없이 달려야 한다
실천없는 지성이
참 자유와 조우할 때
나의 아침은
새롭고 눈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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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나라
이 상 묵(가산교회)
당신은 날마다 오십시오
환한 웃음으로 오십시오
맑디 맑은 시냇물로 오십시오
동 터오는 아침으로 오십시오
닫기어진 창을 열겠습니다
청소한 내 마음의 운동장을 비워 드리겠습니다
오랫동안 간직한 새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시들고 언 꽃나무에 별바람 불어주십시오
에덴의 그 처음 얼굴을 주십시오
어우러진 가슴마다 꽃향기 배인 입맞춤을 주십시오
당신은, 날마다 날마다 오십시오
당신 이름 가득히
밝은 나라로 오십시오
맑은 나라로 오십시오
......
환한 나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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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詩人(Ⅰ)
심 우 천(춘천명성교회)
湖畔의 봄시내엔
감자바위 같이 우직하고
황소웃음처럼 넉넉한
욕심 없는 詩人이 있어
마냥 좋다.
만나면 만날수록
석탑처럼 쌓여가는
지순한 詩情!
나는 그와 만나면
마냥
눈과 눈이 맘과 맘이
하나가 되어 열병을 앓는다.
진솔한 삶을 터득키 위해
미끼 없는 낚시질로
터엉 빈 충만 속에서
詩를 낚는다. 삶을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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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틀니
안 옥 순(춘천명성교회)
병실에 누워 잠드신 어머님
쪼그라진 어머님의 잇몸과
옆에 가지런히 놓여진
죽 그릇 속의 틀니를 바라봅니다.
몇 년 전 큰댁 강아지 틀니 물고 간다고
쫓아가 때려주며 뺏어 오시던 어머님
나도 잊고 있던 내 생일날에
검은 큰 봉지 들고 잰 발걸음으로
우리 집 오시던 어머님.
검은 봉지 속에 키 큰 기장미역
푸른 도장 찍힌 쇠고기 두 근
임연수 두 손 있었지요.
남편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해 주시던 어머님
남편 술버릇 때문에 언제나 마음 아파 하며
나를 바라보셨죠.
“나 죽더라도 너희들 잘 살아야한다.”
울먹이며 내손 잡으시던 어머님
부라보 콘을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드시는
어머님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이제는 내 생일도 기억못하시고…….
아득하게 멀어져만 가는 어머님의 기억들.
하지만 나에게는
어머님의 슬픈 눈빛과 불손했던 내 모습
그러한 기억들이
자꾸만 커다랗게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사랑은
나의 삶에 언제까지나 꼭 필요한
비타민이었습니다.
향기를 드러내지 않고 수수하게
꼿꼿하게 피어난
파-꽃
파꽃 같은 어머님의 삶을 기뻐 노래하겠습니다.
나의 삶에 사랑으로
많이 감동주신 어머님 감사합니다
이제는
강아지가 틀니물고 가도 쫓아 갈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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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손의 눈물
김 용 환(춘천명성교회)
신비한 나의 탄생이여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사 계시하시고
지킴의 삶을 주신 나실인
나의 탄생은 여호와의 긍휼 자비의 베푸심
고난받는 이스라엘
공포 굶주림에 울부짖는 이 민족을 위하여
용맹스럽게 일어섰다
맨손으로 사자를 찢어 죽이고
여우 때를 몰아 밀밭을 불사르며
짐승의 턱뼈로 그들을 죽였다
성 문짝을 부수어 어깨에 메고 산에 올라
그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나
지금 모든 것을 망각하고
달콤한 입술을 음미하며
사랑스런 그녀의 품에서 단꿈을 꾼다
그녀의 속삭임은 내 백성의 간절한 소망도
울부짖음도 멀리하고…….
아~ 내가 그녀의 무릎에 잠들던 날
머리카락은 힘없이 밀리우고
쇠사슬에 묶여 두 눈을 잃고
연자 맷돌을 돌리고 돌린다
내가 흘리는 눈물이 발등을 적시고
발자국마다 고여도
수없는 조롱과 채찍이 나를 때려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
나에게 기회를 주소서 다시 한번 힘을 주소서
외치고 또 외쳤다
하나님이 용서와 사죄의 길을 주시던 날
나는 기뻤다 감사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하여
두 기둥을 끌어안고 그들과 함께 최후를…….
아~ 다곤 신전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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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문
서 혜 란(춘천명성교회)
밤이 깊으면
곧
새벽이 옵니다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예비된 축복의 문도 열려집니다
현재의 고난은
내일의 영광이기에 감사하렵니다
내 힘으로는 못해도
당신만 곁에 계시면
난
이 세상에서 승리 할 수 있습니다
오직
사랑하는 당신만 곁에 계시면
난
맨손이라도
골리앗이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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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소리
조 형 연(춘천명성교회)
길을 가다 길에서 잃은 아들
땅에서 잃어 하늘에서 찾는 그 아들
아들이 걸어간 천공(天空)은
빛바랜 눈물의 전설이 시리게 서 있는 곳이어라
꾸-욱
묻어 두었던 아담의 검붉은 유적들이
숨 가쁜 호흡을 하며
내 앞에서 미끄러진다
가슴이 아리는 소리
마음이 저미는 소리
핑―
눈물 거울 속엔
아벨을 잃은 아담의 모습이
천식처럼 엉켜 있고
숨을 쉴 때 마다
눈물 가시들이 돋아난다
서글프다 말하기엔
너무나 아린 사랑이
궁창 속에 살고 있다